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설교문

“슬픔을 넘어 부활의 기쁨으로…”

James Chae 2023. 11. 2. 04:16

2023. 11.2. 6am_ 가해_연중30주간 목요일_모든 별세자의 날과 제주우정교회 설립 기념 아침 감사성찬례

지혜 3:1-9 / 시편 23 / 1요한 3:1-3 / 마태 5:1-12

 

 

슬픔을 넘어 부활의 기쁨으로…”

 

 

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독일의 신학자 루돌프 오토(Rudolf Otto)절대 타자 전능한 존재 앞에서 인간이누미노제( Numinose)” 느끼는 순간 인간은 일종의 두려움과 경외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것이 모든 종교의 기원인지는 확신할 없지만, 이러한 경외감은 칸트가 말한 불가항력적인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숭고미와도 맥을 같이 합니다. 대자연의 현상이나 인간의 인지 경험을 초월하는 어떤 현상 앞에서 인간은 정말 작고 초라한 존재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법입니다. 그래서 18세기 유럽의 낭만주의의 풍경화를 보면 대자연의 장광 속에 인간은 미미하고 작게 그려지곤 합니다. 인간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경외심이 속에 담겨 있는 것이지요.

 

특히 인간은죽음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존재입니다. 물론 안중근 의사처럼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던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죽음에 대한 무지 때문에 두려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죽음 후에 우리는 무엇이 있을지 전혀 모릅니다. 성서는 죽음 이후에 대해 침묵합니다. 사도 바울로는 죽음에 대해서 로마서 6 23절에죄의 이라 표현했습니다. 그것은 죄의 결과로 죽음을 인식한 것이지 단순히 운명적이고 육체적인 죽음 만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성서는 죽음을 절대로 절대시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로는 죽음을 향해 다음과 같이 외쳤습니다. “사망아 너의 이기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1 고린 15:55 KRV)라고. 그러므로 죽음은 하느님 앞에서 상대화될 절대로 절대화될 없습니다. 죽음은 당연한 운명도 아니고 우리를 얽어매는 권능도 아닙니다. 죽음은 부활로 돌파되어야 한시적인 죄의 권능일 뿐입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슬퍼하는 인간의 실존을 아무도 비판할 없습니다. 부활이 죽음을 이기는 권능임을 알지만 죽음에는 이별이라는 것이 함께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슬픔으로 남습니다. 죽음은 우리를 정든 가족과 사랑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단절시킵니다. ‘핼러윈 데이라고 이태원으로 신나게 놀러 나갔던 자녀가 그날 집에 돌아오지 않았을 , 제대로 이별도 준비하지 못하고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했겠습니까? 차가운 바닷속으로 친구들의 손을 잡고 기도하며 가족과 이별해야 했던 세월호의 학생들은 어떠했겠습니까? 어제까지 함께 했던 이웃이빨갱이 낙인찍혀 억울하게 가족과 친구들과 이별해야 했던 4.3 희생자들은 어떠했겠습니까? 고려말 공민왕 몽골 침략군들의 말을 키우던 제주도의목호(牧胡)”들을 오랑캐에게 종사했다는 이유로 자식까지 씨를 말려버린목호의 죽어간 많은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했겠습니까? 모두의 기억은 그들을 잊을지 몰라도 땅과 바다와 하늘은 그들의 피를, 그들의 울부짖음과 눈물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안타까운 죽음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피치 못할 이별을 슬퍼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는 다른, 죽음에 대한 경외와는 다른 이별에 대한 아픔입니다. 그렇게 모든 죽음은 이별의 슬픔을 우리에게 느끼게 합니다.

 

오늘은한국 선교 112주년 맞아 이요셉 주교 집전으로제주기독선교회관에서 제주교회설립감사성찬례를 드린 2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날은 2002 11 4 월요일이었습니다. 그러나 11 2 오늘모든 별세자의 이를 기념하는 것은 우리 교회가 바로모든 별세자들 이름으로 축성된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는 바로 날을 우리 교회의 존재 이유와 선교적 사명을 확인하는 날로 매년 기념하길 원합니다. 우리는 신앙 안에서 먼저 가신 모든 일반 신자들과 아픔과 슬픔 속에서 죽어간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것입니다. 모든 죽음 속에는 의로운 죽음도, 안타까운 죽음도, 고통스러운 죽음들도 있음을 우리는 압니다. 그리고 평생 주님을 모르거나 부인하다가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특히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을 우리는 더욱 가슴 아프게 마음에 품었으면 합니다. 사람들에게 기억되지 않는 죽음들, 모두에게 잊힌 죽음들.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이러한 사명을 짊어진 성공회 교회가 하나쯤은 있어야 함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대한성공회 유일의모든 별세자의 교회로서 우리 교회가 기도하는 사명을 다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의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는 이러한 이유에서 결코 멈출 없는 우리 교회의 사명이고 우리의 귀중한 기도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아침을 기도로 함께해 주신 기도의 동역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매일 6~8명이 아침을 지키고 기도하는 사명을 감당하고 있음에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그러한 기도가 있기에 우리는 죽음 너머에서부터 현재로 다가오는 부활의 힘을 매일 느끼며 살아갑니다. 

