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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사건의 토착화 이미지_혜촌 김학수

James Chae 2011. 9. 3. 19:52

 

 

 

예수사건의 토착화 이미지_혜촌 김학수

 

채창완


 

만약 2000년 전의 예수사건이 오늘 이곳 우리의 문화적 콘텍스트(context) 속에서 진행되었다면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혜촌 김학수의 작품들은 이러한 고민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는 한국이란 콘텍스트 속에 예수사건을 그대로 옮겨 놓으려 했다. 그것은 일종의 미술과 기독교의 토착화실험이었다. 그의 예수의 생애시리즈 작품 속에서 보이는 예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양인의 모습과 차이점을 보인다. 물론 예수의 의상이나 얼굴에서 서양인의 흔적이 전혀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검은 머리와 검은 수염은 그가 한국적인 예수의 모습을 고민했음을 보여준다.[그림1] 그림의 배경은 개화기의 우리나라이다. 그것은 전형적인 한국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림 속의 예수 주변에 있는 인물들은 모두 한복과 치마저고리를 입은 사람들이다.[그림2] 그의 그림에서 성서의 역사적 고증이란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그의 상상력에 의존하여 예수사건을 자신이 경험하는 시간과 장소로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1_혜촌 김학수_예수의 농촌 전도_한지에 수묵 채색

 

 

 

1919년 생인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 전파의 역사를 직접 체험한 산 증인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들은 마치 기독교의 살아있는 역사서를 보는 듯하다. 그는 초창기의 한국기독교의 중요한 교회들과 기독교 기관들의 건물을 화폭에 담기도 했고, 또한 순교와 박해시리즈도 남겼다. 그러한 그림들은 마치 기록화같이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해준다. 특히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박해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은 지금도 보는 이를 섬뜩하게 한다. [도판3]

 

 

 

그림2_혜촌 김학수_수고한 자들을 부르심_한지에 수묵 채색

 

 

 

그의 그림들은 하나 같이 내레이션이 가능하다. 이는 마치 한국기독교역사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기독교인이라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 일견에 쉽게 알 수 있다. 예수께서 복음을 가난하고 소외 받는 자들에게 쉬운 말로 전파하셨듯이 작가의 작품들은 성서의 내용을 모르는 문맹자라도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작가가 문맹자들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들은 단순 명료하게 성서의 내용을 요약한다. 이는 그림이 주는 시각적 교육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그림3_혜촌 김학수_기독교 박해-무릎누르기_한지에 수묵 채색

 

 

분명 한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둘러 쌓인 예수의 이미지는 우리들에게 친숙한 모습이 아니다. 예수는 오늘날의 팔레스타인 사람이었고, ‘예수사건이 일어난 장소도 바로 그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기획한 것일까? 그것은 예수의 이야기를 우리의 것으로 해석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예수의 복음선포는 먼 나라에서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 여기 이 땅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복음의 본질은 시대와 장소를 달리하고, 문화와 문화가 충돌하는 속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변하는 것은 다만 그 복음의 진리를 담아내는 문화적 용기(容器)라는 외형일 뿐이다. 이는 초기 기독교가 헤브라이즘 문화 속에서 어떻게 헬레니즘 문화 속으로 전파되었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헤브라이즘의 메시아또는 2의 아담이란 개념은 헬레니스트들에게는 생소한 것이었다. 그래서 헬레니스트들에게 익숙한 진리의 개념인 로고스(Logos)’가 대신 사용되었던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유대교 이름인 야훼보다 하나님이란 이름이 우리 민족에게 더 친숙한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진리의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지만 그 외형은 다양한 문화 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혜촌 김학수의 작품들은 이러한 복음의 토착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 예술의 진정성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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