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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또는 변화”

2023. 7.2. 가해_맥추감사주일(연중13주일/신자영접/관할사제취임) 창세 22:1-14 / 시편 13 / 로마 6:12-23 / 마태 10:40-42 “변신 또는 변화”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는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중에서 아침에 일어나니 갑자기 자신이 벌레로 변해있다면 여러분을 어떻겠습니까?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하루아침에 사람에서 벌레로 변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한순간 사람에서 벌레로 전락한 존재. 이것은 실존의 변화이면서 존재의 변신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 것이지요. 물론 소설에서 그는 외형과 말만 변했을 뿐 마음과 생각은 여전히 본인 그대로입니다...

글모음/설교문 2023.07.02

“그리스도인의 존재감”

2023. 6. 25. 가해_연중12주일 창세 21:8-21 / 시편 86:1-10, 16-17 / 로마 6:1-11 / 마태 10:24-39 “그리스도인의 존재감”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법이 생겨서 범죄는 늘어났지만 죄가 많은 곳에는 은총도 풍성하게 내렸습니다.” (로마 5:20) 사도 바울로는 방금 읽어드린 말씀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하여 오늘 로마서 6장에서 이에 대한 보충설명을 합니다. 은총을 더욱 더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러도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로마교회에 있을 것을 상정하고 이에 대한 반론을 전개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리스도와 하나의 실존을 공유하는, 즉 그리스도와 운명공동체인 그리스도인은 결코 그럴 수 없다고 단정합니다. 그 이유는 ..

글모음/설교문 2023.06.24

희망의 상실 시대

2023. 6. 18. 가해_연중11주일 창세 18:1-15 / 시편 116:1-2, 12-19 / 로마 5:1-8 / 마태 9:35-10:23 “희망의 상실 시대”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그러나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따지고 보면 서른 살에 죽느냐 예순 살에 죽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둘 중 어떤 경우가 됐든 당연히 다른 남자들과 다른 여자들은 살아갈 것이고, 수천 년 동안 그럴 것이다. 요컨대 이보다 더 명백한 것은 없다. 지금이건 이십 년 후건 언제나 죽는 것은 바로 나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중에서] 교통사고로 삶을 마감한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은 주인공 ..

글모음/설교문 2023.06.18

“모험의 상실 시대”

2023. 6. 11. 가해_연중10주일 창세 12:1-9 / 시편 33:1-12 / 로마 4:13-25 / 마태 9:9-13, 18-26 “모험의 상실 시대”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많은 분들이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어 보셨을 겁니다. 지금은 내용이 좀 아득하지만 어린 시절 우리에게 꿈과 모험을 자극했던 소설인 것만은 분명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로드무비처럼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대리만족과 같은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 안에 잠재된, 우리 유전자 깊은 곳에 내재된 모험심이 불쑥 우리 안에서 솟구침을 느낍니다. 권선징악이란 뻔한 틀의 이 성장 소설이 고전이 된 것은 바로 인간 내면의 있는 이러한 모..

글모음/설교문 2023.06.11

“삼위일체, 관계성, 그리고 세례”

2023. 6. 4. 가해_성삼위일체대축일(세례 성사) 창세 1:1-2:4상 / 시편 8 / 2고린 13:11-13 / 마태 28:16-20 “삼위일체, 관계성, 그리고 세례”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오늘 읽은 창세기 1장에서 하느님의 이름은 ‘엘로힘’입니다. ‘엘로힘’은 창세기 2장에 나오는 ‘야훼’라는 이름과는 다른 신론을 보여줍니다. 모세오경에 등장하는 하느님에 대한 이러한 다양한 이름들은 ‘벨 하우저’의 ‘문서비평’에 큰 힘을 실어줍니다. 아직도 구약학계에서는 이 ‘벨 하우저의 문서론’을 뒤집을 학설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깊은 논쟁까지 우리가 알 필요는 없지만, 이 두 이름을 통해 역설적으로 깨닫는 것은 인간이 보이지 않는 신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

