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설교문 163

“삼위일체, 관계성, 그리고 세례”

2023. 6. 4. 가해_성삼위일체대축일(세례 성사) 창세 1:1-2:4상 / 시편 8 / 2고린 13:11-13 / 마태 28:16-20 “삼위일체, 관계성, 그리고 세례”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오늘 읽은 창세기 1장에서 하느님의 이름은 ‘엘로힘’입니다. ‘엘로힘’은 창세기 2장에 나오는 ‘야훼’라는 이름과는 다른 신론을 보여줍니다. 모세오경에 등장하는 하느님에 대한 이러한 다양한 이름들은 ‘벨 하우저’의 ‘문서비평’에 큰 힘을 실어줍니다. 아직도 구약학계에서는 이 ‘벨 하우저의 문서론’을 뒤집을 학설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깊은 논쟁까지 우리가 알 필요는 없지만, 이 두 이름을 통해 역설적으로 깨닫는 것은 인간이 보이지 않는 신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

글모음/설교문 2023.06.03

“성령을 받아라: 새로운 변화의 시작”

2023. 5. 28. 가해_성령강림대축일 사도 2:1-21 / 시편 104:24-34, 35하 / 1고린 12:4-13 / 요한 20:19-23 “성령을 받아라: 새로운 변화의 시작”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고픈 마음을 가집니다. 때론 내가 아닌 정말 다른 나로 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변화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습니다. 약간의 변화에도 그동안 쌓아온 삶의 모든 성과들과 관계들이 흔들리고 마니깐요. 그래도 우리는 다양한 현실 도피적이며 타협적인 대안을 찾고 삶의 고통과 한계를 넘어설 기재들을 찾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중 종교적 기재가 가장 강력한 도피와 타협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글모음/설교문 2023.05.27

“죽음,부활, 승천 그리고 성령강림”

2023. 5. 21. 가해_승천대축일_부활7주일 다니 7:9-14 / 시편 93 / 사도 1:1-11 / 루가 24:44-53 “죽음,부활, 승천 그리고 성령강림”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죽음.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으로, 누군가에게는 절망으로, 누군가에게는 이별로, 누군가에게는 죽지 못해 산다는 말처럼 삶을 부정하는 변명으로… 너무나 각양각색의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가지고 우리는 살아갑니다. 어쩌면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요즘은 죽음을 마치 게임을 ‘리셋’하는 듯한 뉘앙스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듯합니다. 2천 년 전,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역사의 예수’를 따랐던 제자들은 과연 스승의 죽음 앞에서 어떤 생각했을까요? 톨스토이..

글모음/설교문 2023.05.21

“성령의 사유화, 은총의 사유화”

2023. 5. 14. 가해_부활6주일 사도 17:22-31 / 시편 66:8-20 / 1베드 3:13-22 / 요한 14:15-21 “성령의 사유화, 은총의 사유화”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요즘 핫한 인공지능 챗봇 Chet GPT에게 성령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주 겸손하면서도 일반적인 답변을 해오더군요. “AI 언어 모델로서 종교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신념이나 의견이 없지만, 일반적인 반응으로 성령은 신자의 마음과 생각에 들어가 그들을 의로운 길로 인도하는 신성한 존재(Divine Entity)라고 믿어집니다. 이것이 달성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며 개인의 신념과 종교적 전통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글모음/설교문 2023.05.13

“상호 거주의 길”

2023. 5. 7. 가해_부활5주일 사도 7:55-60 / 시편 31:1-5, 15-16 / 1베드 2:2-10 / 요한 14:1-14 “상호 거주의 길”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주님, 저희에게 아버지를 뵙게 하여 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요한 14:8 필립보의 간청입니다. 구약의 신론에 의하면 하느님의 현현을 눈으로 본 사람은 반드시 죽습니다. (출애 33:20) 그러나 오늘 그러한 사실을 아는 필립보가 예수께 감히 하느님 아버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합니다. 필립보가 헬라계 유대인인 것을 감안해도 그의 요청은 당시 유대인으로서 너무 당돌합니다. 이는 그가 예수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도 아니고 유대교의 신론을 무시해서도 아닐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필립보의 말..

