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설교문

“기억의 밤”

James Chae 2023. 4. 6. 17:52

2023. 4. 6.가해_ 목요일(성찬 제정일)

출애 12:1-4(5-10), 11-14 / 시편 116:1-2, 12-19 / 1고린 11:23-26 / 요한 13:1-17, 31-35

 

기억의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기억하고 기념하기. “아남네시스”( anamnesis, ἀνάμνησις / "זכרון" zikaron) 히브리 종교와 우리 기독교에서 중요한 영성 중의 하나입니다. 이스라엘의 유월절 예식은 과거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사건을 현재에 기억하고 기념하는 초점이 맞춰 있습니다. 유월절을 기념하는 포도주를 축복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쓴맛이 나는 향신료와 무교병, 견과류 그리고 불에 구운 양고기 또는 염소고기 등을 먹습니다. 그리고 예식 중에마기드 Maggid’라는 설교 시간에 출애굽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것이 니쉬타나 the Ma Nishtana”인데 식탁에 모인 가족 가장 어린아이가 일어나서 소리로 출애굽 사건과 유월절 예식에 대한 가지 질문을 하게 됩니다 : 밤이 다른 밤과 다른 것입니까? ; 우리는 다른 빵이 아닌 무교병을 먹습니까? ; 우리는 나물을 먹어야 하나요?; 유월절 예식(the Passover Seder) 중에 딥핑(dipping) 합니까? 등입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그들의 기억 속에 출애굽의 해방 사건을 회상하게 하고 과거의 사건이 현재라는  콘텍스트 속에 이야기와 예식으로 재현됩니다. 이러한 집단적 기억과 기념의 방식이아남네시스이고, 유월절 전례의 핵심입니다. 그러므로 해방의 사건은 끊임없이 기억 속에 재현되며 이스라엘의 신앙을 견인합니다.

 

이러한 전통은 정확하게 기독교 전례 속에도 녹아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유월절 식탁을 통해 전통적인 유월적 식탁에 변화를 것뿐입니다. 본인이 직접 유월절 어린양이 되시므로, 문설주에 발라진 피는 이제 어린양의 피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대체됩니다. 유대인들이 유월절 식탁 예식을 통해 자신들의 해방사건을 기억했던 것처럼, 예수님도 우리의 기억 속에 마지막 성찬으로 기억되시는 것입니다. 이를 사도 바울로는 고린도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11장에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음을 선포하고, 이것을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십시오.”  1 고린 11:26

 

기억하고 기념하기. 빵과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과 다시 오심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목요일을성찬 제정일이라 하여 이를 기념하고, 주일 성찬례를 통해 이를 반복적으로 기억합니다. 오늘 성찬례를 끝으로 우리는 부활밤까지 성찬기도를 드리지 않습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최후의 만찬 후에 죽음의 십자가로 가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례적 교회에서 주간은 가장 진중하고 차분하며 엄숙하고 심지어 우울함까지 느껴집니다. 또한 주의 죽으심에 대한 기억과 기념의 아남네시스와 관련됩니다. 기억은 우리 이성이 우리 영에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이성의 작용 이상입니다. 기억되는 것은 영원히 존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억이 반복되면 우리 영에 영원히 각인됩니다. 아남네시스의 영성이 바로 이러한 반복과 재현을 통한 기억입니다.

 

오늘 읽은 요한복음서는 다른 복음서와 다르게성찬 제정 대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대신세족식이란 독특한 기억의 전례를 소개합니다. 그것은 식탁처럼 먹는 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우리 몸과 관련된 것입니다. 남의 발을 씻겨줌으로 낮아짐과 겸손을 표현합니다.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준 것이다.”  요한 13:14-15

 

주님께서는 본인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것처럼 서로의 발을 씻어주며 주님의 겸손과 사랑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아마도 요한복음 공동체만의 독특한 전례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먹는 식사와 관련된 것이든, 발을 씻기는 방식이든 전례는 우리의 기억에 기초합니다. ‘기억 공동체 속에서 구현되면기념 되는 것입니다. 기억을 통해예禮 세워지는 것입니다. ‘기념 공동체의 기억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8.15 해방을 기억하고, 5.18 기억하고, 4.3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기억의 날은 다른 날과 전혀 다른 의미로 현재에 살아납니다. 발을 씻는 일상의 행위와 밥을 먹는 일상의 식탁이아남네시스 통해 완전히 영적인 의미로 전환됩니다.