 

죽음에 대한 슬픔, 이별에 대한 아픔은 분명 주님의 재림으로 커다란 위로를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매일 우리 기도 가운데 침투하는 부활의 은총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슬픔을 넘어 부활의 기쁨을 전하는 우리가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교회의 사명이 추구하는바 성령의 감동과 경외심이 항상 우리와 함께 있을 겁니다. 우리의 헌신과 각오 위에 하느님의 위로와 은총이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아멘.

 

 


 

전례독서_모든 별세자의

 

본기도

영원하신 하느님, 모든 생명을 지으시고 삶과 죽음을 주관하시나이다. 모든 별세한 이를 위하여 기도하오니, 그들에게 영원한 빛과 평화를 주시어 주님의 은총 안에서 안식을 누리게 하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상통하며 마침내 영광 속에 부활하여 우리와 함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하느님이신 우리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1독서_지혜 3:1-9

1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에 있어서
.     아무런 고통도 받지 않을 것이다.
2    미련한 자들의 눈에는 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     그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재앙으로 생각될 것이며
3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이 아주 없어져 버리는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     의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4    사람들 눈에 의인들이 벌을 받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     그들은 불멸의 희망으로 가득 있다.
5    그들이 받는 고통은 후에 받을 축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하느님께서 그들을 시험하시고
.     그들이 당신 뜻에 맞는 사람들임을 인정하신 것이다.
6    도가니 속에서 금을 시험하듯이
.     하느님께서 그들을 시험하시고
.     그들을 번제물로 받아들이셨다.
7    하느님께서 그들을 찾아오실 그들은 빛을 내고
.     짚단이 튀기는 불꽃처럼 퍼질 것이다.
8    그들은 민족들을 다스리고 백성들을 통치할 것이며
.     주님이 무궁토록 그들의 왕으로 군림하실 것이다.
9    주님을 의지하는 사람은 진리를 깨닫고
.     주님을 믿는 사람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안에서 것이다.
.     은총과 자비가 주님께 뽑힌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성시_시편 23

1    주님은 나의 목자시니
.     아쉬울 없어라.
2    푸른 풀밭에 놀게 하시고
.     물가로 이끌어 쉬게 하시니
3    지쳤던 몸에 생기가 넘친다. 이름 목자이시니
.     인도하시는 , 언제나 곧은 길이요,
4     비록 음산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     곁에 주님 계시오니 무서울 없어라
.     당신의 막대기와 지팡이로
.     인도하시니 걱정할 없어라.
5    원수들 보는 앞에서 상을 차려 주시고,
.     기름 부어 머리에 발라주시니, 잔이 넘치옵니다.
6    한평생 은총과 복에 겨워 사는 ,
.     영원히 주님 집에 거하리이다.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2독서_로마 5:5-11

5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속에 하느님의 사랑을 부어주셨기 때문입니다. 6 우리 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때가 이르러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죽으셨습니다. 7 옳은 사람을 위해서 죽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착한 사람을 위해서는 죽겠다고 나설 사람이 더러 있을지 모릅니다. 8 그런데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많은 인간을 위해서 죽으셨습니다. 이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확실히 보여주셨습니다. 9 우리가 이제 그리스도의 피로써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얻었으니 그리스도의 덕분으로 하느님의 진노에서 벗어나게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10 우리가 하느님의 원수였던 때에도 아들의 죽음으로 하느님과 화해하게 되었다면 하물며 그분과 화해가 이루어진 지금에 와서 우리가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통해서 구원받으리라는 것은 더욱 확실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11 게다가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하게 해주신 우리 예수 그리스도의 덕분으로 우리는 지금 하느님을 섬기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복음서_요한 5:19-25

19 그래서 예수께서는 유다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말 들어두어라. 아들은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을 보고 그대로 뿐이지 무슨 일이나 마음대로 수는 없다.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을 아들도 따름이다. 20 아버지께서는 아들을 사랑하셔서 친히 하시는 일을 모두 아들에게 보여주신다. 그뿐만 아니라 아들을 시켜 이보다 일도 보여주실 것이다. 그것을 보면 너희는 놀랄 것이다. 21 아버지께서 죽은 이들을 일으켜 다시 살리시듯이 아들도 살리고 싶은 사람들은 살릴 것이다. 22 또한 아버지께서는 친히 아무도 심판하지 않으시고 권한을 모두 아들에게 맡기셔서 23 모든 사람이 아버지를 존경하듯이 아들도 존경하게 하셨다. 아들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은 아들을 보내신 아버지도 존경하지 않는다.”

24 정말 들어두어라. 말을 듣고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죽음의 세계에서 벗어나 생명의 세계로 들어섰다. 25 정말 들어두어라. 때가 오면 죽은 이들이 하느님의 아들의 음성을 들을 것이며 음성을 들은 이들은 살아날 터인데 바로 지금이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