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_paintings/Sitz des Seins 2016

세월호를 기억하며...

James Chae 2014. 12. 17. 17:12

 

 

 

채야고보_Sitz des Seins #28_ 20140416_ pencil, charcoal, acrylic on linen. 72.8x53cm, 2014

 

 

 

주님,

지금 밖에는 눈이 옵니다.

올겨울은 초반부터 너무 춥고,

또 많은 눈이 옵니다.

그래도

우리는 뭍에서

따뜻한 겨울,

은혜로운 성탄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차가운 물 속에서

우리 곁을 떠난 300여명의 사람들은

우리가 맞이하는 은혜로운 성탄절도,

이 눈 쌓인 아름다운 풍경도

더 이상 마주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그들도 우리와 함께

이 따뜻한 성탄의 기쁨을

나눌 수 있었을 겁니다.

 

2014년 4월16일.

주님,

우리가 그 날을 잊지 않게 하소서.

우리의 무능과 안전불감증으로 대한민국이 수장된 날.

우리의 동생들,

우리의 자식들,

우리의 친구들,

우리의 부모님들,

우리의 할아버지들,할머니들,

우리의 언니들,오빠들이

차디찬 바닷 속으로 떠난 날.

우리가 그 날을 잊지 않게 하소서.

 

주님,

상실의 고통 만큼이나

잊혀짐의 고통도 크다는 것을 압니다.

시간이 유수같이 아무리 빠르다 하더라도,

우리의 삶이 전혀 여유없게

우리를 정신없이 휘몰아간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 날을 절대 잊지 않게 하소서.

 

그 날,

우리는 그들을 구해달라고

당신께 소리 높혀 기도했지만,

끝끝네 그들은 우리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 날,

우리의 기도가 헛되고

우리의 통곡이 헛되어

얼마나 괴로웠던지.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자신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한심했던지.

당신을,

또 우리 자신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습니다.

그 때 당신은 두려움에 떨며 죽어가는

그들을 하나 하나 품고 위로하셨다는 것을.

그들을 구출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무능과 우리의 '희생없음' 때문이란 것을.

모두가 자기 살기에 바빴던 겁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또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남'은 늘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주여.

우리를 용서하소서.

 

주여,

우리가 기억하게 하소서.

그 날

고함치며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살려달라 소리치는 그들과

당신도 함께 죽으셨음을.

 

주여,

기억하게 하소서.

그 날

그들과 숨막히는 고통과 아픔을

당신이 끝까지 함께 하셨음을.

 

이제

당신이 우리 안에 아기 예수로 다시 오신 것 처럼

그들도 우리 안에 기억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그리하여

다시는 이 땅에 그와 같은 슬픔이 없게 도와 주소서.

 

주여,

잊지 않게 하소서.

그들을 잃은 가족들의 아픔과 상실감을

우리가 잊지 않게 하소서.

우리의 기도 가운데

그들을 늘 기억하게 하소서.

 

아멘.

 

 

"나 야훼가 말한다. 라마에서 통곡 소리가 들린다. 애절한 울음 소리가 들린다. 라헬이 자식을 잃고 울고 있구나. 그 눈앞에 아이들이 없어 위로하는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가지 않는구나.

이 야훼의 말을 들어라. 울음을 그치고 눈물을 거두어라. 애태운 보람이 있어 자식들이 적국에서 돌아오리라. 이는 내 말이라, 어김이 없다.

밝은 앞날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분명히 말한다. 너의 자식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리라."

[렘31: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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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C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