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상상하지 마라! 모든 것은 변신한다.”
트랜스포머, 그 해체의 미학
채창완
“변형 자체는 다행스러운 재앙이다. 즉 한 성이 다른 성 속에서, 한 사상들이 다른 사상들 속에서,
한 음계와 말, 색깔이 다른 것 속에서 끊임없이 변형되는 것이다.”
–장 보드리야르-
▲ 영화 <트랜스포머> [자료출처: http://www.transformers2007.co.kr]
자동차를 가져본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자동차와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설렘과 흥분, 그리고 거대한 기계덩어리가 내 의도대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느끼는 그 짜릿함. 영화 <트랜스포머>는 그러한 짜릿함을 기본 모티브로 하면서 거기에 또 다른 재미를 더한다. 바로 그 첫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샘’의 생의 첫 번째 자동차인 G.M.사의 ‘카마로’ 스포츠카가 ‘범블비’라는 로봇으로 변신하고, 큰 트럭이나 헬리콥터, 심지어는 핸드폰과 카세트플레이어가 로봇으로 변신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재미이고 핵심이다.
다른 내용은? 없다. 터미네이터와 E.T.를 합쳐놓은 듯한 느낌, 그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변신’을 주제로 첨단 C.G.와 사운드 그리고 막대한 제작비를 동원해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성공한다. ‘변신’ 하나만으로도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에 그저 놀랄 따름이다.
▲ 잭슨 폴록,Reflection of the Big Dipper [자료출처: http://oseculoprodigioso.blogspot.com]
그러나 이러한 ‘변신’에는 반드시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해체’라는 과정 말이다. 해체 없이는 변신 또한 없다. 애벌레가 누에 속에서 해체된 후 새로운 모습의 나비로 변형되듯,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이란 해체의 과정을 거친 후 부활했듯이 ‘해체’는 한 존재를 다른 존재로 변신시키는 아름다운 수수께끼이다.
이것이 ‘해체의 미학’이다. 현대미술은 끊임없이 이러한 ‘해체’의 과정을 반복하며 진화해왔다. 인상파는 고전주의 미술이 집착했던 자연의 대상을 시각의 광학적인 원리 속으로 해체했고, 피카소는 그림의 대상을 해체하여 공간과 시간을 이차원의 화면 속에 동시에 표현했다. 마티스는 물체와 색의 관계를 새롭게 해체했으며, 폴록은 여기서 더 나아가 대상으로부터 색을 완전히 해체시켰다. 뒤샹은 미술을 권위주의로부터 해체했고 프란시스 베이컨은 사유하는 인간으로부터 ‘육’을 해체시켰다.
그리고 현재에도 그러한 과정들은 현대미술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 이러한 ‘해체’의 과정을 통해 새롭게 나타나는 다양한 ‘아이콘’들은 늘 작가의 동시대의 시각적 ‘아이콘’과 일치했다는 것이다.
▲ 프란시스 베이컨,Portrait of George Dyer in a Mirror [자료출처: http://oseculoprodigioso.blogspot.com]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아이콘’은 무엇인가? 영화 <트랜스포머>의 카피는 이렇다. ‘함부로 상상하지 마라! 모든 것은 변신한다’. 이러한 카피를 영화의 홍보에 사용한 것이 의도적인지 아니면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이 카피는 우리 시대의 ‘아이콘’과 정확히 일치한다.
사유와 대상이 일치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사유하는 주체는 세상의 주인의 자리에서 물러난 지 오래다.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모호하고 하나의 대상이 결코 하나로 정의되지 않고 다중성을 띄는 것. 절대적 진리보다 상대적 진리가, 보편적 가치보다 개별적 가치가 더 중시되는 세상. 우리가 오늘날 더욱더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 일 것이다. 내 자신은 결코 ‘하나’로 쉽게 정의되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범블비’가 로봇인가 아니면 스포츠카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 기계생명체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에 흥미가 없다. ‘카마로’일 때는 자동차로 ‘범블비’일 때는 로봇으로 우리는 그러한 생명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 둘은 하나이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다중적 존재에 익숙해져 있다.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이 ‘변신’(변화)하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재앙’인지 아니면 존재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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