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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와 미술

James Chae 2011. 9. 3. 19:17

 

 

 

미술美術

왜 현대미술은 추함을 택했는가?

 

 

채창완

 

 

추함에 아름다울 를 붙여 추함의 미학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을까? ‘의 개념은 서로 상반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아름답지 않은 것을 굳이 작품으로 만들려 하는 작가들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오랜 기간 동안 미술의 주된 주제는 늘 아름다움이나 영원한 것등과 같은 보편성을 담보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18c 낭만주의를 거치면서 불가항력적인 자연의 힘에 대항하는 영웅들의 모습이나 죽음 등이 소재로 그려지기도 하고, ‘사실주의그림에서는 고난 받는 인간 실존의 모습들을 통해 삶의 고통을 엿볼 수 있었지만 가 그림의 중요한 표현 요소로 작용한 적은 없었다.

 

 

 

도판1_빔 델보예WIM DELVOYE, Cloaca Original ’,  혼합재료, 1,160x170x270cm, 2000

 

 

인간은 자신의 경험을 초월하는 현상이나 사건을 보게 되면 충격또는 경외’, ‘감동등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자연재해를 경험한 사람은 대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히게 마련이고 그러한 경험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인간은 그러한 자연현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경외의 대상으로 자연을 숭배하는 신앙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대자연 앞에 보잘것없는 작은 인간으로 느끼는 한없는 두려움과 경외감, 그러한 지점에서 숭고는 발견된다. ‘숭고는 엄격히 말해 미적 체험과는 다른 어떤 것이다. 그것은 놀람이나 충격’, ‘공포’, ‘불쾌감등과 더 밀접하다. 현대미술은 이러한 요소들을 전략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아름다운 것보다는 충격이나 자극에 더 관심이 끌리기 때문이다. ‘충격은 아름다운 것에서 보다 추한 것에서 더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도판2_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requiem’

 

 

테크놀로지와 기계공학 그리고 생물학적인 힘을 빌려 실제 인간의 배설물과 유사한 것을 생산해 내는 기계를 전시장 내에 설치하고 관람객에게 역겨운 인분 냄새와 인분이 만들어져 나오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작가가 얻고자 했던 효과는 무엇이었을까?(도판1) 그 역겨운 냄새와 불쾌한 물질을 우리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커다란 바퀴벌레 모형을 실제와 같이 만들어 벌거벗은 여자와 성교를 하는 장면을 연출한 작가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일까? 실제 동물의 몸을 절단하여 잘린 단면을 그대로 노출시켜 충격을 더하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 (도판2) 만약 그러한 전시회에 상당한 돈을 지불하고 들어간 관람객들은 그 역겨움과 충격 때문에 관람료를 환불해 달라고 항의라도 할법하다. ‘불쾌한 느낌’. 진정되지 않고 고조되는 긴장감. 어쩌면 관람객은 그러한 전시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환한 하늘을 보며 그 불쾌함이 해소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충격이 강하면 강할수록 이에 반비례하여 그 상황이 종료될 때의 카타르시스도 그만큼 강해진다. ‘해소는 인간에게 미적 체험과 다른 또 다른 희열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이는 공포영화를 감상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도판3_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현대 미술 중의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이러한 충격카타르시스이다. 더 큰 해소를 위해서는 더 큰 충격이 늘 선재 되야 한다. 두려움과 불쾌함의 정점에서 더는 못 견딜 것 같은 찰나에 그 상황이 종료됨으로써 느끼는 안도감. ‘를 주로 표현하는 작품들은 이러한 효과를 노린다. 이러한 추세는 비단 현대 미술의 특징 만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충격카타르시스를 추구하는 것은 현대 문명의 한 기조이기 때문이다. 목숨을 건 흥미를 추구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나 성적 충동에 호소하는 기업의 성 마케팅’, 심지어는 매일 보는 신문이나 포탈사이트의 메인 기사 문구들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충격을 유발하여 우리의 시선을 끄는 많은 것들과 대면하게 된다. 충격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이제 웬만한 자극에도 현대인들은 꿈쩍하지 않는다. 연쇄살인이나 토막살인 뉴스는 더 이상 현대인을 충격에 몰아 넣지 않는다. 흔한 것은 결국 충격이 될 수 없다. ‘충격에 무뎌져 웬만한 충격에는 눈 하나 깜빡 안 하게 된 우리들. 그래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조히스트또는 새디스트처럼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더 큰 충격과 카타르시스, 그 끝은 결코 한정 지을 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도판4_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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