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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깎아 불을 지르며”

James Chae 2022. 12. 24. 11:12

2022.12.24. 가해. 성탄밤 감사성찬례

이사 9:1-6 / 시편 96 / 디도 2:11-24 / 루가 2:1-14(15-20)

 

밤을 깎아 불을 지르며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인도가 열대지방이라 겨울에 춥지 않을 거라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실제로 체감하는 추위는 매우 춥습니다. 겨울에도 낮기온이 30도에 육박하다가 밤만 되면 기온이 10~15도로 떨어집니다. 한국으로 치면 시원한 날씨지만 낮과 밤의 기온차가 너무 커서 체감 온도는 거의 영하 10도처럼 느껴집니다. 단열이 실내는 실외와 다름없이 추워 밤새 털모자를 머리에 쓰고 이불속에서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 제주에 와서 인도와 비슷한 겨울 추위를 맛보게 되어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인도에서는 아침마다 동이 트기 전에 강의실 처마 끝에 앉아 아침 해를 기다리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한낮에는 뜨겁기만 하던 햇볕이 아침에는 어머니의 품처럼 정말 따스하거든요. 뼈까지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는 햇볕의 따사로움 때문에 우리는 밤마다 아침을 너무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밤새 얼었던 몸을 아침 햇살에 녹이며 숯불에 구운 토스트와 따뜻한 인도 차이 마셨던 추억은 아직도 잊을 없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스라엘의 기후도 인도처럼 낮과 밤의 기온차가 너무 심하여 겨울밤의 추위는 이루 말할 없이 춥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는 빨리 떨어져 밤은 너무 길고, 새벽은 정말 같지 않은 깊은 겨울밤입니다. 그러한 조건 속에서도 남들이 자는 동안 반드시 깨어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성서에 등장하는 그러한 사람들은 바로파수꾼목동들입니다. 추운 밤을 지새워야 하는 파수꾼이 얼마나 새벽 햇살을 기다렸으면 시편 130편은새벽을 기다리는 파수꾼처럼 영혼이 주님을 기다린다 표현을 했겠습니까? 모두가 잠든 겨울밤은 그들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밤일 수밖에 없습니다. 목동들도 밤새 자신이 지키는 양들을 들짐승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광야에서 결코 한순간도 잠을 수가 없습니다. 뼈를 애는 추위와 고독을 이겨야 하는 목동들은 잔가지들을 모아 불을 지피며 불꽃에 의지하여 밤을 새워야 했을 겁니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불꽃을 보며 그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이성선 시인의 시를 한편 읽어 드리겠습니다. ‘밤을 깎아 불을 지르며라는 시입니다. 추위와 절망 속에서 밤을 새워본 사람들을 위한 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내 영혼은 하늘로 불이 되어 가요
공기는 더욱 아름답게 타요
밤 허공은 나를 감싸고 눈물로 빛나
나는 전율에 흐느껴요
밤이면 나는 나의 밤을 깎아서
하늘에 불을 질러요
밤이면 나는 나의 잠을 깎아서
하늘에 불을 질러요
야밤에 투명한 불의 날개를 펴는 내 영혼
이리처럼 나비처럼 타올라요
천지가 아름답게 날아요
밤마다 불의 잎잎 날개를 펴는 내 영혼
별빛처럼 바람처럼 타올라요
어둠이여, 마음의 어둠이여
어두운 눈시울에 불을 지피며
마음 온갖 가지를 밟고 하늘로 가요
불이 되어 불이 되어 하늘로 가요.

이성선 [밤을 깎아 불을 지르며]

 

 

아픔과 고통 속에서, 절망과 고독 속에서 밤을 지새워 사람들은 아마도 시인의 마음을 이해하실 있을 겁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이유 때문에 남들처럼 편히 잠을 자지 못하고 고통의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밤새 통증 때문에 신음하며 밤을 지새우는 병실에서, 빚에 쪼들려 절망 속에서 몸을 웅크린 방구석에서, 방의 시끄러운 소리를 악몽처럼 견디며 밤을 지새워야 하는 싸늘한 좁은 고시원 방에서, 칼바람을 피하기 위해 라면 박스로 몸을 둘러친 빌딩 모퉁이의 노숙자들의 잠자리에서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추운 겨울밤을 추위와 아픔과 고독, 그리고 절망 속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2 아기 예수님이 탄생했던 밤도 오늘과 같이 가난하고 절망에 빠져 시름하고 있는 사람들의 밤과 똑같았다고 오늘 루가복음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근방 들에는 목자들이 밤을 새워가며 양 떼를 지키고 있었다. 루가 2:8

 

