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그림이야기

생명,그리고 성장_윤성원

James Chae 2011. 9. 2. 22:37

 

Collection of time_charcoal on paper, 250x190cm, 2002

 

 

"생명, 그리고 성장"

시간의 채집"-윤성원
 

채창완
 


자연계에 있는 생명체들은 성장을 계속하며 삶을 지속한다. 성장이 멈추는 순간 생명의 에너지는 점점 둔화되어 생명체는 결국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성장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자연의 시간표에 따라 일정한 흐름을 가지며 변화와 보존의 반복 속에서 생명의 기나긴 끈을 드리운다. 변화는 성숙을 통해 이루어지며 보존은 번식(또는 종족번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한 반복을 계속하며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그 기나긴 생명을 이어온 것이다.

 

두꺼운 껍질과 딱딱한 흙을 뚫고 막 싹을 핀 식물은 생명과 성장의 힘을 잘 보여준다. 씨앗에서 갓 생겨난 뿌리는 연질의 살을 지니고 있지만 그 부드러움은 딱딱한 껍질을 뚫고 나올 정도로 강하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부드러운 식물체의 속살이 생명의 에너지를 뿜으며 조금씩 성장한 결과일 것이다. 즉, 성장은 반드시 시간을 채집한다.

 

이러한 생명과 성장의 에너지를 이 작가는 발아한 씨앗을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씨앗이 발아하여 싹을 피우는 한 순간을 포착한 것 같은 모습에서 정지된(stop보다는 pause에 가까운 의미) 시간, 즉, 생명의 흐름의 한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로부터 진행되어온 시간과 또 앞으로 남아있는 성장의 시간을 응축된 에너지로 동시에 합쳐놓은 것이다. 나는 이러한 점에서 작품의 제목인 "Collection of time(시간의 채집)"은 결국 생명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목탄과 오일칼라를 사용하였는데 전자의 작품들은 정적인 느낌을 후자는 역동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전자가 농축된 시간의 에너지를 담고 있다면 후자는 그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둘 다 분리되기 보다는 상호 보완적으로 전체 작품의 주제를 균형 있게 해주며 통일성을 갖는다.

 

나는 작가가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시간과 생명의 주제에 접근했다곤 생각치 않는다. 그러나 생명과 시간의 근원이 창조주 하나님에게 있다는 기독교적인 신앙관에서 볼 때 윤성원의 작품을 기독교적인 세계관에서 해석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소재에서 사용된 '씨앗'은 생명에 대한 강한 상징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씨앗이 죽어야만 싹이 나고 잎이 나서 성장하여 많은 열매를 맺는 나무로 성장한다는 원리. 즉, 우리의 생명이 성장을 통해 점점 거룩해져 간다는 점에서 말이다. 물론 그 과정은 아픔과 슬픔, 그리고 자기를 희생해야 하는 많은 시간들을 요구한다. 마치 연약한 씨앗의 속살이 뿌리가 되고 싹이 되어 딱딱한 껍질을 뚫고 나오는 것 같이…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 (요 12 : 24)

 

 

윤성원_<Collection of time_시간의 채집>_Oil on paper_200×90cm_2005

 

 

 

윤성원_<Collection of time_시간의 채집>_Oil on paper_95.5x78cm_2005

 

 

yunsungwon_main.swf
0.78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