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야고보_Sitz des Seins #28_ 20140416_ pencil, charcoal, acrylic on linen. 72.8x53cm, 2014
주님,
지금 밖에는 눈이 옵니다.
올겨울은 초반부터 너무 춥고,
또 많은 눈이 옵니다.
그래도
우리는 뭍에서
따뜻한 겨울,
은혜로운 성탄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차가운 물 속에서
우리 곁을 떠난 300여명의 사람들은
우리가 맞이하는 은혜로운 성탄절도,
이 눈 쌓인 아름다운 풍경도
더 이상 마주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그들도 우리와 함께
이 따뜻한 성탄의 기쁨을
나눌 수 있었을 겁니다.
2014년 4월16일.
주님,
우리가 그 날을 잊지 않게 하소서.
우리의 무능과 안전불감증으로 대한민국이 수장된 날.
우리의 동생들,
우리의 자식들,
우리의 친구들,
우리의 부모님들,
우리의 할아버지들,할머니들,
우리의 언니들,오빠들이
차디찬 바닷 속으로 떠난 날.
우리가 그 날을 잊지 않게 하소서.
주님,
상실의 고통 만큼이나
잊혀짐의 고통도 크다는 것을 압니다.
시간이 유수같이 아무리 빠르다 하더라도,
우리의 삶이 전혀 여유없게
우리를 정신없이 휘몰아간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 날을 절대 잊지 않게 하소서.
그 날,
우리는 그들을 구해달라고
당신께 소리 높혀 기도했지만,
끝끝네 그들은 우리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 날,
우리의 기도가 헛되고
우리의 통곡이 헛되어
얼마나 괴로웠던지.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자신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한심했던지.
당신을,
또 우리 자신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습니다.
그 때 당신은 두려움에 떨며 죽어가는
그들을 하나 하나 품고 위로하셨다는 것을.
그들을 구출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무능과 우리의 '희생없음' 때문이란 것을.
모두가 자기 살기에 바빴던 겁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또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남'은 늘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주여.
우리를 용서하소서.
주여,
우리가 기억하게 하소서.
그 날
고함치며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살려달라 소리치는 그들과
당신도 함께 죽으셨음을.
주여,
기억하게 하소서.
그 날
그들과 숨막히는 고통과 아픔을
당신이 끝까지 함께 하셨음을.
이제
당신이 우리 안에 아기 예수로 다시 오신 것 처럼
그들도 우리 안에 기억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그리하여
다시는 이 땅에 그와 같은 슬픔이 없게 도와 주소서.
주여,
잊지 않게 하소서.
그들을 잃은 가족들의 아픔과 상실감을
우리가 잊지 않게 하소서.
우리의 기도 가운데
그들을 늘 기억하게 하소서.
아멘.
"나 야훼가 말한다. 라마에서 통곡 소리가 들린다. 애절한 울음 소리가 들린다. 라헬이 자식을 잃고 울고 있구나. 그 눈앞에 아이들이 없어 위로하는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가지 않는구나.
이 야훼의 말을 들어라. 울음을 그치고 눈물을 거두어라. 애태운 보람이 있어 자식들이 적국에서 돌아오리라. 이는 내 말이라, 어김이 없다.
밝은 앞날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분명히 말한다. 너의 자식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리라."
[렘31: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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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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