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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시간, 정해진 날”_2024.9.17. 연중24주간_화_추석별세기념성찬례_설교문

James Chae 2024. 9. 17. 12:42

 

 

2024.9.17. 연중24주간__추석별세기념성찬례

요엘 2:21-24, 26 / 시편 104:13-15 / 1요한 3:17-18 / 마태 25:34-40

 

정해진 시간, 정해진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저는 주일이 성큼 다가오는데 설교 준비를 제대로 못했을 강한 강박증을 느낍니다. 그럴 때는 꿈을 종종 꾸는데 예배를 제대로 준비 못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는 꿈입니다. 과거 학창 시절에 시험날이 다가오는데 제대로 시험 준비를 못했을 느끼는 강박과 유사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반드시 해야 일을 제대로 준비 못할 심한 강박과 초조함을 느낍니다. 미리 준비해도 정해진 날이 다가오면 긴장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이와 같이 어떤 일에 기한이나 시간이 이미 정해졌다는 것은 미래의 정해진 시간이 우리의 현재를 규정한다는 뜻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요엘서는 구약성서의 열두 소예언서 하나입니다. 4장으로 구성된 요엘서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울어라! 주님께서 오시는 날은 심판의 날이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모두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우리 앞에 이미 정해진 날과 시간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야훼께서 오시는 , 심판의 날입니다.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정해진 시험의 때가 있듯이 우리 인생도 정해진 그러한 날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해진 끝이 있다는 전제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요엘서는 그러한 때가 오기 전에 우리가 오늘 반드시 해야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라도, 야훼의 말이다, 진심으로 뉘우쳐 나에게 돌아오너라. 단식하며 가슴을 치고 울어라.” 요엘 2:12

 

 

이제라도 돌아오너라이것이 정해진 날이 오기 전에 요엘 선지자의 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이는 마치 우리에게 숙제처럼 주어진 숙명처럼 느껴집니다. 오늘 요엘서의 말씀은 모두 축복의 말씀입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요엘서 3 1절의나는 영을 만민에게 부어주리니라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하느님의 백성에게 가장 축복은 하느님의 성령이 각자에게 임하는 것이고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 정해진 시간 전에 현재에 회개하게 하는 일입니다. 요엘서의 앞과 뒤를 모두 읽지 않고 오늘 말씀만 읽으면 마치 요엘서가 축복문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전후의 문맥 속에서 말씀은 주님의 때가 오기 전에, 정해진 시간이 오기 전에 회개한 사람들에게 주는 종말론적인 축복의 말씀임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우리는 이러한 축복의 말씀으로 추석에 덕담을 나눌 수도 있을 것입니다. 회개의 메시지는 생략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요엘 선지자의 외침은 엄중하고 비장합니다. 정해진 날이 오기 전에 우리 모두 하느님께 제발 돌아오라는 것입니다. 이는 여기에서 예배를 드리는 여러분뿐만 아니라 아직 하느님을 믿지 않는 우리의 가족 모두에게 주는 메시지입니다. 

 

