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5

“가장 작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

2023. 11.26. 가해_왕이신 그리스도 주일 에제 34:11-16, 20-24 / 시편 95:1-7 / 에제 1:15-23 / 마태 25:31-46 “가장 작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당신은 구원을 받았습니까?”, “당신은 구원의 확신이 있습니까?” 어떤 개신교 교인이 제게 던진 질문입니다. 제가 성공회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교를 다닐 때였습니다. 너무나 당혹스러운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질문은 분명 자신은 구원을 받았는데 당신은 구원을 받았는지 의심스럽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그의 눈에는 제가 구원의 확신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나 봅니다. 그러나 그의 구원에 대한 확신은 타인에 대한 배려도, 인자함도 없는 독선..

글모음/설교문 2023.11.26

부조리

2023. 11.19. 가해_추수감사주일_연중33주일 신명 8:1-10 / 시편 65 / 야고 1:17-18, 21-27 / 마태 6:25-33 “부조리”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한 것이 틀림없다. 아무 잘못한 일도 없는데 어느 날 아침 그는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심판] 중에서 카프카는 그의 소설 [변신]에서 하루아침에 잠을 자고 일어난 주인공이 벌레로 변신됐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한 것과 같이 이유도 알 수 없는 불행이 한 사람에게 닥쳤다는 말로 [심판]이란 소설의 서두를 시작 합니다. 마치 모든 불행이 예고도 없이 인간에게 갑자기 닥치는 것을 암시하듯이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측되고 대비 가능한 사건은 불행일 수 없습니..

글모음/설교문 2023.11.19

“우유부단(優柔不斷)”

2023. 11.12. 가해_연중32주일 여호 24:1-3상, 14-18(19-25) / 시편 78:1-8 / 1데살 4:13-18 / 마태 25:1-13 “우유부단(優柔不斷)”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Artist 중국 고대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 이 둘은 역사적인 라이벌이었습니다. ‘전투’에서는 늘 항우가 이겼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전쟁에서 승리한 사람은 유방입니다. 사실 항우에게는 유방을 죽일 기회가 여러 번 있었고, 그의 책사였던 ‘범증’은 반드시 유방을 죽일 것을 거듭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항우는 결국 결단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우유부단했습니다. 항우가 우유부단했던 것이 그의 자만 때문이든, 아니면 유방을 낮게 평가해서이든 그 결과는 치명적이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글모음/설교문 2023.11.12

“우리의 상상력에 아로새겨진 신앙”

2023. 11.5. 가해_모든 성인의 날_연중31주일 묵시 7:9-17 / 시편 34:1-10, 22 / 1요한 3:1-3 / 마태 5:1-12 “우리의 상상력에 아로새겨진 신앙”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요즘 부동산 가치 때문에 사람들은 죽음과 관련된 모든 시설을 기피하는 경향이 큽니다. 장례식장, 화장터는 혐오시설로 취급됩니다. 죽음이 우리 삶의 일부분처럼 늘 우리 곁에 있는데도 이를 기피하는 이러한 현상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물론 부동산이란 자본주의의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민족의 내면에는 유골에 대해 ‘부정하다’는 생각을 은연중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 민족은 샤머니즘과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의 영향으로 죽음에 대해 다른 민족보다 매우 복합적인..

글모음/설교문 2023.11.05

“슬픔을 넘어 부활의 기쁨으로…”

2023. 11.2. 6am_ 가해_연중30주간 목요일_모든 별세자의 날과 제주우정교회 설립 기념 아침 감사성찬례 지혜 3:1-9 / 시편 23 / 1요한 3:1-3 / 마태 5:1-12 “슬픔을 넘어 부활의 기쁨으로…”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독일의 신학자 루돌프 오토(Rudolf Otto)는 “절대 타자”인 전능한 존재 앞에서 인간이 “누미노제( Numinose)”를 느끼는 순간 인간은 일종의 두려움과 경외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것이 모든 종교의 기원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이러한 경외감은 칸트가 말한 불가항력적인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숭고미”와도 맥을 같이 합니다. 대자연의 현상이나 인간의 인지 경험을 초월하는 어떤 현상 앞에서 인간은 정말 작고 ..

글모음/설교문 202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