 

우리는 오늘밤 주님께서 잡히시던 밤에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을 재현하는 예식을 진행할 것입니다. ‘예禮보다인仁 먼저라고 하신 공자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식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이 바로 서야인仁 세워지는 것입니다. 믿음예식보다 앞섭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이 세족례를 받으면 단순히 반복된 일상의 씻는 행위와 전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아남네시스 통해 영적 의미가 우리 영에 각인되는 것은 우리 마음의도道 바로 세울 때입니다. 그러면도道로써예禮 받쳐지고, ‘예禮 우리의인仁 세우며 우리를 그리스도의 참된 기억으로 이끌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도道 우리의 믿음과 관련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유월절 식탁에서 유대인 어린아이가 소리로 외친 것처럼 우리 마음속에 예식에 대해 하느님께 외쳐야 합니다. “ 밤은 다른 밤과 어떻게 다른가요?”; “ 세족례가 일상의 씻음과 어떻게 다른가요?”; “ 성찬례가 다른 식사와 어떻게 다른가요?” ;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떤 기억을 가져야 하며 어떻게 그것을 우리의 일상에 적용해야 될까요?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이러한 질문이 여러분을 올바른 기억으로 인도할 겁니다. 오늘 , 여러분에게 이러한 은총이 가득한 밤이 되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아멘.

 

 


 

 

전례독서_ 목요일 / 성찬제정일

 

본기도

사랑의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잡히시던 밤에 성체성사를 세우시어 구원의 신비를 보여주셨나이다. 비오니,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우리를 모든 죄악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주님의 계명을 마음 속에 새기며 살아가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하느님이신 우리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1독서_출애 12:1-4(5-10), 11-14

1 야훼께서 이집트 땅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셨다. 2너희는 달을 해의 달로 삼고, 달수를 달에서 시작하여 계산하여라. 3 너희는 이스라엘의 모든 회중에게 알려라. 십일에 사람마다 가문에 마리씩, 집에 마리씩 새끼 양을 마련해 놓아라. 4 만일 식구가 적어 새끼 마리가 너무 많거든 사람이 먹을 분량을 생각하여 옆집에서 그만큼 사람을 불러다가 먹도록 하여라. (5 흠이 없는 수컷이면 양이든 염소든 상관없다. 6 너희는 그것을 십사일까지 두었다가 이스라엘 회중이 모여서 무렵에 잡도록 하여라. 7 그리고 피를 받아, 그것을 먹을 집의 좌우 문설주와 상인방에 바르라고 하여라. 8 밤에 고기를 불에 구워 누룩 없는 빵과 나물을 곁들여 먹도록 하는데, 9 날로 먹거나 삶아 먹어서는 된다. 머리와 다리와 내장도 반드시 불에 구워 먹어야 한다. 10 그것을 아침까지 남겨두어서도 된다. 아침까지 남은 것은 불에 살라버려야 한다.) 11 그것을 먹을 때는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잡고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이 야훼에게 드리는 과월절이다. 12 나는 이집트 땅을 지나가면서 전국에 있는 맏이들을 사람이건 짐승이건 모조리 치리라. 이집트의 신들도 모조리 심판하리라. 나는 야훼다. 13 집에 피가 묻어 있으면, 그것이 너희가 있는 집이라는 표가 되리라. 나는 이집트 땅을 때에 피를 보고 너희를 쳐죽이지 않고 넘어가겠다. 너희가 재앙을 피하여 살리라. 14 날이야말로 너희가 기념해야 날이니, 너희는 날을 야훼께 올리는 축제일로 삼아 대대로 길이 지키도록 하여라.

