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나의 시선들

나목 (裸木)

James Chae 2014. 10. 14. 02:54

 

주여!

저는 앙상한 가지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 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날 것입니다.

 

혹독한 추위도 견딜만한 딱딱한 껍질을 뚫고

나오는 것은 작고 연약한 어린잎입니다.

 

그 새싹을 돋게 하는 것은

모든 것을 감당할 자신감도,

산을 움직일 만한 믿음도 아니었습니다.

달콤한 사람들의 위로도

따뜻한 성서의 글귀도 아니었습니다.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간절한 기도와 찬양도,

위대한 성인들의 중보도 아니었습니다.

 

고독이었습니다.

살을 에는 혹독한 추위와

죽음조차도 얼려버릴 차디찬 고독.

영혼까지 발가벗겨진 존재의 상한 심령.

당신을 향한 감미로운 찬양조차 집어삼키는 침묵.

소리의 죽음.

침묵.

버려진 존재.....

희망의 죽음.

배신.

존재의 죽음.

"period. full stop".

 

그렇습니다.

저는 잠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누가 저의 말을 들으며

누가 저를 위로해 주겠습니까?

내 영혼이 위로받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온기였습니다.

얼어붙은 껍질을 뚫고

제 살이 찢기는 고통 조차도 견디어내며

싹이 돋아남은.

따뜻함.

존재 자체를 위감싸는 당신의 미세한 체온.

차디찬 새벽의 추위를 녹이시는 당신의 포근한 숨결.

마른 뼈도 일으키시는 당신의 생기.

그렇습니다.

당신은 "산 자"의 하나님이십니다.

"죽은 자"는 결코 당신을 찬양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나"일 수 없고

어느 누구도 "나"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저는 "누구도" 될 수 없습니다.

 

주여!

저를 "있음"으로 받으시는 당신.

나의 "나 됨"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당신.

메마른 가지에 생기를 불어넣으신 당신.

저의 "존재의 자리"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James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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