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노시스 12

덜어내고, 비우기 (1)

2021. 3. 7. 나해_사순 3주일_감사성찬례 출애 20:1-17_ 시편 19_ 1고린 1:18-25_ 요한 2:13-22 “덜어내고, 비우기” (1)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그림을 그리는 데 그림에 뭔가를 그리고 더하고 꾸미는 일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랜 숙련된 기술과 요령을 터득하면 언젠가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작 어려운 것은, 화가들의 표현대로 말하면, ‘덜어내고, 비우기’입니다. 사물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의 핵심적인 부분은 남기고 나머지는 생략하며, 의미와 표현의 과잉을 피해 생각을 덜어내고, 표현을 최대한으로 절제해 가는 것. 이것이 작품에서 뭔가를 ‘덜어내고 비우는’ 과정입니다. 이는 요령이나 기술이 아닌 오랜..

글모음/설교문 2021.05.16

<새가정> 2021.5월호 vol.743_ "존재의 자리-바라 봄" _채야고보 신부

존재의 자리_바라 봄 채야고보 신부(Artist/성공회 사제) 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보는 세상을 모두 똑같이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각자가 보고 싶은 것, 아는 것을 보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화병에 담긴 꽃을 보고 여러 사람들이 각자가 보고 느낀 것을 나눠보면 서로 다른 경험을 말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누구는 꽃의 색을, 누구는 꽃의 잎사귀를, 누구는 꽃의 모양을 말합니다. 사실 본다는 것은 단순히 빛의 굴절에 의해 대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 마음과 관심이 반영된 적극적인 행위인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눈으로 보고 자신의 마음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대상을 자기 안에 한번 더 걸러서 표현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