 

 

 

 

성시_시편 116:1-2, 12-19

1,2 주님은 나의 사랑,
.     나의 애원하는 소리를 들어주셨다.
.     내가 부르짖을 때마다
.     귀를 기울여 주셨다.
12  주께서 베푸신 크신 은혜
.     내가 무엇으로 보답할까?
13  구원의 감사 잔을 받들고서
.     주님의 이름을 부르리라.
14  주님께 서약한 , 내가 채워 드리리니
.     당신의 백성은 빠짐없이 모여라.
15  주님께 충실한 자의 죽음은
.     그분께 귀중하다.
16  주여, 몸은 당신의 종이옵니다.
.     당신 여종의 아들인 종을
.     사슬에서 풀어 주셨습니다.
17  내가 당신께 감사제를 드리고
.     주님의 이름을 부르리이다.
18  주님의 모든 백성이 모인 가운데서 
.     주님께 나의 서원을 채워드리리라.
19  주님의 안에서,
.     예루살렘 가운데서 
.     나의 서원을 바치리라. 알렐루야.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2독서_1고린 11:23-26

23 내가 여러분에게 전해 것은 주님께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빵을 손에 드시고 24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시고이것은 너희들을 위하여 주는 몸이니 나를 기억하여 예를 행하여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25 식후에 잔을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이것은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니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예를 행하여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26 그러므로 여러분은 빵을 먹고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음을 선포하고, 이것을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십시오.

 

 

 

 

복음서_요한 13:1-17, 31-35

1 과월절을 하루 앞두고 예수께서는 이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실 때가 것을 아시고 세상에서 사랑하시던 제자들을 더욱 극진히 사랑해 주셨다. 2 예수께서 제자들과 같이 저녁을 잡수실 악마는 이미 가리옷 사람 시몬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를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 3 한편 예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의 손에 맡겨주신 것과 당신이 하느님께로부터 왔다가 다시 하느님께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을 아시고 4 식탁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5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차례로 씻고 허리에 두르셨던 수건으로 닦아주셨다. 6 시몬 베드로의 차례가 되자 그는주께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하였다. 7 예수께서는너는 내가 이렇게 하는지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알게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8 베드로가 됩니다. 발만은 결코 씻지 못하십니다.” 하고 사양하자 예수께서는내가 너를 씻어주지 않으면 너는 이제 나와 아무 상관도 없게 된다.” 하셨다. 9 그러자 시몬 베드로는주님, 그러면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도 씻어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10 예수께서는목욕을 사람은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그만이다. 너희도 그처럼 깨끗하다. 그러나 모두가 깨끗한 것은 아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11 예수께서는 이미 당신을 팔아넘길 사람이 누군지 알고 계셨으므로 모두가 깨끗한 것은 아니라고 하신 것이다.

12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고 나서 겉옷을 입고 다시 식탁에 돌아와 앉으신 다음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너희의 발을 씻어주었는지 알겠느냐? 13 너희는 나를 스승 또는 주라고 부른다. 그것은 사실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옳다. 14 그런데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15 내가 너희에게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준 것이다. 16 정말 들어두어라. 종이 주인보다 나을 없고 파견된 사람이 파견한 사람보다 나을 수는 없다. 17 이제 너희는 이것을 알았으니 그대로 실천하면 복을 받을 것이다. …”

31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을 받게 되었고 사람의 아들로 말미암아 하느님께서도 영광을 받으시게 되었다. 32 하느님께서 사람의 아들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신다면 하느님께서도 몸소 사람의 아들에게 영광을 주실 것이다. 아니, 이제 주실 것이다. 33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아, 내가 너희와 같이 있는 것도 이제 잠시뿐이다. 내가 가면 너희는 나를 찾아다닐 것이다. 일찍이 유다인들에게 말한 대로 이제 너희에게도 말하거니와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없다. 34 나는 너희에게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35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제자라는 것을 알게 것이다.”

'글모음 > 설교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음으로 죽음을 이기는…”  (0) 2023.04.08
"절망의 끝에서"  (0) 2023.04.07
“존재의 무게”  (0) 2023.04.02
“그를 풀어주어 가게 하여라.”  (0) 2023.03.26
“보고도 제대로 못 보는…”  (0) 202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