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 22

“우리의 일상과 조금은 다른...” - 수난복음에 붙여

2021. 3. 28. 나해_성지(고난)주일_감사성찬례 이사 50:4-9상 _ 시편 31:9-16 _ 필립 2:5-11 _ 마르 14:1-15:47 또는 마르 15:1-39(40-47) : 수난복음 “우리의 일상과 조금은 다른...” 수난복음에 붙여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우리의 일상은 늘 강물처럼 흘러갑니다. 아침에 해는 어김없이 동에서 뜨고, 우리 모두는 어김없이 주어진 일상을 시작합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우리는 직장에 출근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하고, 산책을 하거나, 쇼핑을 하며, 또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일상의 많은 만남들 속에서 걱정도 있었고, 고민도 하고, 기쁜 일도 있었고, 위로도 받았습니다. 매일 해가 지면 여지없이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

글모음/설교문 2021.05.16

보내심, 들림, 자기 비움 그리고 영광 (3)

2021. 3. 21. 나해_사순 5주일_감사성찬례 토마스 크랜머(캔터베리대주교, 전례개혁자, 순교자, 1556년) 예레 31:31-34 _ 시편 51:1-12 _ 히브 5:5-10 _ 요한 12:20-33 “보내심, 들림, 자기 비움 그리고 영광” (3)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현대에는 성서해석학과 그리스도론의 발전으로 우리는 다양한 신학적, 교리적 결과물의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원시 그리스도 교회의 사정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한 권으로 된 성서는 물론 단 한 편의 성서를 교회가 소유하는 것조차 제정적 어려움과 갖은 핍박 때문에 쉽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예수의 생애와 수난 그리고 부활을 경험했던 사도들과 제자들 그리고 예수를 따랐던 많은..

글모음/설교문 2021.05.16

예수에 대한 이미지 (2)

2021. 3. 14. 나해_사순 4주일_감사성찬례 민수 21:4-9_ 시편 107:1-3, 17-22_ 에페 2:1-10_ 요한 3:14-21 “예수에 대한 이미지” (2)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하느님은 누구시고, 어떤 분이실까?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믿음대로 하느님을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우리는 하느님을 잘 알고, 하느님을 잘 믿고 있는 것일까요? 하느님의 영광을 보지 않기 위해 모세가 얼굴을 가리고 그분의 이미지를 봤던 것처럼 우리는 그분의 본질은 감히 볼 수 없고 그분에 대한 이미지(imāgō)를 볼뿐입니다. 구약을 읽어보면, 이스라엘 백성은 끊임없이 하느님을 망각하고, 오해하고, 잘못 섬긴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그래서 선지자들의 일은 끊..

글모음/설교문 2021.05.16

덜어내고, 비우기 (1)

2021. 3. 7. 나해_사순 3주일_감사성찬례 출애 20:1-17_ 시편 19_ 1고린 1:18-25_ 요한 2:13-22 “덜어내고, 비우기” (1)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그림을 그리는 데 그림에 뭔가를 그리고 더하고 꾸미는 일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랜 숙련된 기술과 요령을 터득하면 언젠가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작 어려운 것은, 화가들의 표현대로 말하면, ‘덜어내고, 비우기’입니다. 사물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의 핵심적인 부분은 남기고 나머지는 생략하며, 의미와 표현의 과잉을 피해 생각을 덜어내고, 표현을 최대한으로 절제해 가는 것. 이것이 작품에서 뭔가를 ‘덜어내고 비우는’ 과정입니다. 이는 요령이나 기술이 아닌 오랜..

