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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성으로서의 미술_몬드리안

James Chae 2011. 9. 3. 14:27

 

 

 

 

보편성으로서의 미술_몬드리안

 

 

채창완

 

 

하늘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창공은 그의 솜씨를 알려 준다. 낮은 낮에게 그의 말씀을 전해 주고, 밤은 밤에게 그의 지식을 알려 준다. 그 이야기 그 말소리, 비록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그 소리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그 말씀 세상 끝까지 번져 간다.  (시편 19 1~4)

 

 

  모든 종교가 가지는 중요한 특징은 주관적인 가치 보다 어떤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는데 있다. 그 보편적 가치는 절대적 존재에 대한 신앙과 신뢰를 전제로 한다. 시편 19장의 기자도 이 세상 만물이 하나님의 손으로 지어졌고, 그 안에 주의 말씀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담겨있다고 믿었다. ‘주의 말씀이라는 보편성은 인간 개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세상 만물 속에 선재해 있는 것으로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다. 변화무쌍한 가변적인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하나의 절대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 그것은 모든 인간이 지닌 종교성 속에 포함된 어떤 본능이다.

 

  ‘()’에 있어서도 이러한 보편성은 미학의 중요한 관심사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 안에, 또는 그 대상 속에, 혹은 그 대상 저 너머에 미의 가치를 느끼거나 인식하게 되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라는 것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인가, 아니면 보편적으로 느껴지는 것인가? 중세 유럽의 기독교 신학자였던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는 우리가 미를 느끼는 것은 그 미적 대상이 완전성비례와 조화그리고 명료성을 지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떤 대상이 이러한 요소들을 지녔을 때 우리는 즐거움’, 즉 미적 감흥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림 1 _ 피에트 몬드리안, Tableau II . 75 x 65cm .  1921~25.

 

 

 

 

  20세기 추상 미술의 거장이었던 네덜란드의 몬드리안(Mondrian, Piet : 1872~1944) 역시 미술에 있어서 보편적 가치를 추구했던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는 평생을 통해 어떻게 보편성을 미술적 소재를 통해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그는 라는 것이 지닌 보편성은 미적 대상이 지닌 역동적인 비례와 조화에 관련된다고 믿었다. 그의 기하학적인 추상은 철저히 계산된 수평과 수직의 구조, 그리고 색의 배치와 면적에 의해 이루어진다. 모든 색의 근본을 이루는 빨강, 파랑, 노랑, 검정, 흰색 등으로 색은 단순화되며, 수직과 수평 그리고 사각형이라는 형상의 기본적 구조를 제외한 모든 형상이 사라진다. 그림 속의 검은 색 은 일반적인 선의 개념과 달리 그의 작품 속에서는 가느다란 이다. 사각형의 다양한 면들은 화면 내에서 적절한 크기와 위치, 그리고 색을 배정받는다. 어떤 것도 가감할 것이 없을 듯한 긴장과 역동성이 느껴진다. 불분명성은 사라지고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사각형과 수직, 수평 그리고 기본이 되는 색들을 제외한 어떠한 모호함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미지가 지니는 상징성 같은 것도 찾을 필요가 없다. 우리는 단지 그의 작품을 통해 비례와 조화그리고 명료한어떤 아름다운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림 2 _ 피에트 몬드리안, 빨강, 파랑, 그리고 노랑의 구성 . 50.8 x 50.8 cm . 1930.

 

 

 

  과연 종교와 같이 에 있어서도 보편성이 담보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몬드리안의 이러한 보편성 실험에 의해 우리는 비례와 조화에 의한 간결한 미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느낀 다는 것은 여전히 주관적영역에 속하지만 비례와 조화라는 미적 대상의 보편적요소 또한 무시될 수 없다. 결국 아름다움이란 보편과 주관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균형성이 요구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