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그림이야기

Tell me the truth_김영훈

James Chae 2011. 9. 2. 19:06

 

 

“Tell me the truth”_김영훈 
 
-진리를 찾는 작은 여정- 
 
 

채창완
 
  

빌라도가 예수께 "진리가 무엇이냐?" 하고 물었다. (요 18: 38/ 표준새번역)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은 개인적인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진리’에 목말랐던 기억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왜 살며, 어디로 가는가? 과연 진리란 무엇인가? 삶의 무게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우리는 이러한 의문들을 자주 잊고 지내긴 하지만, 마치 초등학생 시절의 못다 끝낸 방학 숙제같이 늘 마음 한구석이 구린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 김영훈 작, Tell me the truth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된다. 그 당시 나는 잠시 잠깐이지만 삶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눈을 뜨면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하고, 또 밤이면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반복이 어린 나에게 너무 지루하고 낯설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는 언제 그런 고민을 했는가 하고 금새 잊어버리곤 했지만, 늘 어린 내 마음에 진리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자리했다.

 

 

 
  

▲ 김영훈 작, Tell me the truth


 

작가 김영훈의 작품은 이러한 궁금증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그의 작품 속에서 벼랑 끝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 그는 눈을 감은 채 마치 기도하는 듯 자신의 무릎을 감싸고 엎드려있다. 벼랑 끝이란 장소적 설정은 그의 진리에 대한 갈급함을 극대화한다.

 

기하학적 형상의 인물묘사는 추상성을 띠며, 얼굴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간결하게 처리되었다. 형상의 기하학적 추상성은 작품의 검은색과 어우러져 비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한 절제된 단순함은 화면 속의 인물의 진지한 표정과 검은색의 무게감, 인물의 정적인 자세 등과 어우러져 묘한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절제미와 단순미는, 그가 비록 종교인은 아니지만, 영적인 아우라를 구성하며 수덕修德의 세계로 우리의 시선을 이끈다. 삶과 죽음,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 찰나와 영겁의 시간, 그리고 영적 세계에 대한 순례 등은 그의 작품 속에 녹아있다.

 

이와 같이 영적 수행 중에 있는 수도사를 연상케 하는 그의 작품의 진지함은 종교와 영성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종교적이기 보다 차라리 영적이다. 왜냐하면 그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어떠한 종교적 대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김영훈 작, Tell me the truth


 

‘Tell me the truth’.


그의 작품의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그는 우리를 그의 영적 순례로 초대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작품 앞에서 잠시나마 조금은 진지해질 수 있는 것이다. 벼랑 끝에 웅크린 한 인물의 모습이 오래도록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오늘날과 같이 실재 세계가 기호와 이미지에 의해 대체된 시뮬라시옹의 세계에서 변함없는 진리에 대한 탐구는 어쩌면 혹자에게 매우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가상과 현실의 구분과 경계가 모호해져 우리는 더 이상 진리가 필요 없는 듯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쉽게 드러낸다.

그러나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늘 우리 인간은 이러한 본질적 질문 위에서 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왔다. 그것이 가치 없고 무의미한 노력 같지만 진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우리 인간의 본질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우리 인류는 한때 ‘이성’과 ‘과학’이 우리의 진리에 대한 영적 순례를 끝내줄 것이라 기대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신기루 같은 꿈에서 깨어난 우리는 다시 원초적 질문을 우리 삶 속에 던지게 된다. 마치 빌라도가 예수께 했던 질문처럼……

 

 

 
 

 
▲ 김영훈 작, Tell me the truth
 

 

 
  
▲ 김영훈 작, Tell me the tr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