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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신비_신앙과 미신의 경계에서

James Chae 2011. 9. 3. 11:15

 

 

이미지의 신비 

신앙과 미신의 경계에서 

 

채창완 

 

 

‘눈은 마음의 창’이란 말이 있다. 최근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이 말이 단순한 비유를 넘어 사실임이 밝혀졌다. 눈은 대상의 ‘상()’을 받아들이는 역할만 할 뿐 그것을 이미지로 인식하는 작용은 철저히 뇌의 작용과 관련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눈은 단지 카메라의 렌즈와 같은 역할만하고 실상 뇌의 인식 작용에 의해 우리는 사물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직관이나 감각기관의 작용을 넘어 우리 이성의 작용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고쳐 봄직하다: ‘나는 본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도판1_착한 목자_ 카타콤 내부 벽화.

 

 

이러한 본다는 것은 ‘이미지’와 관계한다. 우리의 눈을 통해 시각적으로 포착되는 이미지이든, 아니면 인간의 상상이나 관념에 의해 형성되는 관념적 이미지이든 중요한 것은 이미지가 우리 인식 속에서 ‘상()’으로 환원 가능한 어떤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시각적 이미지는 어떤 대상과 우리를 연결하는 매개적 성격이 강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가족들의 사진을 보면서 그 사진과 실재 대상과의 관계를 상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대중스타의 사진을 보면서 그 실재 대상의 부재를 만회하려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여기에 이미지의 신비가 숨어있다. 우리 중 아무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종이를 찢어버리듯 결코 쉽게 찢어버릴 수 없을 것이다. 사진 속의 인물은 실재 대상을 우리에게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진 속 인물과 실재 대상과의 끊을 수 없는 연관성, 이것이 시각적 이미지의 신비이다.

 

 

 

 

도판2_로마황제 Valentinien I세 의 석조상.

 

 

초대 기독교는 이러한 이미지의 신비 때문에 두 차례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치러야 했다. 1차 이콘파괴논쟁(726~787)과 제2차 이콘파괴논쟁(813~843)이 그것이다. 이 이콘파괴논쟁의 핵심은, 물론 정치적 배경이 중요한 원인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 가능한가? 라는 것이었다. 이콘파괴주의자들은 초월적 하나님을 세속적 이미지로 표현할 경우 그 신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그것은 신성모독이라 주장했고, 이콘옹호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신성과 인성이 동시에 존재함으로 인성에 입각하여 이미지로 표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콘 옹호론자들의 주장은 삼위일체론과 기독론에 입각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폈으며, 특히 ‘성육신론’으로 반대파를 침묵시키는데 성공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보이는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으므로 우리는 그를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성부하나님과 성령하나님은 시각적으로 이미지화 할 수 없고 오직 성자하나님 만으로 그 표현을 제한했다.

 

 

 

 

도판3_데이시스(Deesis) 이콘 :그리스도,성모,세례 요한_15세기

 

 

역설적이지만, 이콘을 반대한 사람들도, 이콘옹호론자들 못지 않게, 이콘이 지닌 시각적 신비와 그 영향력을 은연중에 인정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이콘에 아무런 의미도 두지 않고 그냥 무시해버렸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콘이 하나님의 신성을 세속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시각적 이미지의 신비적 힘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낸 것이다. 이미지에 대하여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던 간에, 레지스 드브레의 말처럼, “이미지 앞에서, 불가지론자는 결코 기독교도가 되지는 못하리라.” 우리가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지 조금만 ‘본다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 결코 우리도 이미지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 동안 기독교에 있어서 이미지는 늘 신앙과 미신의 경계에 서있었다. 이미지는 신앙심을 고취시키는데 유용할 수도, 또 반대로 이미지 숭배의 미신에 빠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앞에서, 특히 우리 크리스천들이, 신앙과 미신 사이의 외줄타기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