추석이란 정해진 날도 매년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우리 인생과 세상의 끝도 그렇게 정해진 날처럼 성큼성큼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만 명절처럼 정해진 시간을 우리가 모른다는 것이 다릅니다. 우리가 추석에 가족과 함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덕담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로부터 우리가 오늘에 있기까지 고생하신 분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이 자신들의 인생의 정해진 날이 오기까지 어떻게 사셨는지 진지하게 나눠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우리도 이렇게 추석명절의 별세자 명단에 우리의 이름이 반드시 오를 때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날은 반드시 것입니다. 그때에 나를 기억하고 기도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저는 정말로 위로가 됩니다. 그때에 저를 위해 기도해 주는 저의 딸도 오늘에 하느님을 섬기는 그리스도인이길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 자녀들이 그때에 우리를 위해 기억하고 기도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우울해집니다. 기억하는 것이 뭐가 대수냐고 수도 있지만, 우리 기독교는 기억의 종교이고 우리의 믿음은 기억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은, 신앙고백에서 우리가 고백하듯이, ‘성도의 상통 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마지막 심판의 날에 주님 앞에서 기억되듯이 우리의 자녀들이 훗날 우리를 기억해 준다는 것은 우리에게 축복이 아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나 인류에게나 시험날같이 마지막의 때는 분명히 다가옵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현재를 종말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면 가지려는 욕심도, 남보다 앞서가고 싶은 욕심도, 자기 잘난 멋도 모두 정해진 시간 앞에서 덧없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정해진 시간은 우리의 현재를 규정합니다. 지금 내가 해야 , 지금 내가 만나야 사람, 지금 내가 돌이킬 등이 정해집니다. 시간이 정해지면 우리 삶의 우선순위도 정해집니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차선이며 무엇을 하면 되는지 분별하는 지혜가 생깁니다. 그러므로 오늘 일은 반드시 오늘 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끊어야 일은 반드시 오늘 끊으시기 바랍니다. 내일은 내일의 시간일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간입니다. 정해진 시간은 오늘에 의해 규정되고 오늘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내일의 시간이 또한 규정됩니다. 그러므로 오늘 가족과 함께 있을 하느님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를 여기 존재하게 하신 모든 조상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그분들이 살아계실 우리에게 기대했던 내일을 오늘에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길 바랍니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날을 준비 못해서 허둥대지 않도록 오늘의 우리의 삶이 준비된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명절에 우리 모든 가정들이 하느님 앞으로 나아와서 풍성한 하느님의 은총을 경험하시는 시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아멘.

 


 

전례독서_ 추석 명절

 

본기도

자비로우신 하느님, 계절을 따라 풍성한 수확을 허락하시니 감사하나이다. 구하오니, 기쁜 명절을 맞이하여 우리가 기억하는 조상들의 영혼에 안식을 주시고, 때에 따라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시는 하느님을 신뢰하며 언제나 은혜를 찬양하며 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하느님이신 우리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1독서_ 요엘 2:21-24, 26

21  흙아, 두려워 마라.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야훼께서 큰일을 이루셨다.
22  짐승들아, 두려워 마라.
    들판의 목장은 푸르렀고
    나무들엔 열매가 열렸다.
    무화과나무와 포도덩굴에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23  시온의 자녀들아,
    야훼 너희 하느님께 감사하여
    기뻐 뛰어라.
    너희 하느님께서 가을비를 흠뻑 주시고
    겨울비도 내려주시고
    봄비도 전처럼 내려주시리니,
24  타작 마당에는 곡식이 그득그득 쌓이고
    독마다 포도주와 기름이 넘치리라.

26  이제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으며
    너희 하느님 야훼를 찬양하리라.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이루어준
    하느님을 찬양하리라.
    백성은 언제까지나 당당하리라.

 

 

 

성시_ 시편 104:13-15

13  높은 궁궐에서 위에 물을 쏟으시니
    땅이 손수 내신 열매로 한껏 배부릅니다.
14  짐승들이 먹을 풀을 기르시고
    사람은 농사지어 땅에서 채소를 얻게 하시고
15  또한 곡식을 양식으로 주시며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포도주도 주셨습니다.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2독서_ 1요한 3:17-18

17 누구든지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의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도 마음의 문을 닫고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18 사랑하는 자녀들이여, 우리는 말로나 끝으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실하게 사랑합시다.

 

 

 

복음서_ 마태 25:34-40

34 때에 임금은 자기 오른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희는 아버지의 복을 받은 사람들이니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나라를 차지하여라. 35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36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며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주었다.’ 37 말을 듣고 의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잡수실 것을 드렸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38 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으며, 39 언제 주님께서 드셨거나 감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저희가 찾아가 뵈었습니까?’ 40 그러면 임금은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하고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