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의 물성(物性) : 복제와 나눔
이효임 목판화에 대한 단상
채창완
▲ 43_Composition01-1,-90×90
판화가 가지는 물성은 독특하다. 그 물성은 다량의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판화의 복제는 원판의 복제이며, 여기서 모든 복제물들은 원판으로부터 동일한 원본의 지위를 가진다. 또한 판화는 원판의 물성이 그대로 화면 위에 옮겨지며, 사용된 안료나 프레스기에 의해 또 다른 물성이 그것에 더해진다. 특히 목판화의 경우는 사용한 도구의 물성과 작가의 손놀림까지 생생하게 전해진다.
일반 그림에서 보여지는 양적인 한계를 극복하며 다수의 복제가 가능하다는 차원에서 판화는 대중성을 가진다. 복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판화는 다분히 포스트 모던적이며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크르의 범주에 포함된다. 판화에서 실재원본과 복제본 사이의 경계는 사실 유명무실하다.
▲ 29_숫자세기3456-98,-28.5×2
이효임 작가는 이러한 복제에 자신의 신앙적 의미를 부여한다. 오병이어의 무한증식과 같은 복제가 그가 말하는 ‘나눔’에서 가능해진다. 빵과 물고기라는 물성의 변화 없이 양적 증식이 가능했던 것 같이 판화는 복제를 통해 양적 증식의 ‘나눔’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복제는 상품의 대량생산과 분명 다르고, 복제가 나눔이란 의미로 의미의 변환이 이루어진 것은 물이 포도주로 그 물성이 변한 것 같이 완전한 변환이다. 여기에 촉매로 작용한 것이 바로 작가의 믿음인 것이다.
▲ 33_열매를생각한다-98,-30×4
10여 년의 긴 시간을 작가는 다양한 형식 실험을 통해 자신의 나눔을 형상화했다. 그 긴 시간만큼이나 그의 작업은 완숙함을 보여준다. 다양한 경험은 그의 작업에 다양한 형식을 가능하게 했다. 그의 판화가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보여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그의 작품에는 꽃, 항아리, 나무, 십자가, 열매, 집, 풍경 등과 같은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패턴을 사용한 비구상작품들도 있지만 주로 단순화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화면과 완전한 평면을 이루는 변형된 이미지들은 매우 소박한 느낌을 담고 있다. 소박하다 함은 대상의 화려한 재현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다.
▲ 34_Autumn-98,-45×50.5
이미지들은 결국 원대상을 떠나 작가의 내면을 반영하는 존재가 된다. 원색이 주는 강렬함을 중간색 톤으로 중화시켜 대체적으로 화면의 색감이 부드럽다. 자연의 색이 작가 안에서 그리고 판화라는 매체를 통해 중화된 결과일 것이다. 그러한 색감은 종이의 재질에 잘 어우러져 부드러움을 더한다.
결국 목판과 종이, 그리고 물감의 물성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뤄 작가 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 분위기는 소박한 서민들의 정서와도 소통하며 화려하면서도 메마른 도시의 어두운 그늘을 밝게 비춘다.
▲ 38-1_Remember-99,-30×45
▲ 40_Landscape-00,-25.5
▲ 42_Dream01-2,-71×51
▲ 45_수선화
▲ 48_The Moonlight 1.2-3,-30×3
▲ 49_Aqua-03,-93.5×36
▲ 51_Nature(女神)-03,-26×93.
▲ 53_The Work-04(律),-91×72
▲ 65_풍경96-3,-68×35
▲ 67_The Cross-95,-16×31.5
▲ 69_God is love-06,-29.5×68
▲ 70_오병이어-96,-4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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