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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아라

James Chae 2011. 9. 2. 20:56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아라.”

 

-하늘에 대한 시선들-

 

채창완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아라. 그리고 땅을 내려다보아라. 하늘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땅은 옷처럼 해어지며, 거기에 사는 사람들도 하루살이 같이 죽을 것이다. 그러나 내 구원은 영원하며, 내 공의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표준새번역 사 516)

 

 

공기 층으로 형성된 지표 위의 공간을 우리는 흔히 하늘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와 별개로 오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은 하늘에 대한 특별한 시선들을 지녀왔다. 어떤 이들은 하늘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어떤 이들은 꿈을,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미래의 일이나 날씨를 예측하기도 했다. 특히 모든 신화들이나 종교들은 공통적으로 하늘과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러한 하늘은 초월적 영역과 신적 권능을 상징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에게 희망을 선사해왔다. 복음서에서도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후 하늘’(Heaven)로 올라 가셨고, 올라가신 그분은 또한 ‘하늘’로부터 다시 오실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의 희망기다림도 이 하늘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작품1_ 김경주, <하얀 하늘 이야기The Telling in white sky>, 75.5×35.5, acrylic on canvas, 2006


 

 

그렇다면 예술가들은 어떤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까? 오늘은 김경주, 임현진, 김복동의 하늘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김경주의 <하얀 하늘 이야기>는 푸른 하늘 위에 하얀 물감을 쏟아 부은 듯 흰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그 하얀 것이 구름이라고 추측되지만 굳이 구름이라고 단정지을 필요도 없다. 파란하늘이란 것도 결국 빛의 현상이기에, 저녁 노을의 하늘이 붉듯이 하얀 하늘도 가능하지 않을까? 흰색 사이로 간간히 비취는 파란색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하늘색이다. 하얀색에 의해 가려지지만, 우리에게 최소한의 하늘에 대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여느 구름 낀 하늘과 달리 김경주의 <하얀 하늘>밝음을 얘기한다. 순결함과 파란색의 맑음이 어우러져 그 느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작품2_ 임현진,<Isaiah 51> , 80×80, oil on canvas, 2006


 

 

이와 달리 임현진의 <Isaiah 51>라는 작품에서 묘사된 하늘은 붉은 산 위로 휘몰아치는 구름과 하늘의 대비를 통해 묘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땅의 색과 하늘의 색은 겹침이 없이 서로의 영역이 나뉜다. 얼핏 보면 노을 빛 하늘을 묘사한 것 같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결코 저녁 노을을 그린 것이 아니다. 대지의 붉은 기운도 심상치 않고, 역동치는 구름의 형상과 하늘의 빛은 신비한 경외감을 자아낸다. 하늘을 모티브로 하지만, 그의 작품은 철저히 이사야서 51을 기초로 했다. 그에게 하늘은 그리스의 신화처럼 신들의 영원한 보금자리로서의 하늘이 아니라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그분의 의지에 의해 연기처럼 사라질수도 있는 가변적 하늘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변할 수 있지만, 하나님의 구원 의지와 공의는 영원하다라는 것을 그는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작품3_ 김복동, <하늘 2005-1 (해미성지)>, 6F, oil on canvas, 2005


 

 

해미성지의 무명순교자성당위로 뭉게구름이 떠있는 하늘을 묘사한 김복동의 작품은 우리의 시각적 경험에 가장 가까운 하늘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일반 카메라로 한 여름의 찰나를 담은 듯한 평범한 앵글이지만 거기에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다. 화면 전면에 소나무 한 그루를 배치하여 영원성을 상징하고, 멀리 보이는 성당건물보다 하늘에 더 넓은 면적을 할당함으로 의도적으로 하늘을 더 강조했다. 그렇게 함으로 순교자들과 저 뭉게구름 뒤의 아득한 세계 간에 연관성을 만들고, 또한 순교자들에 대한 위로와 보상이 저 하늘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려 한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들의 하늘에 대한 시선은 결코 하나일 수 없다. 작가들이 바라보는 하늘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은 극히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다. 하늘은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의 수만큼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바라보는 자에게 독특한 경험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제 우리의 어깨를 웅크리게 했던 추위도 지났다. 저 하늘을 뒤덮던 차가운 잿빛도 어느새 따뜻한 봄의 색을 입었다. 올 해의 부활절은 여느 때보다 이르다. 그래서 따뜻한 봄과 함께 찾아온 이 부활절이 반갑기만 하다. 따뜻한 하늘을 바라볼 설레임과 더불어 2천년 전 하늘로 올라가신 그분을 지켜보았던 제자들의 그 시선또한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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