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20

“어둠의 비늘”_2024.4.7. 나해_부활2주일_설교문

2024.4.7. 나해_부활2주일 사도 4:32-35 / 시편 133 / 1요한 1:1-2:2 / 요한 20:19-31 “어둠의 비늘”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가장 짙은 어둠 속에서는 반딧불이의 불빛같이 작은 빛도 더 밝게 빛나는 법입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안에 비록 작은 빛이라도 빛이 있으면 그 빛은 우리 안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이것은 신앙의 일반적인 현상에서 종종 발견되고 증명됩니다. 그러나 빛이 비치면 어두움이 우리 안에서 더 짙어지고 두드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왜 빛과 은총이 가득한 때에 역설적이게도 어둠이 더 짙게 우리 안에 드리워지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신앙생활을 오래 진지하게 하신 분들은 이러한 경험들이 있..

글모음/설교문 2024.04.07

“이미 죽은 사람”_ 2024.3.30. 나해_ 성 토요일_부활밤_설교문

2024.3.30. 나해_성 토요일_부활밤 로마 6:3-11 / 시편 114 / 마르 16:1-8 “이미 죽은 사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이미 죽은 사람은 죄에서 해방된 것입니다.” 로마 6:7 “이미 죽은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거나 성내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습니다. 사도 바울로는 그리스도와 함께 “이미 죽은 사람”이 바로 그러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므로 죄의 권세인 사망이 그에게 더 이상 왕노릇을 할 수 없고, 또한 다른 사람에게 성내거나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무엇을 뜻합니까? “이미 죽은 사람”과 반대로 “산 사람”은 모두 죄의 속박 가운데 있다는 ..

글모음/설교문 2024.03.30

“모든 생명을 위한 토대”

2023.12.10. 나해_대림 2 주일 이사 63:19하-64-8 / 시편 80:1-7, 17-19 / 1고린 1:3-9 / 마르 13:24-37 “모든 생명을 위한 토대”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영원한 생명은 찰나의 순간에 깨닫는 믿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은 고통과 실패와 좌절과 소외라는 인간 실존의 부조리를 매일 접하는 상황 가운데 존재합니다. 그것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가운데 ‘있음’으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죽을 것 같은 고통과 좌절 속에 있는 사람들이 삶과 죽음의 언저리에서 그러한 생명을 발견하면 희망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생명은 단순한 호흡과 혈액의 순환 그리고 심장의 활동에 의한 유전자적 신진대사와 관련되지 않습니다. 생명은 끊임없는 성장..

글모음/설교문 2023.12.10

“우리의 상상력에 아로새겨진 신앙”

2023. 11.5. 가해_모든 성인의 날_연중31주일 묵시 7:9-17 / 시편 34:1-10, 22 / 1요한 3:1-3 / 마태 5:1-12 “우리의 상상력에 아로새겨진 신앙”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요즘 부동산 가치 때문에 사람들은 죽음과 관련된 모든 시설을 기피하는 경향이 큽니다. 장례식장, 화장터는 혐오시설로 취급됩니다. 죽음이 우리 삶의 일부분처럼 늘 우리 곁에 있는데도 이를 기피하는 이러한 현상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물론 부동산이란 자본주의의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민족의 내면에는 유골에 대해 ‘부정하다’는 생각을 은연중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 민족은 샤머니즘과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의 영향으로 죽음에 대해 다른 민족보다 매우 복합적인..

글모음/설교문 2023.11.05

“죽음,부활, 승천 그리고 성령강림”

2023. 5. 21. 가해_승천대축일_부활7주일 다니 7:9-14 / 시편 93 / 사도 1:1-11 / 루가 24:44-53 “죽음,부활, 승천 그리고 성령강림”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죽음.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으로, 누군가에게는 절망으로, 누군가에게는 이별로, 누군가에게는 죽지 못해 산다는 말처럼 삶을 부정하는 변명으로… 너무나 각양각색의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가지고 우리는 살아갑니다. 어쩌면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요즘은 죽음을 마치 게임을 ‘리셋’하는 듯한 뉘앙스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듯합니다. 2천 년 전,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역사의 예수’를 따랐던 제자들은 과연 스승의 죽음 앞에서 어떤 생각했을까요? 톨스토이..

