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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미술품 옥션하우스(시장)의 정체성_이정구

James Chae 2013. 8. 27. 00:44


*이 글은 제가 기획에 참여했던 " 기독교미술시장 활성화 포럼 AUCTION + CRISTIANITY = ? "(2007.11.12 / CCMM빌딩 1층 메트로)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어떻게 종교와 미술 그리고 상업성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물음이 있었던 포럼이었습니다. 물론 그 공존의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는 결론이었지만, 나름 크리스천들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참고로 이 행사는 N.G.C.G(갤러리 PM2, 빛갤러리,세오갤러리,진흥아트홀) 주최와 기독미술연구회, 아트미션,한국미술인선교회,(주)바흐컬쳐,진흥문(주),(주)타블로기획 등의 후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N.G.C.G와 글쓴이에게 있으므로 무단 복제 및 전제는 삼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스도교 미술품 

옥션하우스(시장)의 정체성



                                                      이 정 구 (성공회대 교수/신학자)



 

 I. 그리스도교 미술품 소장의 역사 


  초대교회 이후 그리스도교에서의 미술품이란 개인이 소장하든 교회나 수도원이 소장하든 그 목적은 예배(기도)와 교육이 주된 목적이었으며, 그 미술품을 적절한 곳에 안치함으로써 얻게 되는 장식의 효과는 부가적인 것이었다. 동방교회를 중심으로 성 화상 숭배가 개연적으로 이루어진 이후 그 제작은 주로 수도원의 익명의 수도승들의 작품들이었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들을 교회나 고위 성직자, 부자들이 처음에는 기도용으로 소장하기 시작했는데 그 소장품에 경제적 가치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그 작품들에 대한 수도원의 제한된 생산력과 수요의 증대가 가져온 결과이다. 유대-기독교의 교리전통에 따라 신에 대한 성 화상 제작이 금지되었던 관계로 주로 성인들에 관한 성 화상이 제작되었는데 이 제작조차도 오랜 기간 ‘성 화상 파괴 논쟁’으로 인해 순조롭지 못했던 관계로 희소가치가 있었다. 특히 특정한 성 화상에 미신적인 기복사화가 덧붙여지면, 그 ‘특정한’ 성 화상을 구하려는 시민들의 요구가 증대하게 되면서 그 성 화상의 가격은 재산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따라서 그것을 제작하는 수도원의 재산도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수도원과 공조하는 특정 세력의 계략이 있었다. 비단 성 화상뿐만 아니라 특정 소수자들만을 위한 호화로운 기도서나 양피지 성서들도 모두 재산가치가 있는 상품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물물교환이나 상거래가 이루어졌는지는 추측만 할 뿐이다. 본격적으로 이러한 제품들이 부호들에 의해 수집되고 경제적 가치를 재창출하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시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메디치 가문을 중심으로 미술품 소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그 가문의 자랑이며 권위의 상징이 되었다. 귀족 가문들을 중심으로 유명한 작가의 미술품이나 희귀본을 소장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몇 몇 작품들은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통은 현대에 까지 이어져 전 세계 대 기업들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설립하고 그곳에 자신들의 소장품을 전시하고 과시하며 재산증식과 기업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유수의 미술품과 골동품을 수집하는 경로는 다양하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통로는 갤러리를 통하거나 작가와의 직접적인 거래, 그리고 옥션이며, 부득이한 경우 개인의 소장품을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 음성적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산업자본주의 시장에서 미술품 유통시장이 여러 가지로 확장되면서 순기능적인 면뿐만 아니라 역기능적인 면들도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이 문제는 여기에서 다루지 않는다.  



II. 그리스도교에서의 재산에 관한 이해

 

   그리스도교의 근본정신은 그 성격이 공산주의와 퍽 유사하다. 특히 초대교회 정신은 ‘나눔’이었고 한 특정인에게 부가 축적되는 것을 성서는 바람직하지 않게 여기고 있다(부자 청년의 비유). 이 정신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그리스도교의 근간이 되는 근본적인 정신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리스도교가 지니고 있는 이러한 정신을 자본주의의 틀에 맞춘 왜곡된 해석들이 분분하다. 그리스도교에서 보는 재산은 동산과 부동산의 구분이 따로 없다. 그 재산이란 물적인 것뿐만 아니라 지적이며 예술적인 것 모두 포함된다. 


