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설교문 217

“사특(邪慝)한 복과 자족하는 마음”

2023. 2. 26. 가해_사순1주일 창세 2:15-17, 3:1-7 / 시편 32 / 로마 5:12-19 / 마태 4:1-11 “사특(邪慝)한 복과 자족하는 마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반드시 죽는다.” 그러나 사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 여기서 사탄은 정확하게 하느님의 말씀을 반대로 뒤집었습니다. 즉 하느님과 동등한 위치에 서고자 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하느님과 악이 마치 동등한 듯이, 선과 악이 양립할 수 있는 것같이 쉽게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동등하게 비교될 대상은 이 세상에 전혀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창조주이신 하느님에 대한 창세기의 말씀입..

글모음/설교문 2023.02.26

“옷만 찢지 말고 심장을 찢고”

2023. 2. 22. 가해_재의 수요일 요엘 2:1-2, 12-17 또는 이사 58:1-12 / 시편 51:1-18 / 2고린 5:2-하-6:10 / 마태 6:1-6, 16-21 “옷만 찢지 말고 심장을 찢고” 채창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찢는다. 쪼개다’는 의미의 히브리어는 ‘쿼라 קָרַע’입니다. 헬라어로는 ‘διαρρήσσω디아레쏘’입니다. 이는 너무 슬플 때나, 너무 억울할 때, 너무 분노할 때, 그리고 하느님께 회개할 때 옷을 찢는 행위와 연관된 말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계약을 할 때도 양을 둘로 ‘쪼갬’으로 계약이 성사됩니다. 이렇게 ‘쿼라’라는 동사는 뭔가를 둘로 나누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이 슬픔의 표현이든 계약의 증표이든 이는 ‘죽음’을 상징하는 행위입니다..

글모음/설교문 2023.02.22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2023. 2. 19. 가해_연중7주일 레위 19:1-2, 9-18 / 시편 119:33-40 / 1고린 3:10-11, 16-23 / 마태 5:38-48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채창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현대인의 공포는 핵위험도, 환경 재앙도, 첨단 과학도 한몫을 하지만, 진정한 공포는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서로 혐오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이 문명을 만들면서 관계성의 인간이 되었지만, 이제 그 문명 속에서 다시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20세기 냉전시대를 거쳐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인류는 자본주의의 승리를 목격했지만, 자본주의의 승리 속에서 우리가 성취한 것은 ‘자본’의 자유이지 인간의 자유는 아니..

글모음/설교문 2023.02.19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율법과 복음”

2023. 2. 12. 가해_연중6주일 신명 30:15-20 / 시편 119:1-8 / 1고린 3:1-9 / 마태 5:21-37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율법과 복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모세가 하느님 계신 곳으로 올라갔다. 야훼께서 산에서 그를 부르셨다. ‘너는 야곱 일족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렇게 가르쳐주어라.’” 출애 19:3 “모세가 백성에게로 내려가 그 말씀을 전하였다. 이 모든 말씀은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출애 19:25~20:1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자 제자들이 곁으로 다가왔다. 예수께서는 비로소 입을 열어 이렇게 가르치셨다.” 마태 5:1-2 출애굽을 한 후 광야에서 이스라엘을 이끌던 모세는 시내산에..

글모음/설교문 2023.02.12

“어짊과 의로움”

2023. 2. 5. 가해_연중5주일 이사 58:1-12 / 시편 112:1-9 / 1고린 2:1-12 / 마태 5:13-20 “어짊과 의로움”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지난 성탄절에서 시작하여 공현절과 주님의 세례 축일을 거쳐 주님의 봉헌 축일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공현, 즉 에피파니’를 통해 드러난 성육신과 그 의미에 대해 연속적으로 묵상을 했습니다. 저의 설교문을 다시 읽어보시는 분이 몇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육신에 대해 진지한 고민들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시간 되실 때 블로그에 있는 글을 다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성육신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없으면 우리는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 그리고 부활에까지 나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항상 우리의 한계에..

글모음/설교문 2023.02.05

“반대를 받는 표징으로서의 그리스도”

2023. 1. 29. 가해. 주님의 봉헌 주일 (연중4주일) 말라 3:1-5 / 시편 24:(1-6)7-10 / 히브 2:11-18 / 루가 2:22-40 “반대를 받는 표징으로서의 그리스도”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거부받고, 비난받으며, 핍박을 받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어떻게 세상의 급류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그들은 바로 설 수 있을까요? 저의 청소년기에 나왔던 하이틴 드라마와 영화 등은 학창 시절의 청순함, 설렘 그리고 청소년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제가 접하는 대부분의 청소년 드라마나 영화들은 정말 청소년들이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정도로 주제가 폭력적인 ‘집단 따돌림’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에도 세..

글모음/설교문 2023.01.28

“새와 백합을 보라”

2023. 1. 22. 가해. 설명절 주일 감사성찬례 (연중3주일) 설날_ 민수 6:22-27 / 시편 89:1-2, 11-16 / 야고 4:13-17 / 마태 6:19-21, 25-34 “새와 백합을 보라”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모든 세속적인 염려는 사람이 사람인 것에 만족하지 않으려는 반항(unwillingness)에 그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교의 영향으로 차이를 갈망하는 염려하는 마음에 그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키르케고르 중에서 “사람이 사람인 것에 만족하지 않으려는 반항” “비교를 통한 차이를 갈망하는 염려하는 마음” 사람인 것에 만족하기. 이 말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사람이 아닙니까? 오늘 복음서에서 주님께서는 우리를 광야로 데리고 나가십..

글모음/설교문 2023.01.22

“세례의 계보”

2023. 1. 15. 가해. 주님의 세례 축일(연중2주일) 이사 42:1-9 / 시편 29 / 사도 10:34-43 / 마태 3:13-17 “세례의 계보”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아시는 분은 이미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기독교 역사는 성직자나 선교사를 통한 기독교 전례가 아니라 평신도들에 의해 자발적, 자생적으로 시작된 기독교라는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그 계보를 잠깐 살펴보는 것은 우리 세례 신앙의 뿌리를 돌아보는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자발적 세례에 의해 교회가 시작된 곳이 우리의 조선이었습니다. 그 시작은 바로 조선 유학자 이승훈부터입니다. 이승훈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정약용 형제들의 매형입니다. 그는 ..

글모음/설교문 2023.01.15

“무심 無心”

2023. 1. 8. 가해. 공현대축일_연중1주일 이사 60:1-6 / 시편 72:(1-9) 10-15 / 에페 3:1-12 / 마태 2:1-12 “무심 無心”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마태오복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구약 예언의 성취”입니다. 즉, 구약 성서에 기록된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이 예수를 통해 성취되었다는 것을 중요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역사적 예수 운동이 유대교의 전통과 단절된 것이 아니라 같은 연결 선상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태오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율법의 완성과 그 근본정신을 환기시키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이러한 의도에 따라 마태오는 역사적 예수에 대한 자료를 수집 편집하면서 그분이 바로 구약이 예언한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

글모음/설교문 2023.01.08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2023. 1. 1. 가해. 거룩한 이름 예수 축일 감사성찬례 민수 6:22-27 / 시편 8 / 갈라 4:4-7(또한 필립 2:5-11) / 루가 2:15-21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 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때 너무 멀어서 못 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세상은 적이 아니라고 고통도 쓰다듬으면 보석이 된다고 나는 얼마나 오래 악보 없는 노래로 불러왔던가 이 세상 가장 여린 것, 가장 작은 것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것 그들이 내 친구라고 나는 얼마나 오래 여린 말로..

글모음/설교문 202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