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아름답다!
영화 ‘아이언맨’의 기계미학
채창완
기술과 인간의 만남. 기계도 아름다울 수 있는가?
‘트랜스포머’와 비견되는 ‘아이언맨’은 ‘트랜스포머’에서 느꼈던 인간과 기계의 괴리감이 ‘로봇수트(robot-suit)’에서 상쇄된다. 인간의 의지와 기계의 힘이 결합하여 인간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는 로봇수트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다른 로봇 영화처럼 로봇에 대한 두려움이 부재하다. 컴퓨터의 오류로 인해 인간에게 적대적으로 돌아설 위험이 전혀 없는 기계이다. 인간의 도움 없이는 그 로봇수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한 주인공도 그 수트 없이는 단지 인간일 뿐이다. 이 새로운 영웅에게서는 ‘배트맨’의 우울증도, ‘스파이더맨’의 인류에 대한 커다란 책임감도, ‘슈퍼맨’의 지구인에 대한 인류애도, ‘트랜스포머’의 인간과 기계의 이질감도 사라졌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부유하고 똑똑하지만 여느 슈퍼영웅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경박하다. 참을 성도 없고, 바람기 넘치고, 하고 싶은 것은 그 즉시 해야 직성이 풀리는 다혈질의 남자이다.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주인공이 인질사건 이후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만들어 판 무기들을 자신이 직접 파괴하겠다는 순진한 동기가 그가 영웅이 된 이유이다. 또한 자신의 모습을 늘 숨겨왔던 다른 영웅들과 달리 자신이 아이언맨이란 사실을 공공연하게 밝히기도 한다. 이 시대의 영웅은 더 이상 숨지 않는다.
영화 <아이언맨>의 로봇수트 Mark 3 (자료출처: www.ironman2008.co.kr)
이 영웅은 초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과학과 자본의 힘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 영화는 “영웅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만들어진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이성과 막대한 자본에 의존한 것이고 보면 누구나가 그 로봇수트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아이언맨도 헐리우드의 ‘영웅의 전당’에 입성할 자격을 획득한다. 영웅은 결코 평범한 사람일 수 없다. 영웅은 특별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도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 다비드가 찬양했던 18세기의 영웅 ‘나폴레옹’과 다를 것이 없다. 영웅이 가진 절대 권력에 기대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고 보면, 이 영화도 ‘영웅주의’에 대한 신뢰 위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끄 루이 다비드 <생 베르나르를 넘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1801년
영웅은 아름답다. 아니 아름답게 보여야만 한다. 18세기의 낭만주의 미술이 표현했던 것 같이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영웅은 아름다워야 한다. 기계의 미학이라 할까, 트랜스포머의 변신 모습을 능가하는 아이언맨의 업그레이드된 ‘Mark 3’의 착용 장면은 기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성공한다. 마치 다비드가 아름다운 ‘백마(白馬)’의 숭고한 모습을 통해 나폴레옹의 영웅미를 표현하는데 성공했던 것처럼. 또한 영웅의 아름다움은 늘 ‘신뢰’와 등식을 이룬다. 영웅은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무엇’이기에 아름다워야 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인간과 기계의 연합에 대한 무한한 기대감마저 주는 것은 아니다. ‘기계’란 것이 결국 ‘도구’라는 한계를 가지는 만큼 그 사용자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태양의 수레’를 자의적 목적으로 몰아 인류를 위기로 몰고 갔던 ‘파이톤(Phaethon)’ 신화의 교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영화 속에서 오베디아 스탠(제프 브리지스)이 로봇수트를 악용하는 장면에서 ‘파이톤의 교만’을 보게 된다. 기계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효용성이 검증되는 것이다. 과연 인간과 기계의 연합이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우리 인간에게 유용한 것이 될 수 있을까? 문제는 기계가 아니라 결국 인간의 마음이다.
“……마음에서 악한 생각들이 나오는데, 곧 살인과 간음과 음행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다.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힌다……” (마 15장-표준새번역)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스타크와 로봇수트 Mark 3 (자료출처: www.ironman2008.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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