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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의 "오래된 인력거"를 보고...

James Chae 2012. 4. 3. 21:39

다큐영화 오래된 인력거를 보고

채창완

 


[사진출처: Daum]


"꼴까따Kolkata"


그래 그곳 사람들은 뱅골리Bengali로 켈커타Calcutta를 그렇게 불렀다. 정말 아득하게 느껴지는 그 이름 꼴까따벌써 17년 전의 일이다 내가 꼴까따를 처음 밟은 때가.

 

그때 하우라역Hawrah station에서 릭샤ricksha를 타고 서데르 스트리트Sudder St.까지 가는데 200루피rupee를 지불했다. 완전 바가지. 35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릭샤를 끄는 릭샤왈라rickshaw walla의 뒷모습을 보고 운임을 도저히 깎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30루피만 줘도 되는 거였다.

 

보이는 새라고는 까마귀 밖에 없었고, 오토릭샤Auto rickshaw의 검은 매연과 먼지, 발디딜 틈없이 거리를 가득 메운 많은 사람들, 그리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머리 위에서 이글거리는 태양, 거리를 뒹구는 쓰레기 더미들


[사진출처: Daum]

 

길가의 그늘마다 드러누워 배를 드러내고 낮잠을 자는 사람들, 도시의 어디를 둘러봐도 조금의 공간적 여유만 있으면 사람들과 자동차로 빽빽하게 채워지는 도시. 그것이 내가 처음 경험한 꼴까따의 이미지였다. 당시에는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 마저 느꼈었다. 그러나 그후 나와 꼴까따와의 인연은 4년간 지속되었다.

 

인도에서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래로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던 곳이었는데, “오래된 인력거라는 영화를 통해 그때의 추억이 되살아 났다. 이성규 감독의 다큐멘타리 영화인 오래된 인력거는 샬림이라는 릭샤왈라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이외수 작가의 구수한 나레이션과 꼴까따의 분위기가 묘한 조화를 이뤄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역시 감독은 예술가이다. 카메라 앵글로 감독이 잡아낸 꼴까따의 풍경은 내가 경험한 것보다 더 아름답고 낭만스러웠다. 물론 그 안에 그려진 샬림의 삶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았지만

 

샬림의 꿈은 오토릭샤를 사서 자신의 가족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자신의 꿈을 위해 하루 하루 번 돈을 절약하며 모으면서도 매달 비하르에 있는 가족에게 2,000루피씩 생활비를 송금하는 그였다(우리 돈으로 약 7~8만 원 정도). 어떤 어려움도 견뎌내며 핏줄이 터질 것 같은 고통도 감내하면서 그는 매일같이 릭샤를 끈다. 그런 힘든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은 그의 소박한 꿈 때문이다. 그리고 한 푼 두 푼 돈이 모일 때마다 그는 희망에 다가가고 있다는 확신에 기뻐했다.


[사진출처: Daum]

 

그러던 그가 아내가 아파 많은 돈이 아내의 치료비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돈이 점점 줄어들어, 어떻하지하며 절규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이나 아내를 치료하는 것이나 모두 그와 가족에게 소중하기 때문에 그는 번민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를 위해 돈을 쓰자니 자신의 삶과 가족들의 앞날이 캄캄하고 안 쓰자니 아내가 죽어가고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야 하는 인생에게 돈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아는 사람은 그의 괴로움과 갈등을 십분 이해하리라. 그들에게 돈은 곧 생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가난은 너무 야속하게도 가난한 자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곤 한다. 그것이 운명이라고 하기에는 개인이 감당하기에 너무 버겁다. 이럴 땐 정말 신이 야속해진다.

 

다큐를 보고 울어 보긴 처음이다. 나에게 너무도 낯익은 배경과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걸꺼다

칼칼한 먼지 날리는 그 거리와 그 사람들의 땀 냄새가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