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3

“사랑은 성장하게 합니다”

2024.1.28. 나해_연중 4 주일 감사성찬례 신명 18:15-20 / 시편 111 / 1고린 8:1-13 / 마르 1:21-28 “사랑은 성장하게 합니다”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사랑은 성장하게 합니다. 사랑은 견해의 영역이 아니라 진리의 영역 안에 존재합니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믿음, 지식, 사랑. 이 모든 것이 중요합니다. 이 중에 어느 것 하나만을 신앙에서 선택하는 것은 별의미가 없습니다. 사랑에는 반드시 믿음이 따르고, 믿음에는 믿는 대상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단순히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오늘 고린토 전서는 말합니다. 그러나 지식은 사람을 교만하게 만듭니다. 사람을 향상시켜 주는 것은 사랑입니다. 1 고린 ..

글모음/설교문 2024.01.28

“존재로서의 이름”

2024.1. 1. 나해_월요일_거룩한 이름 예수 축일 자정 감사성찬례 민수 6:22-27 / 시편 8 / 갈라 4:4-7 또는 필립 2:5-11 / 루가 2:15-21 “존재로서의 이름”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우리 성당에는 “나나”라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도 자기의 옆자리를 제게 주지 않았는데, 일년여 기간이 지난 지금은 제가 다가가 쓰다듬고 안아 주는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때론 자기를 쓰다듬어 달라고 저를 부르고 유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아이와 저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있습니다. 제가 조금만 이상한 몸짓을 하거나 표정을 지으면 저를 회피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 아이에게 “나나”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데까지 많은 시간을 망설여야 했습..

글모음/설교문 2023.12.31

“가장 작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

2023. 11.26. 가해_왕이신 그리스도 주일 에제 34:11-16, 20-24 / 시편 95:1-7 / 에제 1:15-23 / 마태 25:31-46 “가장 작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당신은 구원을 받았습니까?”, “당신은 구원의 확신이 있습니까?” 어떤 개신교 교인이 제게 던진 질문입니다. 제가 성공회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교를 다닐 때였습니다. 너무나 당혹스러운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질문은 분명 자신은 구원을 받았는데 당신은 구원을 받았는지 의심스럽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그의 눈에는 제가 구원의 확신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나 봅니다. 그러나 그의 구원에 대한 확신은 타인에 대한 배려도, 인자함도 없는 독선..

글모음/설교문 2023.11.26

“우리는 이 가을에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요?”

2023. 10. 29. 가해_연중30주일 신명 34:1-12 / 시편 90:1-6, 13-17 / 1데살 2:1-8 / 마태 22:34-46 “우리는 이 가을에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요?”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C.S. 루이스는 [고통의 문제]라는 책의 집필을 의뢰받았을 때 처음에 이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고통에 대해 자신이 하는 말과 고통을 대하는 자신의 참된 모습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말과 실제 인격 사이에는 너무 큰 간극이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저 또한 사실 설교를 할 때마다 매우 부담스러운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선포하는 케리그마와 실제 저의 인격의 괴리가 너무 커서 부끄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그럴 때마다 제 스스로를 자위하는 것은..

글모음/설교문 2023.10.29

"태초의 말, 하느님의 말씀"

2022.5.22. 부활6주일 사도 16:9-15 / 시편 67 / 묵시 21:10, 22-22:5 / 요한 14:23-2 “태초의 말, 하느님의 말씀”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담당사제, Artist “온전히 운명이란, 말 이상이다. 단지 사람은 말할 수 있는 운명을 가진 것, 운명을 이야기할 수 있는 말을 가진 것이, 침묵한 행위자인 도야지보다 우월한 점이다. 말을 행위로, 행위를 말로, 자유로 번역할 수 있는 기능, 그것이 시의 최고의 원리. (중략) 분명히 태초의 행위가 있다….” , 임화의 시집 ‘현해탄’ 중에서 월북 시인 임화의 “지상의 시”라는 작품의 일부분입니다. 시인의 표현이 직설적이고 거칠지만, 그래도 시인의 순수한 열정이 묻어나서 좋습니다. 시인 임화는 ‘태초에 말이 ..

