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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일기 / 이연철_출판사 옛길_서울_2014

James Chae 2014. 11. 22. 22:56

 

서촌일기 / 이연철_출판사 옛길_서울_2014

 

 

오래된 동네의 서정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초현실적이고 신비적인 것과 추리 소설적 재미가 가미되어 전개되다가 신앙적인 존재의 깨달음으로 마무리.

 

작가의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숫자에 대한 상상력은 매우 흥미롭다. 작가는 싫어할 지 어떨 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하루키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재미있게 읽었다.

 

너무 많은 얘기들이 버무러져 약간의 혼돈이 있었지만, 난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고, '서울 서촌'의 골목길에 대한 묘사가 정겹고 좋았다. 마치 내가 '서촌'의 미로같은 골목길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서촌 골목'이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로 내 앞에 꿈틀대는 것 같았다. 작가의 깊은 서촌에 대한 애정과 상상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약간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감히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 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깨달음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아니 설득하고자 하는 것 보다는 그냥 자신의 얘기를 독자에게 넌지시 던져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설득하려 한다고 쉽게 설득될 독자들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아무리 작가의 깨달음이 진실이고 귀한 거라 해도.

 

또한 존재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나와는 사뭇 달라 흥미롭다. 그러나 아인슈타인 이래로 '절대시간'이 부정되는 시대에서 '시간=존재'라는 등식이 어떻게 설득력을 가질 지 의문이다. 신 이외에 과연 우리 인간이 '절대'라는 단어를 붙힐 수 있는 것이 있기나 할까? 아무리 '시간'을 신이 창조했다고 해도. '절대 시간'은 뉴튼이 했던 말로 기억되는데...

 

글 쓰는 사람이 아닌 내가 더 이상의 말을 할 자격이 없는 듯 하다.

다만 하나님 안에서 저자와 내가 비슷한 지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감히 글을 남겨 보는 것이다.

이것이 귀한 작품을 생면부지인 내게 보내준 작가에 대한 나의 성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앞으로의 창작 활동에 늘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길 기원한다.

 

언제 서울을 가면 '서촌 고샅'을 한번 걷고 싶다. '일각수'가 된 주인공이 걸었던 그 골목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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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C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