  루터는 인간의 직업이나 직무는 하느님께 봉사하고 다른 사람들을 돕도록 세워진 하느님의 도구일 뿐이라고 했다.*김주한, “마르틴 루터 신학에서 공공성의 가치”, 한국교회사학회보, 서울, 한국교회사학회, 2006 제 19집, pp. 82-83. 높은 위치에 있는 권력자들일수록 겸손해야 하며 가난한자들을 사랑하고 돌보는데 그들의 권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권력이란 정치적 권력뿐만 아니라 지적, 영적, 예술적, 경제적 인 유형무형의 권력을 모두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 칼뱅은 ‘그리스도교 강요 제 3권’의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소명’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직업을 통해 다양한 삶을 허락받았는데 직업은 인간의 과도한 탐욕을 통제받고 삶의 기초를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삶의 형식인데,* 손규태, 개신교윤리사상사,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98, p. 72; 우리가 다만 우리의 직업에 복종하면 어떤 일을 하든지 천대를 받지 않으며 하느님 앞에서 경히 여김을 당하지 않는다.어떤 일을 하든지 탐욕을 내지 말고 충실히 일할 것을 요구했다. 그 당시 어떤 일이란 고리대금업까지도 포함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의 정도에 관한 정의를 내리기란 간단하지 않다. 탐욕으로 벌어드린 재산을 나눈다고 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탐욕자체가 죄다. 충실히 정당하게 벌어드린 재산도 가난한 자들과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진정한 믿음이란 무엇보다 나눔과 공공성을 통한 이웃사랑이며 이것을 통해 구원에 이른다고 가르치고 있다.




III. 투기와 교회의 반성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나 법인, 단체가 자신의 재산을 증식시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어떤 물적, 지적 대상에 대한 투자와 투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도 모호하지만, 투기는 정당하지 못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재산을 증식하고자 하는 탐욕의 욕망을 채우려는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욕망은 끝이 없는 욕망이다. 한국에서 그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투기이다. 그러나 경매를 통한 수익을 투자로 볼 것인지 투기로 볼 것인지는 여기에서 다루지 않는다. 경매의 절차와 방법이 그 사회가 규정한 법적인 구획 안에서 정당하다고 해석될지라도 경매에 임하는 사람의 주된 의도가 재산증식을 위한 탐욕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면 그리스도교에서는 그 행위자체를 넓은 의미에서 죄의 범주에 두며 그로인한 결과로서의 수익도 결국 정당하지 못한 수익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성서와 교회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많은 그리스도교인들은 부동산투기나 경매활동을 하여 수익을 얻고 있다.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교회가 교인들에게 정당하지 못한 투기나 경매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설교나 기타 성서공부를 통해 권면을 할 수는 있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한국에서는 교회자체가 교회재산 증식이나 교회건축을 위해 부동산투기에 적극적으로, 음성적으로 동참한지 오래되었다. 이미 교회가 교인들에게 투기에 관해 권면할 권위를 상실한 것이다. 


  국내에 부동산 투기가 한참일 때 한국 그리스도교는 신학자들을 통해 하느님 소유인 토지의 공공성에 관해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많은 심포지움을 개최한 바 있으나 학문적 범주에서 머물렀고 일선 교회와 그리스도교인, 사회에 미친 영향은 아주 미미했다. 오늘의 옥션에 관한 논의도 과거 토지에 관한 논의 이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지를 기대하기를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먼저 교회가 탐욕으로 옥션에 참여하는 것을 숙고해야한다.



IV. 재산의 공공성 담보  


  자본주의 사회가 탐욕으로 물들었다고 할지라도 교회는 사회를 순화하는 수도원과 같아야 한다. 교회는 교인들이 모이는 곳이며 교인 한명 한명이 수도승과 같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그 빛과 맛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가 바로 소명이다. 부자는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며 천명이다. 이 실천이 어렵다면 교회와 그리스도교인들은 자신의 재산 중에 일부라도 환원하여 공익과 공공성을 확장해 가기 위한 수고를 멈춰서는 안 된다. 현대사회와 가족은 집단 이기주의와 가족이기주의로 만연해 있다. 교회와 교인 가정도 그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이기주의도 욕망에서 비롯한 것이며 욕망은 현실을 생산한다. *이득재, 가족주의는 야만이다, 서울, 소나무,  2001, p. 182.