근방 어디입니까? 태어난 아기 예수가 방이 없어 추운 밤을 지내야 했던 마구간이 있었던 근방 입니다. 아기 예수를 낳은 마리아와 요셉도, 목자들도 어차피 그날 잠을 자기는 글렀습니다. 칼바람과 추위를 제대로 피할 곳이 그들에게 없었습니다. 아기 예수에게는 허접한 마구간의 말구유가, 목자들에게는 허허 들판의 불꽃이 전부였습니다. 그것이 밤에 그들의존재의 자리였습니다. 밤은 그들의 존재를 완전히 허물어 버릴 정도로 어둡고 추웠습니다. 그래서 목자들은 지난한 밤에 하늘로 날아오르는불꽃의 날개 자신들의 소망을 담았습니다. 그들은 시인의 표현처럼 자신들의밤을 깎아불을 지폈습니다. 그들 마음속 고독과 추위, 아픔, 가난의 가지들이 나뭇가지를 대신하여 타오릅니다. 타탁타탁 불꽃의 리듬에 맞춰 그들의 고통이 불똥이 되어 연기처럼 하늘 높이 날아오릅니다. 마치 반딧불처럼 하늘하늘 올라간 불똥들은 이내 별이 됩니다. 바로 그때 하늘로 올라갔던 불똥들이 점으로 모이며주님의 영광의 그들을 비춥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이 들려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다. 모든 백성들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이다. 루가 2:10

 

 

착각일까요? 환청일까요? 아니면 환상일까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절망 속에서 희망의 기쁜 소식이 임한 순간을 이렇게 말고 과연 어떻게 표현할 있을까요? 사람들은 자신이 체험한 신비를 말로 표현하는 한계를 느낄 비유나 은유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그래서 시인들이 위대한 것이 아닐까요? 그들은 자신들의 느낌을 표현할 말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목동들은 당시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비천한 신분의 사람들입니다. 오늘 말씀에서 그들은 모든 고통받는 비천한 사람들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아픔과 고통과 절망 때문에 잠을 잃어버린 모든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님이신 아기 예수는 그러한 절망의 한가운데로 가장 낮은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하느님의자기 비하’, 케노시스입니다. 그분이 세상에서 처음 접한존재의 자리 말구유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말구유와 목동은 오늘 이야기에서 상호 싱크로율이 매우 높습니다. 루가복음은 예수님께서 세상에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오셨다는 점을 강조하는 복음서입니다. 그것은 가난한 자들에게기쁜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아기 예수께서 오심으로새벽을 기다리는 목동들의 간절함' 오늘 응답됐습니다. 이제 그들은 그동안 그들이 매일 기다렸던 새벽빛이 아니라, 영원히 아무도 빼앗을 없는 따뜻한 자비의 빛을 것입니다. 그들이 빛은 바로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래서 복음성가는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나에게 영원한 기쁨 속에서 깨이지 않게 하소서.” 그것은 한번 경험하면 영원히 깨어날 없는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목동들이 경험한 성탄의 밤입니다.

 

제주의 겨울밤은 춥고 깁니다. 우리의 고통의 밤도 지난하고 아픕니다. 그러나 밤을 기도의 나뭇가지를 하나씩 모아 여러분의 불을 하나씩 지피시길 빕니다. 타닥타닥 타는 불꽃처럼 여러분의어두운 눈시울에 불을 지피며마음속 기도의 모닥불을 지피시기 바랍니다. 하느님의 따뜻함과 위로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여러분의 추운 마음을 녹여줄 겁니다. 그러한 불꽃의 따뜻함을 아픔 가운데 있는 이웃들과도 나누시고,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기뻐하시기 바랍니다. 나누면 기쁨은 또는 배가 됩니다. 작고하신 남아프리카 성공회의 투투 주교님의 말씀처럼그리스도는 그리스도인의 전유물 아닙니다. 예수님의 오심은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기쁨이기에 우리는 성탄의 기쁨을 나눌 알아야 합니다. 물론 요즘은 그러한 기쁨을 외면하고 성탄절이 세속화되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희망의 소식을 서로 나눌 있습니다. 소식은 여러분 각자의 마음에 담긴 기쁨의 빛입니다. 그것이 활활 타오르는 여러분의 기도의 불꽃이 되어, 불꽃으로 이웃을, 가족을, 자기 자신을 따뜻하게 사랑할 있기를 희망합니다. 성탄의 , 목동들에게 내렸던 기쁨의 빛이 우리 모두를 밝게 비추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아멘.

 


 

전례독서_12.24. 성탄

 

본기도

영광의 하느님, 아기 예수를 세상에 보내시어 거룩한 밤을 주님의 빛으로 비취셨나이다. 비오니, 빛으로 우리를 이끄시어 하늘의 영광을 찬미하며, 땅에 평화를 이루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하느님이신 우리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1독서_이사 9:1-6

12  어둠 속을 헤매는 백성이 빛을 것입니다.
.     캄캄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쳐올 것입니다.
23  당신께서 주시는 무한한 기쁨, 넘치는 즐거움이
.     곡식을 거둘 때의 즐거움 같고,
.     전리품을 나눌 때의 기쁨 같아
.     그들이 당신 앞에서 즐거워할 것입니다.
34  당신께서는 그들이 짊어진 멍에와
.     어깨에 장대를 부러뜨리시고
.     혹사하는 자의 채찍을 꺾으실 것입니다.
.     미디안을 쳐부수시던 날처럼, 꺾으실 것입니다.
45  마구 짓밟던 군화, 피투성이 군복은
.     불에 사라질 것입니다.
56  우리를 위하여 태어날 아기,
.     우리에게 주시는 아드님,
.     어깨에는 주권이 메어지겠고
.     이름은 탁월한 경륜가, 용사이신 하느님,
.     영원한 아버지, 평화의 왕이라 불릴 것입니다.
67  다윗의 왕좌에 앉아 주권을 행사하여
.     국권을 강대하게 하고 끝없는 평화를 이루며
.     나라를 법과 정의 위에 굳게 세우실 것입니다.
.     모든 일은 만군의 야훼께서 정열을 쏟으시어
.     이제부터 영원까지 이루실 일이옵니다.

