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9

희망의 상실 시대

2023. 6. 18. 가해_연중11주일 창세 18:1-15 / 시편 116:1-2, 12-19 / 로마 5:1-8 / 마태 9:35-10:23 “희망의 상실 시대”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그러나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따지고 보면 서른 살에 죽느냐 예순 살에 죽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둘 중 어떤 경우가 됐든 당연히 다른 남자들과 다른 여자들은 살아갈 것이고, 수천 년 동안 그럴 것이다. 요컨대 이보다 더 명백한 것은 없다. 지금이건 이십 년 후건 언제나 죽는 것은 바로 나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중에서] 교통사고로 삶을 마감한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은 주인공 ..

글모음/설교문 2023.06.18

“모험의 상실 시대”

2023. 6. 11. 가해_연중10주일 창세 12:1-9 / 시편 33:1-12 / 로마 4:13-25 / 마태 9:9-13, 18-26 “모험의 상실 시대”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많은 분들이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어 보셨을 겁니다. 지금은 내용이 좀 아득하지만 어린 시절 우리에게 꿈과 모험을 자극했던 소설인 것만은 분명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로드무비처럼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대리만족과 같은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 안에 잠재된, 우리 유전자 깊은 곳에 내재된 모험심이 불쑥 우리 안에서 솟구침을 느낍니다. 권선징악이란 뻔한 틀의 이 성장 소설이 고전이 된 것은 바로 인간 내면의 있는 이러한 모..

글모음/설교문 2023.06.11

“성령을 받아라: 새로운 변화의 시작”

2023. 5. 28. 가해_성령강림대축일 사도 2:1-21 / 시편 104:24-34, 35하 / 1고린 12:4-13 / 요한 20:19-23 “성령을 받아라: 새로운 변화의 시작”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고픈 마음을 가집니다. 때론 내가 아닌 정말 다른 나로 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변화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습니다. 약간의 변화에도 그동안 쌓아온 삶의 모든 성과들과 관계들이 흔들리고 마니깐요. 그래도 우리는 다양한 현실 도피적이며 타협적인 대안을 찾고 삶의 고통과 한계를 넘어설 기재들을 찾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중 종교적 기재가 가장 강력한 도피와 타협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글모음/설교문 2023.05.27

“죽음,부활, 승천 그리고 성령강림”

2023. 5. 21. 가해_승천대축일_부활7주일 다니 7:9-14 / 시편 93 / 사도 1:1-11 / 루가 24:44-53 “죽음,부활, 승천 그리고 성령강림”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죽음.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으로, 누군가에게는 절망으로, 누군가에게는 이별로, 누군가에게는 죽지 못해 산다는 말처럼 삶을 부정하는 변명으로… 너무나 각양각색의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가지고 우리는 살아갑니다. 어쩌면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요즘은 죽음을 마치 게임을 ‘리셋’하는 듯한 뉘앙스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듯합니다. 2천 년 전,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역사의 예수’를 따랐던 제자들은 과연 스승의 죽음 앞에서 어떤 생각했을까요? 톨스토이..

글모음/설교문 2023.05.21

“부활 그리고 믿음”

2023. 4. 16.가해_부활2주일 사도 2:14상, 22-32 / 시편 16 / 1베드 1:3-9 / 요한 20:19-31 “부활 그리고 믿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이 책을 쓴 목적은 다만 사람들이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πίστις, 또 그렇게 믿어서 주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20:30-31 요한복음 기자는 이 복음서를 쓴 목적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것은 요한복음 공동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이해한 핵심입니다. 예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는 것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결국 모두 믿음으로 귀결됩니다. 그리스도를 믿고 또 그가 우리에게 생명 주심을 믿는 것..

글모음/설교문 2023.04.16

“영원성에 대한 정열”

2022.8.14. 연중20주일 예레 23:23-29 / 시편 80:1-2, 8-9 / 히브 11:29-12:2 / 루가 12:49-56 “영원성에 대한 정열”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오늘 말씀은 여러 개의 단절어들로 구성된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 말씀을 어떤 상황에서 주님께서 발설하셨을지 추측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상황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이 전승된 자료들이기 때문입니다. 앞뒤 맥락이 다 빠졌기 때문에 말씀의 진의를 빗나갈 위험이 있습니다. 루가는 이러한 단절어들을 ‘종말론적인’ 관점에서 여기에 모아 놓았습니다. 세부적으로 갈라 보면 4개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49절, 50절, 51절에서 53절, 54절에서 56절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단절어들을, 쉽지는 않지..

글모음/설교문 2022.08.13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2021.11. 28. 다해_ 대림 1 주일 예례 33:14-16 / 시편 25:1-10 / 1데살 3:9-13 / 루가 21:25-36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사제, Artist 이제 전례력으로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전례력의 시작(대림절)은 주님에 대한 우리 교회의 기다림을 신학적으로 표현합니다. 교회는 두 가지의 기다림을 말합니다. 하나는 다시 오실 재림 예수에 대한 기다림이고, 또 하나는 이 세상을 구원할 아기 예수의 탄생에 대한 기다림입니다. ‘재림 예수’에 대한 기다림은 부활과 승천하신 주님의 약속에 기반하고, 메시아의 탄생은 구약의 예언에 기초합니다. 평화와 구원을 선포하신 아기 예수의 탄생은 우리와 세상에게 기쁜 소식이었지만, 다시 오실 재림은 모..

글모음/설교문 2021.11.26

성령의 역할

2021. 5. 23. 나해_성령강림대축일_성공회 예산교회 사도 2:1-21 / 시편 104:24-34, 35하 / 로마 8:22-27 / 요한 15:26-27, 16:4하-15 성령의 역할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지난 5월 13일 목요일이 “승천대축일”이었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시고 40일째 되는 날입니다. 전례력상 대축일은 주일보다 앞서므로 대부분의 교회는 이를 부활 7주일로 옮겨서 지킵니다. 그리고 승천일로부터 열흘째 되는 오늘이 바로 성령강림절입니다. 참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40일간의 사순절, 고난주간, 부활절, 50일간의 부활절기, 승천축일, 그리고 성령강림절. 누구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고, 또 누구에게는 단순히 일상의 연속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회개와 낮..

글모음/설교문 2021.05.23

[독서]창조와 신체성 [위르겐 몰트만의 '창조 안에 계신 하느님' p.p.351~394]

제10장 “신체성은 하느님의 모든 사역의 종점이다”, [위르겐 몰트만, ‘창조 안에 계신 하느님’, 김균진 역, 한국신학연구소, 2004, 서울, p.p.351~394] 창조와 신체성 채 야고보 [들어가는 말] “인간이 없으면 신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신이 인간이 되지 않고는 완전한 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중략)…즉 우리는 신을 초월적인 관념으로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고 또 우리의 어두운 면을 밝혀주는 존재로 발견하다.” – 메를로 퐁티의 中에서 몰트만은 이 장에서 ‘신체성’과 관련하여 다양한 유비론적인 설명을 하고 있으며 또한 신체성과 관련한 ‘건강’에 대한 단상을 이 장의 끝에서 적고 있다. 필자는 그의 아날로기아적 방법론에 입각한 구체적인 신학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