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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 색으로 본 미술(2)

James Chae 2011. 9. 3. 18:57

 

 

으로 본 미술(2)

 

 

채창완

 

 

많은 이론가나 화가들이 () ’에도 ( )’과 같은 비례, 균형, 규칙등의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적용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바우하우스(Bauhaus)의 교수였던 요하네스 이텐(J. Itten)은 색에 조형적 규칙을 부여하는 색채이론을 전개했다. 붉은 색은 어떤 색과 잘 어울리고 그 색의 면적과 비례는 철저히 수학적인 방법으로 계산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절대적인 이 가능하다면 절대적인 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큼 우리 인간의 느낌과 취향에 따라 큰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또 있을까? 색에 대한 취향은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사회공동체의 경험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라는 말은 붉은 색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집단적 경험에 기초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붉은 색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사람도 그것이 집단적으로 사용될 때에는 정치적 상징이 되어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이 이 현상의 특징이다. 이는 붉은 색에 대한 사회 집단적 경험이 어떻게 붉은 색에 대한 개인적 취향을 바꿔놓았는지 잘 보여준다. ‘보다 상직적이면서도 개별적이고, 경험적이면서도 집단적이다. 이와 같이 색채에 대한 한가지 보편적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림1_Peter Paul Rubens. 마르세유에 상륙하는 마리 드 메디시스 왕비. 1622~23. 판넬에 유채, 63.5x50.3cm.

 

 

 

( )’이 이데아의 세계를 그 모방의 기준으로 삼아 질서, 균형, 비례등을 중요시 한 반면, ‘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색에 대한 체험이나 인간 내면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둔다. ‘이 논리적이고 정신적인 면이 강하다면 은 시적이면서 음악적이다. ‘리듬, 느낌, 감정, 운율등은 색채예술에 어울리는 단어이다.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는 이러한 색채의 음악적이고 시적인 면을 그의 작품에 적용하여 추상미술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마티즈(Henri Matisse)는 형태를 최소한 단순히 처리하면서 색이 주는 강렬한 표현적 가치와 느낌에 집중했다. 형태에 종속되어 왔던 색이 독자적인 조형적 가치를 지니며 으로부터 독립을 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서구 미술에서 17세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을 강조하는 경향과 쌍벽을 이루는 조형예술의 큰 맥을 형성하게 된다.

 

 

 

 

 그림2_Claude Monet. 수련Water Lilies, Giverny. 1907. 캔버스에 유채, 92.7x73.7cm.

 

 

루베니스트(Rubenist)’푸생주의자(Poussiniste)’ 간의 갈등에서 루베니스트가 승리를 거둔 것은 실용주의와 사실주의의 태동과 무관하지 않다.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서구 문화에서 이나 이데아라는 형이상학적 절대적 기준이 무너지면서 인간은 서서히 인간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게 된다. ‘사과=붉은 색이란 절대 불변의 기준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색에 대한 인간의 기준이 관념적인 사고에 의해 지배당해왔다는 사실에 점차 눈을 뜨면서 인간은 차츰 자연을 관찰하게 되고 인간의 감정과 느낌에 충실하면서 형태로부터 독립된 색의 기능에 눈을 뜨게 된다. 이러한 노력이 인상파에 이르러서는 자연 속에서 태양의 빛에 의해 시시각각 달라지는 색의 변화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색에 집중하면 할수록 이들의 그림에서 형에 대한 견고한 조형적 가치는 점점 약화된다. 배경과 사물을 구분하는 경계로서의 외곽선은 점차 그 기능을 잃고 배경과 사물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등장인물들의 현란한 몸동작 등은 화려한 색채와 붓 터치에 의해 화면에 리듬과 생기를 더한다. 이러한 흔들리는 듯한 선묘는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그림에 중요한 특징이다(그림1). 모네(Claude Monet)의 그림에서는 더 이상 형체가 자리를 잡을 여지가 없다(그림2). 이글거리는 아지랑이처럼 모든 붓 터치는 흔들거린다. 마티스의 그림에서는 형체의 외곽선은 배경과 사물의 경계라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다(그림3). 색이 강조되면서 자연스럽게 원근법과 견고한 사물의 입체감 또한 사라진다. 형은 색 속에 색은 형태 속에 녹아있다.

 

 

 

 

그림3_Henri Matisse. 붉은 스튜디오The Red Studio. 1911.캔버스에 유채, 181x219.1cm.

 

 

없는 이 존재하지 않듯이 반대로 없는 도 존재하기 어렵다. 말장난 같은 이러한 진실은 사실이다. 미술에 있어서 이러한 두 가지 요소들은 강조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띠는 것 같지만 실제로 한 작품에서 하나의 조형적 통일을 이룬다. 루베니스트들이나 푸생주의자 모두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 반대로 을 서로 완성시킨다. 우리가 미술에 있어서 의 중요성을 각각 따로 살펴본 것은 표면상 드러나는 이러한 특징들로부터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얻기 위함이다. 기억할 것은 이라는 조형적 요소는 결코 분리해서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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