글모음/설교문 2023.05.21

부활-관계성의 문

2023. 4. 30.가해_부활4주일 사도 2:42-47 / 시편 23 / 1베드 2:19-25 / 요한 10:1-10 “부활-관계성의 문”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사도들이 계속해서 놀라운 일과 기적을 많이 나타내 보이자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사도 2:43 공동번역성서는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을 두려워하게 되었다”라고 의역을 했지만, 직역을 하면 이렇습니다. “경외감이 모든 사람에게 임했다”입니다. ‘경외감’에 해당되는 헬라어는 ‘φόβος포보스’입니다. ‘두려움을 일으키는 어떤 원인’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즉, 어떤 권위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정입니다. 그래서 우리 말로는 ‘두려움’보다는 ‘경외감’에 가장 가깝습니다. 두려우면서..

글모음/설교문 2023.04.30

“부활의 평범성(Banality of Resurrection)”

2023. 4. 23.가해_부활3주일 사도 2:14상, 36-41 / 시편 116:1-4, 12-19 / 1베드 1:17-23 / 루가 24:13-35 “부활의 평범성(Banality of Resurrection)”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그러나 그들은 눈이 가려져서 그분이 누구신지 알아보지 못하였다.” 루가 24:16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늘 공동번역성서가 “그들의 눈이 가려져서”라고 번역한 말은 헬라어로 ‘크라테오κρατέω’ 입니다. 이 말은 ‘명령하다, 지배하다’라는 뜻과 함께 ‘우세하다’, ‘정복하다’, ‘잡다’, ‘쥐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신약성서에서 이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예는 ‘붙들다’, ‘잡다’입니..

글모음/설교문 2023.04.23

“부활 그리고 믿음”

2023. 4. 16.가해_부활2주일 사도 2:14상, 22-32 / 시편 16 / 1베드 1:3-9 / 요한 20:19-31 “부활 그리고 믿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이 책을 쓴 목적은 다만 사람들이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πίστις, 또 그렇게 믿어서 주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20:30-31 요한복음 기자는 이 복음서를 쓴 목적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것은 요한복음 공동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이해한 핵심입니다. 예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는 것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결국 모두 믿음으로 귀결됩니다. 그리스도를 믿고 또 그가 우리에게 생명 주심을 믿는 것..

글모음/설교문 2023.04.16

“친교로서의 부활”

2023. 4. 9.가해_부활대축일 사도 10:34-43 또는 예레 31:1-6 / 시편 118:1-2, 14-24 / 골로 3:1-4 또는 사도 10:34-43 / 요한 20:1-18 또는 마태 28:1-10 “친교로서의 부활”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생명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견 어느 정도는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 사람의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명은 단순히 숨을 쉬고 있는 것 이상입니다. 생명은 매우 상호의존적입니다. 우리의 생명이 육체적인 작용 이상인 것은 모든 생명이 상호 관계성 속에 상호 의존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모든 피조물은 서로가 서로에 위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육체와..

카테고리 없음 2023.04.09

“죽음으로 죽음을 이기는…”

2023. 4. 8.가해_성 토요일(부활 전야 예식) 천지창조 1:1-2:4상_ 홍해를 건넘: 출애 14:10-31, 15:20-21_ 값없이 주시는 구원: 이사 55:1-11_ 마른 뼈의 골짜기: 에제 37:1-14 / 로마 6:3-11 / 시편 114 / 마태 28:1-10 “죽음으로 죽음을 이기는…”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주님께서는 라자로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단순히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하시는 눈물을 흘리신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자를 다시는 못 보는 것에 대한 슬픔일까요?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죽음이 어떻게 인간의 모든 관계성들을 끊어 놓는지를 목격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신 선한 목적인 ‘하느님과..

글모음/설교문 202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