글모음/설교문 2023.06.03

“성령을 받아라: 새로운 변화의 시작”

2023. 5. 28. 가해_성령강림대축일 사도 2:1-21 / 시편 104:24-34, 35하 / 1고린 12:4-13 / 요한 20:19-23 “성령을 받아라: 새로운 변화의 시작”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고픈 마음을 가집니다. 때론 내가 아닌 정말 다른 나로 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변화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습니다. 약간의 변화에도 그동안 쌓아온 삶의 모든 성과들과 관계들이 흔들리고 마니깐요. 그래도 우리는 다양한 현실 도피적이며 타협적인 대안을 찾고 삶의 고통과 한계를 넘어설 기재들을 찾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중 종교적 기재가 가장 강력한 도피와 타협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글모음/설교문 2023.05.27

“죽음,부활, 승천 그리고 성령강림”

2023. 5. 21. 가해_승천대축일_부활7주일 다니 7:9-14 / 시편 93 / 사도 1:1-11 / 루가 24:44-53 “죽음,부활, 승천 그리고 성령강림”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죽음.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으로, 누군가에게는 절망으로, 누군가에게는 이별로, 누군가에게는 죽지 못해 산다는 말처럼 삶을 부정하는 변명으로… 너무나 각양각색의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가지고 우리는 살아갑니다. 어쩌면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요즘은 죽음을 마치 게임을 ‘리셋’하는 듯한 뉘앙스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듯합니다. 2천 년 전,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역사의 예수’를 따랐던 제자들은 과연 스승의 죽음 앞에서 어떤 생각했을까요? 톨스토이..

글모음/설교문 2023.05.21

“성령의 사유화, 은총의 사유화”

2023. 5. 14. 가해_부활6주일 사도 17:22-31 / 시편 66:8-20 / 1베드 3:13-22 / 요한 14:15-21 “성령의 사유화, 은총의 사유화”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요즘 핫한 인공지능 챗봇 Chet GPT에게 성령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주 겸손하면서도 일반적인 답변을 해오더군요. “AI 언어 모델로서 종교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신념이나 의견이 없지만, 일반적인 반응으로 성령은 신자의 마음과 생각에 들어가 그들을 의로운 길로 인도하는 신성한 존재(Divine Entity)라고 믿어집니다. 이것이 달성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며 개인의 신념과 종교적 전통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글모음/설교문 2023.05.13

“상호 거주의 길”

2023. 5. 7. 가해_부활5주일 사도 7:55-60 / 시편 31:1-5, 15-16 / 1베드 2:2-10 / 요한 14:1-14 “상호 거주의 길”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주님, 저희에게 아버지를 뵙게 하여 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요한 14:8 필립보의 간청입니다. 구약의 신론에 의하면 하느님의 현현을 눈으로 본 사람은 반드시 죽습니다. (출애 33:20) 그러나 오늘 그러한 사실을 아는 필립보가 예수께 감히 하느님 아버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합니다. 필립보가 헬라계 유대인인 것을 감안해도 그의 요청은 당시 유대인으로서 너무 당돌합니다. 이는 그가 예수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도 아니고 유대교의 신론을 무시해서도 아닐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필립보의 말..

글모음/설교문 2023.05.07

부활-관계성의 문

2023. 4. 30.가해_부활4주일 사도 2:42-47 / 시편 23 / 1베드 2:19-25 / 요한 10:1-10 “부활-관계성의 문”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사도들이 계속해서 놀라운 일과 기적을 많이 나타내 보이자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사도 2:43 공동번역성서는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을 두려워하게 되었다”라고 의역을 했지만, 직역을 하면 이렇습니다. “경외감이 모든 사람에게 임했다”입니다. ‘경외감’에 해당되는 헬라어는 ‘φόβος포보스’입니다. ‘두려움을 일으키는 어떤 원인’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즉, 어떤 권위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정입니다. 그래서 우리 말로는 ‘두려움’보다는 ‘경외감’에 가장 가깝습니다. 두려우면서..

글모음/설교문 2023.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