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그림이야기

저 너머의 미_이종경

James Chae 2011. 9. 2. 21:14

 

 

 

저 너머의 美_이종경

비움의 미학

 

 

채창완

 

우리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느끼는 것일까?  라는 것은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가 어떤 대상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그 대상 속에 그 무엇이 존재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안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그 무엇이 존재하는 것일까? 혹시 그 아름다움의 실재는 그 대상 저 너머에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단순하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미학의 오랜 의문들이었다. 그냥 느끼면 되지 뭐가 이렇게 복잡해 할지도 모르지만 라는 것은 결코 우리의 감정의 작용이라고만 답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무엇이기 때문이다. 한때 우리는 칸트가 말한 것 같이 아름다움이란 것이 대상과 우리 인식의 조화에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대상을 보고 감동이나 충격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의 감정을 동하게 하는 그 무엇이 우리 안에 또 그 대상 속에, 그리고 그 대상의 저 너머에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것들은 동시적으로 작용하며  아우라를 만들어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그 아우라를 파괴하여 충격을 주기도 한다.

 

  

1_이종경_<노을 길>_acrylic on canvas_ 53X33.4cm_ 2008

 
 

 

이종경의 작품은 단순하다. 그의 작품은 캔버스 위에 붓이 지나간 후에 남은 물감 자국뿐이다. 스며듦과 번짐의 효과가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전부이다. 어떤 대상의 실재를 연상할 아무런 단서를 작가는 주지 않는다. 유일한 단서라면 이 조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네모난 형상은 딱히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도형을 그린 것도 아니다. 그것은 붓이 지나가고 남은 흔적일 뿐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멀티미디어 사회의 너무 복잡한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그의 작품은 우리의 시선을 이란 정지된 공간으로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묘사를 생략 함으로 그의 작품은 침묵하며, 보는 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그의 작품 저 너머로 이끈다. 왜냐하면 번짐과 스며듦은 캔버스와 아크릭 물감의 물성 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 이상 그의 그림 자체에서 우리의 시선을 끄는 그 무엇을 찾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우리의 시선을 방해할 그 무엇도 그의 그림과 우리 사이에 놓여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작품이 이끄는 대로 자연스럽게, 아무런 조형적 방해도 받지 않으면서, ‘저 너머의 아름다움과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에 상응하는 기독교적 용어는 은혜일 것이다. ‘저 너머의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듯 은혜도 값없이 주는 자의 의지에 의해 그냥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은혜저 너머의 는 둘 다 능동태가 아니라 수동태이며, 또한 사건이며 체험이다.

 

 

  

2_이종경_<불기둥>_acrylic on canvas _72.7x50cm_2008


 

 

그의 작품의 단순함은 수 많은 비움의 과정 속에서 나온 것이다. 덜어내고 생략하고 하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말이다. 어떤 신앙인들은 채움이 우리를 만족시킬 것 같아 끊임없이 우리의 부족을 채우는 기도를 드리고, 또 온갖 공을 다 들인다. 그러나 그 채움에 과연 만족이 있을까? 어쩌면 진정한 만족은 비움의 과정 속에서 주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안다는 것, 우리가 확신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은 과연 옳은 것일까? 어쩌면 그러한 것들이 이종경 작가가 비워내고자 한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 묘사와 안료의 두꺼운 덧칠을 생략하면서 작가는 끊임없이 자신 안에 있는 것들을 비워낸 것이다. 은혜는 주어지는 것이지 결코 노력에 의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그는 말하려고 한 것일까? 그의 작품은 우리의 시선을 끊임없이 저 너머의 세상으로 이끈다.

 

 

3_이종경_<빛의 열차>_acrylic on canvas _72.7x60.6cm_2008


 

 


 4_이종경_<속삭임>_acrylic on canvas_72.7x60.6cm_2008

 

 

 

 


 5_이종경_<이른 봄>_acrylic on canvas_ 53x53cm_ 2008

 

 

 

6_이종경_<작은 울림>_acrylic on canvas_53x53cm_2008

 

 

7_이종경_<푸른 탑>_acrylic on canvas_ 53x45.5cm_ 2007

 

 

8_이종경__acrylic on canvas_65.1x53cm_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