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나의 시선들

들꽃

James Chae 2014. 10. 14. 15:41

 

 

들꽃은 결코 남의 자리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씨앗이 떨어진 그 곳이 들꽃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 곳에서 나고 자라고 씨앗을 뿌리고

결국에는 시들 것입니다.

그 곳에서 모든 생명을 뿌리채 뒤흔드는

거친 비바람도,

폭풍우치는 밤의 의지할 데 없는 공포도,

모든 생명을 태울듯한 가뭄의 갈증도,

홀로 남겨진 긴긴 고독의 밤도

겨우 이겨내면서 말입니다.

 

들꽃이 예쁘다고 뿌리채 캐내어 자신의 정원에 옮겨 놓아보세요.

그들은 곧 시들고 말 겁니다.

들꽃의 아름다움은 아무도 소유할 수 없습니다.

들꽃의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바로 자유의 근원에 닿아있기 때문입니다.

 

들꽃은 솔로몬의 영광보다 더한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결코 자랑하는 법이 없습니다.

들꽃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해 주길 소망하지도 않습니다.

들꽃은 오직 자신의 "있음"으로 감사합니다.

 

언젠가 우연히 마주친 누군가의 눈에 한번 띄는 걸로,

가끔씩 날아와 꿀을 찾아 자신의 품을 헤집어 놓고 가는 나비와 벌들로

들꽃은 기뻐하고 만족합니다.

 

제발 들꽃을 소유하려 마세요.

아무도 들꽃의 아름다움을 찬양하지 마세요.

그냥 들꽃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잠시 잠겨보세요.

소리없이 말이예요.

그 존재의 근원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을 느껴보세요.

그런 후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세요.

빈 손으로.....

그리고 모두 잊어버리세요.

그 느낌 조차도.

그 향기 조차도.

 

그러다가

간혹 당신의 인생이 각박하고

당신의 존재가 뿌리채 흔들릴 때,

아무도 당신을 봐주지 않고

모두로부터 당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될 때,

삶의 마지막이라 생각되는

끝없는 낭떠러지 앞에 당신이 선 순간.

바로 그 때

그 들꽃을 추억해 보세요.

인생의 바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들꽃은 그렇게 감상하는 겁니다.

 

들꽃은 말합니다.

"넌 아무 것도 안 해도,

넌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도,

넌 너 자체로 너무 아름다워!

그러니 너도 이제 살아!

나 처럼....."

 

 

James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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