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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거리지 말고”_2025.4.19. 다해_부활밤예식(8pm)

James Chae 2025. 4. 25. 18:50

 

2025.4.19. 다해_부활밤예식

로마 6:3-11 / 시편 114 / 루가 24:1-12

 

 

꾸물거리지 말고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일어나라, 마음이여, 네 주님이 일어나셨으니. 찬가를 불
러라,
                     꾸물거리지 말고,
  그분이 네 손을 잡으셔서 너 또한
                       그분과 함께 일어나도록,
그분의 죽음이 너를 태워 재로 만들었듯
그분의 생명이 너를 금으로, 나아가, 순정한 존재로 만드시도록.”

조지 허버트의 [부활절] 중 일부

 

 

 

17세기 영국의 위대한 시인이자 성공회 신부였던 조지 허버트는 그의 부활절 시를 통해 우리로 하여금일어나라”, “깨어나라라고 외칩니다. 시에서 제게 가장 임팩트하게 다가온 말은꾸물거리지 말라 표현입니다. 이미 주님께서 우리에게 손을 내미셨는데 오히려 우리는 주저하며 망설입니다. 이미 우리를 사망으로 이끄는 죄를 그분께서 태워버리셨는데, 우리는 여전히 가운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읽은 로마서에서도 사도 바울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은 죄에서 해방된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또한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라고 믿습니다.” 로마 6:7-8

 

 

그러니꾸물거리지 말라 것입니다. 이미 우리가 죄에서 해방되었고,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라는 약속을 받았기에 주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말은 결국 주님의 부활이 자체로 완전하지만, 우리의 결단과 참여로 더욱 주님의 부활이 영광스러워진다는 뜻입니다. 말은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의 부활의 일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동역자로 말입니다. 사랑의 관계는 결코 혼자서 만들어 없기 때문입니다. 손뼉을 양손으로 쳐야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또한 사랑은 한순간에 성취되는 일시적인 것이 아닙니다. 뜨겁게 사랑하는 연인들이 결혼하면 부부간의 사랑도 본격적으로 출발점에 서는 것입니다. 연인 간의 사랑과 부부간의 사랑은 분명 질적으로 다릅니다. 부부가 결혼 생활에서 겪게 수많은 시련과 아픔 그리고 실망과 좌절이 이미 사람의 관계 속에 가능성으로 남겨 있습니다.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이나 하느님과 우리의 사랑의 관계도 한순간이 아니라 오랜 숙성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부활하신 주님의 손을 잡는 순간 우리와 하느님 간의 사랑의 관계도 마치 결혼 관계처럼 시작됩니다. 이때부터 진정한 신앙의 실존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결혼처럼 희로애락의 사랑의 여정입니다. 하나 됨은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내가 너희 안에, 너희가 안에 있다고 말씀하신 이유입니다. 부활의 주님과 손을 잡는 것은 그분의 부르심에 대한 순종이고 새로운 사랑의 모험입니다.

 

복음서는 일관되게 주님의 부활의 증인으로 여자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 여자들은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요안나와 또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였다.” 루가 24:10

 

 

당시에 여자들의 증언은 법정에서도, 다른 어떤 상황에서도 인정되지 않고 무시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복음서들이 일관되게 이렇게 부활의 증인들을 여자들로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활 증언이 역사적인 사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부활의 증언이 조작되었다면, 분명 초대교회는 남성 사도들을 부활의 증인으로 보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활의 증언이 너무나 확실했기에 여성의 권위가 전혀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도 복음서 기자들은 모두 이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이후 여성 사도에 대해서 초대 교회는 침묵함으로 가부장적인 당시의 한계를 교회도 극복할 없었던 같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적인 것과 다른 인간의 한계입니다. 

 

가장 많이 사함을 받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주님을 사랑하게 마련입니다. 아마도 루가가 언급한 막달라 마리아, 요안나,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는 바로 그러한 사람들이었을 겁니다. 그들은꾸물거리지 않고주님께서 내민 손을 잡은 사람들입니다. 두려움과 당혹감은 있었지만, 그들은 예수의 부활현현체험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길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머리로 따지고, 곰곰이 생각하지 않았고, 망설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직 자신들의 믿음과 마음으로 그분의 손을 잡았습니다. 열한 사도에게 부활의 복음을 전한 것이 바로 이들이었습니다. 이후 그들이 교회 내에서 어떤 입지를 가졌는지 우리는 아무런 자료도 없어 상상도 없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모든 것을 남성 중심화했고, 그들의 흔적을 많이 지웠다는 의심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부활의 증인이사도 불린다면 이들 여인은 분명 사도로 불림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역설적이지만, 그들에 대한 역사의 침묵이 어쩌면 그들이 받을 천상의 상급을, 주님의 영광을 영광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생각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을 많이 사랑하십시오. 여인들처럼 주님을 많이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그분께서 내미는 손을꾸물거리지  말고붙드시기를 바랍니다. 그분을 사모하여 주님의 부활의 증인이 됐던 여인처럼 우리도 그분의 손을 잡고 그분과 함께 부활의 동역자가 되도록 노력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러할 매년 맞이하는 부활절이, 주일 맞이하는 작은 부활절인 주일 예배가 여러분에게 더욱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숱한 해가 아무리 애써 밝게 빛난다 해도
오늘 같은 날이 어디 있겠습니까?” 