글모음/설교문 2023.05.07

부활-관계성의 문

2023. 4. 30.가해_부활4주일 사도 2:42-47 / 시편 23 / 1베드 2:19-25 / 요한 10:1-10 “부활-관계성의 문”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사도들이 계속해서 놀라운 일과 기적을 많이 나타내 보이자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사도 2:43 공동번역성서는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을 두려워하게 되었다”라고 의역을 했지만, 직역을 하면 이렇습니다. “경외감이 모든 사람에게 임했다”입니다. ‘경외감’에 해당되는 헬라어는 ‘φόβος포보스’입니다. ‘두려움을 일으키는 어떤 원인’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즉, 어떤 권위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정입니다. 그래서 우리 말로는 ‘두려움’보다는 ‘경외감’에 가장 가깝습니다. 두려우면서..

글모음/설교문 2023.04.30

“부활의 평범성(Banality of Resurrection)”

2023. 4. 23.가해_부활3주일 사도 2:14상, 36-41 / 시편 116:1-4, 12-19 / 1베드 1:17-23 / 루가 24:13-35 “부활의 평범성(Banality of Resurrection)”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그러나 그들은 눈이 가려져서 그분이 누구신지 알아보지 못하였다.” 루가 24:16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늘 공동번역성서가 “그들의 눈이 가려져서”라고 번역한 말은 헬라어로 ‘크라테오κρατέω’ 입니다. 이 말은 ‘명령하다, 지배하다’라는 뜻과 함께 ‘우세하다’, ‘정복하다’, ‘잡다’, ‘쥐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신약성서에서 이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예는 ‘붙들다’, ‘잡다’입니..

글모음/설교문 2023.04.23

“부활 그리고 믿음”

2023. 4. 16.가해_부활2주일 사도 2:14상, 22-32 / 시편 16 / 1베드 1:3-9 / 요한 20:19-31 “부활 그리고 믿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이 책을 쓴 목적은 다만 사람들이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πίστις, 또 그렇게 믿어서 주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20:30-31 요한복음 기자는 이 복음서를 쓴 목적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것은 요한복음 공동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이해한 핵심입니다. 예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는 것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결국 모두 믿음으로 귀결됩니다. 그리스도를 믿고 또 그가 우리에게 생명 주심을 믿는 것..

글모음/설교문 2023.04.16

“죽음으로 죽음을 이기는…”

2023. 4. 8.가해_성 토요일(부활 전야 예식) 천지창조 1:1-2:4상_ 홍해를 건넘: 출애 14:10-31, 15:20-21_ 값없이 주시는 구원: 이사 55:1-11_ 마른 뼈의 골짜기: 에제 37:1-14 / 로마 6:3-11 / 시편 114 / 마태 28:1-10 “죽음으로 죽음을 이기는…”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주님께서는 라자로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단순히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하시는 눈물을 흘리신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자를 다시는 못 보는 것에 대한 슬픔일까요?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죽음이 어떻게 인간의 모든 관계성들을 끊어 놓는지를 목격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신 선한 목적인 ‘하느님과..

글모음/설교문 2023.04.08

"절망의 끝에서"

2023. 4. 7.가해_성 금요일(주님의 수난일) 이사 52:13-53:12 / 시편 22 / 히브 10:16-25 또는 4:14-16, 5:7-10 / 수난복음: 요한 18:1-19:42 “절망의 끝에서”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죽음의 위협을 받는 사람은 과연 어떤 마음일까요? 죽음의 문턱까지, 절망의 나락까지 가 본 사람들은 그 마음이 어떤지를 잘 알 겁니다. 오늘 시편의 시인은 그런 절망 가운데 부르짖습니다. 나의 하느님, 온종일 불러 봐도 대답 하나 없으시고, 밤새도록 외쳐도 모르는 체하십니까? 시편 22:2 이건 하느님을 믿는 사람의 부르짖음입니다. 최소한 하느님을 믿는 우리는 ‘왜’라는 질문, “어떻게”라는 질문을 하며 하소연할 데라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글모음/설교문 2023.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