글모음/설교문 2021.05.16

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

2021. 2. 28. 나해_사순 2주일_감사성찬례 창세 9:8-17_ 시편 25:1-10_ 1베드 3:18-22_ 마르 1:9-15 “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 τὰ τοῦ Θεοῦ ἀλλὰ τὰ τῶν ἀνθρώπων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기원전 2세기 헬라 제국(셀레우코스 왕조)의 황제 안티오쿠스 4세 때의 이야기입니다. 안티오쿠스는 유대인들을 핍박했던 악명 높은 왕이었습니다. 그는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온갖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성전에 제우스 신상을 세워 유대인들로 하여금 봉헌하게 했고, 이방인들로 하여금 성전에서 방종과 향락을 즐기게 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물론 전통적인 축제도 지킬 수 없었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을 유대인이라 말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글모음/설교문 2021.05.16

"확실성의 빛 quasi luce securitatis"

2021. 2. 21. 나해_사순 1주일_감사성찬례 창세 9:8-17_ 시편 25:1-10_ 1베드 3:18-22_ 마르 1:9-15 “확실성의 빛” quasi luce securitatis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Σὺ εἶ ὁ υἱός μου ὁ ἀγαπητός, ἐν σοὶ εὐδόκησα.” “You are My beloved Son, in You I am well-pleased.”(마르 1:11) "너는 내 아들, 나 오늘 너를 낳았노라. Υἱός μου εἶ σύ, ἐγὼ σήμερον γεγέννηκά σε” “You are My Son, Today I have begotten You.” (시편 2:7하) 오늘은 여러분..

글모음/설교문 2021.05.15

분리와 격리의 역설

2021. 2. 14. 나해_연중 6 주일_감사성찬례 열왕하 5:1-14 _ 시편 30 _ 1고린 9:24-27 _ 마르 1:40-45 “분리와 격리의 역설”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지난 2월 6일 자 통계를 보니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233만 명이고, 확진자는 1억 명이 넘었습니다. 여기에 완치자가 5천940만 명입니다. 이미 돌아가신 분은 제외하더라도, 전 세계 인구 중에 ‘분리와 격리’를 경험한 사람이 1억 6천만 명에 육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무슨 뜻이냐 하면, 사회와 공동체, 가족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분리된 경험을 한 개인들이 이렇게 많다는 뜻입니다. 소설 를 쓴 알베르 카뮈는 이러한 개인의 사회적 ‘격리’와 ‘분리’를 “괴로운 휴가”, “도리 없..

글모음/설교문 2021.05.15

베드로의 장모

2021. 2. 7. 나해_연중 5 주일_감사성찬례 이사 40:21-31 _ 시편 147:1-11 _ 1고린 9:16-23 _ 마르 1:29-39 “베드로의 장모”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오늘 복음서에서 베드로의 장모가 앓았던 “열병”에 해당되는 헬라어 “퓌레쑤싸 πυρέσσουσα”는 “퓌레쏘 πυρέσσω 열병 나다”라는 동사의 현재능동태분사형입니다. 장모가 드러누운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명사형은 31절에 나오는 “열병,퓌레토스πυρετός” 입니다. 루가복음(루가 4:38-39)과 마태오복음(마태 8:14-15)의 병행 구절에도 동일한 단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마태오는 마르코를 충실히 따라 열병의 원인에 대한 언급은 생략한 반면, ‘섬세하고, 친절한’ 루가는 마르..

글모음/설교문 2021.05.15

<새가정> 2021.5월호 vol.743_ "존재의 자리-바라 봄" _채야고보 신부

존재의 자리_바라 봄 채야고보 신부(Artist/성공회 사제) 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보는 세상을 모두 똑같이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각자가 보고 싶은 것, 아는 것을 보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화병에 담긴 꽃을 보고 여러 사람들이 각자가 보고 느낀 것을 나눠보면 서로 다른 경험을 말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누구는 꽃의 색을, 누구는 꽃의 잎사귀를, 누구는 꽃의 모양을 말합니다. 사실 본다는 것은 단순히 빛의 굴절에 의해 대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 마음과 관심이 반영된 적극적인 행위인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눈으로 보고 자신의 마음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대상을 자기 안에 한번 더 걸러서 표현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