조지 허버트의 [부활절] 중 일부

 

 

시인의 흥분된 마음이 마치 예수의 부활을 처음 목격한 여인의 마음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를 옭아매는 다양한 망설임을 오늘 부활의 예배 속에서 떨쳐버리시고, 주저함 없이, 꾸물거림 없이 담대하게 주님께 나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여인이 주님의 현현을 목격하고 떨었던 떨림이 분명 사랑의 떨림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여인들처럼 많이 용서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을 많이 사랑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아멘.

 


 

전례독서_부활밤

 

본기도

 

 

 

1독서_ 로마 6:3-11

 

3.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 예수와 하나가 우리는 이미 예수와 함께 죽었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4. 과연 우리는 세례를 받고 죽어서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아버지 영광스러운 능력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생명 얻어 살아가게 것입니다.

5. 우리는 그리스도와 같이 죽어서 그분과 하나가 되었으니 그리스도와 같이 다시 살아나서 또한 그분과 하나가 것입니다.

6. 예전의 우리는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혀서 죄에 물든 육체 죽어버리고 이제는 죄의 종살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7. 이미 죽은 사람은 죄에서 해방된 것입니다.

8.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또한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라고 믿습니다.

9. 그것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그리스도께서 다시는 죽는 일이 없어 죽음이 다시는 그분을 지배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10. 그리스도께서는 죽으심으로써 죄의 권세를 꺾으셨고 다시 살아나셔서는 하느님을 위해서 살고 계십니다.

11. 이와 같이 여러분도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죽어서 죄의 권세를 벗어나 그와 함께 하느님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성시_시편 114

  1. 할렐루야.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나올 야곱 집안이 야만족을 떠나올
  2. 유다는 그의 성소가 되고 이스라엘은 그의 영토가 되었다.
  3. 바다는 이를 보고 도망치고 요르단 강은 뒤로 물러섰으며
  4. 산들은 염소처럼 뛰놀았고 언덕들은 양처럼 뛰었다.
  5. 바다야! 어찌하여 도망치느냐? 요르단아! 어찌하여 물러서느냐?
  6. 산들아, 어찌하여 너희가 염소처럼 뛰며 언덕들아, 어찌하여 너희가 양처럼 뛰느냐?
  7. 이여, 너는 주인 앞에서, 야곱 하느님 앞에서 떨어라.
  8. 그분은 바위를 변하여 못이 되게 하시며 바위로 하여금 샘이 되게 하시는 분이시다.

 

 

 

복음서_ 루가 24:1-12

1 안식일 다음날 아직 동이 트기도 전에 여자들은 준비해 두었던 향료를 가지고 무덤으로 갔다. 2 그들이 가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은 이미 굴러 나와 있었다. 3 그래서 그들이 무덤 안으로 들어가 보았으나 예수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4 그들은 어찌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었는데 바로 때에 눈부신 옷을 입은 사람이 그들 곁에 나타났다. 5 여자들은 그만 겁에 질려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여자들에게너희는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가운데서 찾고 있느냐? 6 그분은 여기 계시지 않고 다시 살아나셨다. 그분이 전에 갈릴래아에 계실 때에 무어라고 말씀하셨느냐? 7 사람의 아들이 반드시 죄인들의 손에 넘어가 십자가에 처형되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리라고 하시지 않았느냐?” 하고 말해 주었다. 8 말을 듣고 여자들은 예수의 말씀이 생각나서 9 무덤에서 발길을 돌려 열한 제자와 밖의 여러 사람들에게 와서  

모든 일을 알려주었다. 10 여자들은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요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였다. 다른 여자들도 그들과 함께 모든 일을 사도들에게 말하였다. 11 그러나 사도들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부질없는 헛소리려니 하고 믿지 않았다. 12 그러나 베드로는 벌떡 일어나 무덤에 달려가서 몸을 굽혀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수의밖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그는 어떻게 일인가 하고 이상히 여기면서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