  공공성을 구현한다는 미명하에 많은 종교단체들이 사회복지 기관을 설립하고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운영을 하고 있지만 이것도 종교간, 교파 교단 간 경쟁이 심해 종교집단의 이기주의 욕망의 한 구현으로 나타나고 있다. 진정으로 노인을 사랑한다면 복지관을 늘려나감으로써 출가 노인을 양상 할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유가의 효의 전통에 의해 노인들을 집안으로 모셔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와 핵가족 야만주의가 갖고 있는 합리적 모순이다. 이러한 모순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공공성 확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V.  그리스도교 미술품 옥션시장에 관한 제언


그리스도교 미술품 옥션시장과 일반 예술작품 옥션시장의 성격이 다를 것 없겠지만 특히 그리스도교는 사회와 차별성을 갖는 옥션시장을 열어야 한다. 그 근본적인 원칙도 전장에서 밝힌 것과 다르지 않다.


첫째, 특히 그리스도교 미술품 옥션에 임하는 사람들은 부동산 투기와 같은 재산증식을 향한 탐욕의 욕망을 채우려는 태도와 마음을 버려야 한다.  


둘째, 옥션을 통한 수익금중의 일부라도 필히 사회에 환원하여 그리스도교 미술의 공공성 확장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미술품 옥션의 수익금 사용의 한계를 그리스도교 미술발전에 국한 시킬 필요는 없겠지만 출발의 목적과 의의는 그렇게 하는 것이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 이러한 수익금으로 메세나 운동처럼 그리스도교 미술가를 후원하고 발굴하여야 한다. 


셋째, 그리스도교 미술 옥션시장은 탐욕을 근간으로 한 개인이나 특정 단체가 설립하기보다는 이 뜻에 동조하는 많은 다수의 사람들이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재산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가능한 많은 대중에게 분산시키는 일이다. 이럴 때 공공성을 더 확보해 갈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 한국교회는 가족주의로 팽배해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넷째, 옥션에 참여하는 그리스도교 미술품의 선정에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미술대학 교수의 작품이나 이미 저명한 작가의 작품에 국한하는 것을 지양하고 옥션을 통해 작가를 폭넓게 발굴하여야 한다. 먼저 일반 대중으로부터의 작품추천을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이렇게 추천된 작가를 검열하고 또 추천할 수 있는 미술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추천위원회가 필요하다. 한국 가톨릭은 가톨릭 미술인 협회가 주관하는 전시회가 해마다 열리고 성 미술을 검열하는 기관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 저명한 가톨릭 작가들이 교회 다수의 성 미술 제작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도교 미술작가의 폭 넓은 발굴은 쉽지 않은 듯이 보인다. 


다섯째, 옥션에 출품하는 미술품의 장르가 다양해야 한다. 회화(한국화 포함) 조각, 도자기, 서예뿐만 아니라 성 가구에 이르기 까지 다양할수록 좋다. 옥션은 전시회장과 갤러리와 같은 기능도 함으로써 그리스도교 미술품의 향유를 대중화하고 감상의 안목을 고양시켜줄 사명도 있는 것이다. 이와 비례하여 작가의 작품수준도 한층 고양될 것이다.   



VI.  맺는 말  


개신교회는 교회미술에 대한 수요가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최근 교육과 장식용으로 미술품을 교회 안 밖에 설치하는 교회와 신학대학과 같은 기관이 조금씩 늘고 있다. 교인들의 미적 수준이 향상되면서 집안과 교회 벽에서 흔히 보았던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시는 그리스도’ 같은 키치 미술품 보다는 좀 더 품격이 있는 감상과 장식을 위해서, 한 편으로는 재산 가치로서 그리스도교 미술품을 소장하려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일반 미술품 옥션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그리스도교 미술품 옥션도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세속의 옥션시장 모방을 지양하고 그리스도교 문화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옥션시장을 설립하는 사람이나 단체, 옥션에 임하는 모든 사람들은 세속적인 탐욕을 포기할 때 비로소 그리스도교 미술품 옥션시장은 신뢰를 받는 문화권위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수 있다. 현대 교회가 비난받고 있는 여러 가지 원인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리스도교 미술옥션시장은 또 하나의 이름만 다르게 특화시킨 세속적인 미술품투기 경매시장의 하나로 세간의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