글모음/설교문 2022.05.21

“종교 너머의 교회”- 부활(6)

2022.5.15. 부활5주일 사도 11:1-18 / 시편 148 / 묵시 21:1-6 / 요한 13:31-35 “종교 너머의 교회”- 부활(6)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교회 , Artist “이제 하느님의 집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있다. 하느님은 사람들과 함께 계시고 사람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친히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하느님이 되셔서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주실 것이다. 이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다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묵시 21:3-4) 오늘 2 독서의 말씀은 종말론적인 언급이지만, 이는 부활의 완성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이제 하느님의 영광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나고, 그 영광이 사람 가운데..

글모음/설교문 2022.05.14

“인격적 관계의 회복- 부활(5)”

2022.5.8. 부활4주일 사도 9:36-43 / 시편 23 / 묵시 7:9-17 / 요한 10:22-30 “인격적 관계의 회복- 부활(5)”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교회, Artist 오늘 읽은 요한복음은 왜 그리스도교가 유대교와 하나가 될 수 없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유대교의 한 분파로 시작된 예수 운동은 아주 근본적인 부분에서 유대교와 일치할 수 없었습니다. 이는 요한복음의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요한공동체가 유대교와 결별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인간이 초월적 존재의 거룩함의 일부를 수여받아 성스러운 신성을 얻을 수는 있어도 인간과 하느님을 본질적으로 하나라고 말하는 자는 유대교에서 ‘신성모독’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초기 이단들도 이러한 배경 속에서 발생한 ..

글모음/설교문 2022.05.07

“부활-그리스도교의 사회적 소명” (4)

2022.5.1. 부활3주일 사도 9:1-6(7-20) / 시 편 30 / 묵시 5:11-14 / 요한 21:1-19 “부활-그리스도교의 사회적 소명” (4)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교회, Artist 부활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많은 난관에 부딪힙니다. ‘부활의 실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우리 가운데 ‘부활의 실재’를 체험한 사람들이 없기에, 결국에는 ‘신앙적 간증’이나 ‘믿음의 고백’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또 ‘부활에 대한 신앙’을 이야기하면, ‘믿음’이라는 것이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라, 일반적인 차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려면 원론적이고 교리적인 답변 이상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부활의 실재’를 경험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부활을 이야기할 때 ‘부활의 케리그마..

글모음/설교문 2022.05.01

“사랑의 부스러기 Crumbs of Love”- 편견과 배타성을 부수는 힘

2021. 9. 5. 나해_연중23주일 여성선교주일 잠언 22:1-2, 8-9, 22-23 / 시편 125 / 야고 2:1-10, [11-13], 14-17 / 마르 7:24-37 “사랑의 부스러기Crumbs of Love” -편견과 배타성을 부수는 힘-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제 이야기를 잠시 하겠습니다. 어렸을 때 부잣집 여자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그 여자 아이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어디에 살고, 부모님의 직업이 무엇인지 물어보셨습니다. 아마 초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되는데, 그 순간 어린 저의 마음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당황하여 머뭇거리는 저를 내려다보던 그 어머니의 눈빛과 입가의 야릇한 미소는 아직도 잊을 ..

글모음/설교문 2021.09.04

성령의 역할

2021. 5. 23. 나해_성령강림대축일_성공회 예산교회 사도 2:1-21 / 시편 104:24-34, 35하 / 로마 8:22-27 / 요한 15:26-27, 16:4하-15 성령의 역할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지난 5월 13일 목요일이 “승천대축일”이었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시고 40일째 되는 날입니다. 전례력상 대축일은 주일보다 앞서므로 대부분의 교회는 이를 부활 7주일로 옮겨서 지킵니다. 그리고 승천일로부터 열흘째 되는 오늘이 바로 성령강림절입니다. 참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40일간의 사순절, 고난주간, 부활절, 50일간의 부활절기, 승천축일, 그리고 성령강림절. 누구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고, 또 누구에게는 단순히 일상의 연속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회개와 낮..

글모음/설교문 2021.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