라틴어 성서는 8:32하에서 9:1 시작됩니다. 작은 숫자는 라틴어 성서의 구절 번호입니다.

 

 

 

성시_시편 96

1    노래로 주님을 노래하여라.
.      세상아, 주님을 노래하여라.
2    주님을 노래하고 이름을 찬양하여라.
.     우리를 구원하셨다.
    기쁜 소식 날마다 전하여라.
3    놀라운 일을 이루시어 이름을 떨치셨으니
.      민족, 만백성에게 이를 알리어라.
4    높으신 주님을 어찌 찬양하랴.
.     신이 많다지만
.     주님만큼 두려운 신이 어디 있으랴.
5     족속이 섬기는 신은 모두 허수아비지만
.     주께서는 하늘을 만드신 분이시다.
6     앞에 찬란한 영광이 감돌고
.      계시는 곳에 힘과 아름다움이 있다.
7    힘과 영광을 주님께 돌려라.
.     민족들아, 지파마다 주님께 영광을 돌려라.
8    예물을 들고 하느님 앞에 나아가
.      이름에 어울리는 영광을 주님께 돌려라.
9    거룩한 광채 입으신 주님을 경배하여라.
.      땅은 앞에서 무서워 떨어라.
10   땅을 든든하게 세우신 앞에서
.   “주님이 왕이시다 만방에 외쳐라.
.     만백성을 공정하게 심판하시리라.
11  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즐거워하며
.     바다도, 거기 가득한 것들도,
.     함께 환성을 올려라.
.     들도, 거기 사는 것도,
.     함께 기뻐 뛰어라.
12  숲의 나무들도 환성을 올려라.
.     주께서 세상을 다스리러 오셨다.
.      앞에서 즐겁게 외치어라.
13  그는 정의로 세상을 재판하시며
.     진실로써 만백성을 다스리신다.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2독서_디도 2:11-14

11 하느님의 구원의 은총이 모든 사람에게 나타났습니다. 12 은총은 우리를 훈련해서 우리로 하여금 불경건한 생활과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게 하고 세상에서 정신을 차리고 바르고 경건하게 살게 해줍니다. 13 그리고 위대하신 하느님과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나타나실 복된 희망의 날을 기다리게 해줍니다. 14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몸을 바치셔서 우리를 모든 죄악에서 건져내시고 깨끗이 씻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의 백성으로서 선행에 열성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14시편 130:8; 출애 19:5; 신명 4:20, 7:6, 14:2; 에제 37:23

 

 

 

복음서_루가 2:1-14 (15-20)

1 무렵에 로마 황제 아우구스토가 천하에 호구 조사령을 내렸다. 2 번째 호구 조사를 하던 시리아에는 퀴리노라는 사람이 총독으로 있었다. 3 그래서 사람들은 등록을 하러 저마다 본고장을 찾아 길을 떠나게 되었다. 4 요셉도 갈릴래아 지방의 나자렛 동네를 떠나 유다 지방에 있는 베들레 헴이라는 곳으로 갔다. 베들레헴은 다윗 왕이 고을이며 요셉은 다윗의 후손이었기 때문이다. 5 요셉은 자기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등록하러 갔는데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6 그들이 베들레헴에 머물러 있는 동안 마리아는 달이 차서 7 드디어 첫아들을 낳았다. 여관에는 그들이 머무를 방이 없었기 때문에 아기는 포대기에 싸서 말구유에 눕혔다.

8 근방 들에는 목자들이 밤을 새워가며 양떼를 지키고 있었다. 9 그런데 주님의 영광의 빛이 그들에게 두루 비치면서 주님의 천사가 나타났다. 목자들이 겁에 질려 떠는 것을 보고 10 천사는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다. 모든 백성들에게 기쁨이 소식이다. 11 오늘 너희의 구세주께서 다윗의 고을에 나셨다. 그분은 바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다. 12 너희는 갓난 아이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것을 보게 터인데 것이 바로 그분을 알아보는 표이다.” 하고 말하였다. 13 때에 갑자기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천사와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14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15 천사들이 목자들을 떠나 하늘로 돌아간 뒤에 목자들은 서로어서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신 사실을 보자.” 하면서 16 달려가 보았더니 마리아와 요셉이 있었고 과연 아기는 구유에 누워 있었다. 17 아기를 목자들이 사람들에게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이야기하였더니 18 목자들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일을 신기하게 생각하였다. 19 마리아는 모든 일을 마음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였다. 20 목자들은 자기들이 듣고 보고 것이 천사들에게 들은 바와 같았기 때문에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며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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