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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와 예술작품

James Chae 2011. 9. 3. 15:55

 

 

 

예술계와 예술작품

무엇이 예술작품을 정의하는가?

 

 

채창완

 

 

뒤샹( Duchamp, Marcel )이 남자 변기를 ( Fountain )’이란 제목으로 전시를 한 이래 예술의 정의는 급격하게 모호해지고 넓어졌다. 과거에는 예술로 분류될 수 없던 것들이 예술작품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고, 미술의 재료로 사용되지 않았던 기성품이나, 폐품, 쓰레기 등이 새로운 예술작품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사실 뒤샹은 반예술을 표방하며 기존 예술의 허구를 드러내고 비판하기 위해 기성품인 변기를 전시했지만, 그의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지지하는 비평가와 아티스트들에 의해 예술작품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이러한 뒤샹의 행보는 후에 세자르 발다치니( Baldaccini, César )를 비롯한 누보 레알리즘( Nouveau Realisme )의 아티스트들, 그리고 정크아트( Junk Art )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미술은 더 이상그리기제작하기가 아니라, ‘조합하기’, ‘조립하기’, ‘수집하기’, ‘발견하기’, ‘압축하기가 된다.

 

 

 

 

 

그림1_ 마르셀 뒤샹 ( Duchamp, Marcel )-  "Fontaine", 1917.

 

 

과거에는 예술작품이모방의 범주에 머물러 있었다. 이데아( Idea )의 그림자인 자연과 사물의 모방. 그래서 예술작품은 그 모방의 결과물이었다. 대상에 대한 충실한 모방과 대상의 가장 완벽한 재현 등이 예술작품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러나모방이란 예술의 보편성이 의문시 되면서  표현이나상상’, ‘상징등의 개념들이 예술 정의의 새로운 근거로 제시되었다. 그러한 변화는 서구에서 18세기 이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한 개념도 근대 이후 급변하는 현대예술의 전위성을 설명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 Wittgenstein, Ludwig Josef Johann )의 영향을 받은 붸이츠(Weitz, Morris)열린 개념으로서의 예술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예술에 대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어떤 하나의 보편적 개념을 도출하기 보다 예술 작품들 간의 어떤유사성에 중점을 둔 것이다. 즉 어느 한 시대에는 예술의 정의가 공통성을 지니는 것이 가능하지만 시대와 장소를 달리할 경우 예술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보편적 정의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미국의 미학자인 조지 딕키( Dickie, George )예술계이론이다.

 

 

 

 그림2_ 세자르 발다치니 ( Baldaccini, César) - "압축Compression", 압축된 폐차 부품, 160x68.5x66cm,1966.

 

 

소수의 전문가 집단, 즉 비평가, 아티스트, 화랑관계자, 이론가, 콜렉터 등으로 구성된예술계는 한 사회를 대표(?)해서 예술의 정의를 내린다. ‘예술계가 소속된 사회공동체에서 공통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예술의 정의를 만들고 그것이 보편적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권위를 부여하는 일이 이 시스템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사물을 예술작품이게 만드는 하나의 치밀한 공정이며, 보드리야르( Baudrillard, Jean )의 표현대로, 하나의 공모이다. 대중들은 이 시스템에서 배제된다. 세자르와 같은 정크아트 아티스트들이 현대소비사회에 대한 비판과 예술의 대중화를 내걸고 작품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현대미술의 모호함은 대중에게 여전히 부담스럽다. 여기서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소외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화된 현대사회의 조직은 자연스럽게 대중으로 하여금 주어진 시스템에 순응하길 요청한다. 그것은 고도로 세분화된 현대사회의 시스템들이 각 분야별로 대표성을 지니는 소수의 전문가들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대중이 현대예술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에는 예술계와 같은 사회시스템의 생리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술계의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들이 자연스럽게 작품들 속에서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의 정의에 있어서 예술작품과 예술계의 공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지만 이러한 공존이 오늘날 예술의 실존 방식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림3_ 세자르 발다치니( Baldaccini, César)- "Chiffons brulés" , Sculpture Collage, 50x25.6x19.7cm, 1972.

 

 

 

 

 그림4_세자르 발다치니(Baldaccini, Cesar) - "Hommage a Mao  ",30x50x45cm, 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