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나의 시선들

산국(山菊)

James Chae 2014. 10. 21. 14:45

 

산국(山菊)

 

 

너무 작았습니다.

 

하마터면

그냥 지나쳐 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마터면

무성한 잡풀들에 묻혀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저의 무심함과 무례함으로

그냥 상처만 남기고 끝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향기였습니다.

저의 발걸음을 멈추 게 한 것은.

차가운 아침 바람에 드문드문 묻어온 향기.

질곡(桎梏)의 삶 속에서도 그 끊을 수 없었던 아득한 첫사랑의 내음.

처음 당신을 만났던 그 새벽의 차가운 물방울 속에 스며있었던...

짙은 물안개.

당신이 머금고 있었던 그 향취.

 

 

저의 시선이 그 향내에 닿았습니다.

잠시 동안이지만 당신께 시선을 집중할 수 있었음은.

배려.

아니 그것은 당신의 인내였습니다.

 

"작은 것들의 하나님!"

당신은 오늘도 제게 먼저 인사를 하셨습니다.

언제나 처럼.

작디작은 노란꽃.....

 

언제까지 저의 무례함을 참으시렵니까?

언제까지 저의 경솔함을 참으시렵니까?

 

하마터면

저의 무심함에

그냥 지나쳤을 뻔했습니다.

당신의 수줍은 배려가 아니었으면...

 

그러고 보니

감사의 인사도 제대로 못드리고 돌아서 왔네요.

부끄러웠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 앞에 오래 머물 용기가 없었습니다.

당신 앞에서

무엇을 그리도 숨기려 하는지.

무엇을 그리도 포기할 수 없는지.

저의 무례함을 용서하소서.

 

돌아서 오는 내내

당신의 진한 체취가 저를 물들였습니다.

어느새 저의 눈물 조차

노랗게 변해갔습니다.

 

 

James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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