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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무게”

2023. 4. 2.가해_고난-성지 주일 이사 50:4-9 / 시편 31:9-16 / 필립 2:5-11 / 수난복음:마태 26:14-27:66 “존재의 무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커크 더글라스(Kirk Douglas) 주연의 영화 ‘스파르타쿠스(Spartacus, 1960)’를 보면 6,000명의 로마의 반란군을 길 가에 나란히 세워 처형한 장면이 매우 인상적으로 나옵니다. 십자가형은 고문을 동반한 사형이라는 면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로마의 처형 방법이었습니다. 18cm 길이의 쇠못을 손과 발이 아니라 손목과 발목에 박습니다. 그러니 사람의 체중을 지탱하래야 할 수 없어 손목과 발목에 가해지는 중력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을 유발합니다. 고통 때문에 숨을 쉬기 ..

글모음/설교문 2023.04.02

“그를 풀어주어 가게 하여라.”

2023. 3.26.가해_사순5주일 에제 37:1-14, 시편 130, 로마 8:6-11, 요한 11:1-45 “그를 풀어주어 가게 하여라.”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요한복음의 일곱 표징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오늘 라자로의 소생이야기입니다. ‘세상의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신원은 이제 “세상의 구원자”, “참 생명”이심으로 예수의 본질을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요한복음을 처음부터 차분하게 읽어보시면 이 ‘라자로의 소생 이야기’에서 묘한 감동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 마지막 표징은 앞에 있었던 6가지 표징의 종합입니다. 그것이 요한복음 사가가 편집을 통해 우리에게 주고자 한 메시지입니다. 삼십 대의 갈릴레아 청년은 이로써 ‘그리스도’ 임을 요한 사가는 확증 합니다. ‘역사..

글모음/설교문 2023.03.26

“보고도 제대로 못 보는…”

2023. 3.19.가해_사순4주일(장미주일) 사무상 16:1-13 / 시편 23 / 에페 5:8-14 / 요한 9:1-41 “보고도 제대로 못 보는…”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작년에도 ‘확증 편향’이란 주제로 설교를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것은 무시하는 사고방식”입니다. 한 마디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입니다. 이런 편향성은 우리의 세계관이나 지식, 그리고 사람들의 관계에 치명적인 오류를 가져옵니다. 특히 요즘 인터넷 유튜브나 검색 엔진들은 모두 이러한 편향성을 부추기는 데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의 검색 알고리즘은 자신이 자주 검..

글모음/설교문 2023.03.19

“영과 진리로…”

2023. 3.12. 가해_사순3주일 출애 17:1-7 / 시편 96 / 로마 5:1-11 / 요한 4:5-42 “영과 진리로…” ἐν πνεύματι καὶ ἀληθείᾳ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지난주에 우리는 예수님과 니고데모의 대화를 통해 “다시 태어남”에 대해서 묵상을 했습니다. 오늘은 사마리아 여인과의 담화입니다. 요한복음의 전반부에 배치된 이 두 담화는 이적 사화와의 어떤 연결고리도 없이 오직 신학적 진술로만 이뤄진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화형식을 통해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매우 세련됩니다. 이 두 담화 사이에 요한 기자는 “세례자 요한의 마지막 증언”을 배치함으로써 요한복음의 주제인 “예수는 위에서 오신 분”으로 그를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글모음/설교문 2023.03.12

“다시 태어남에 대해”

2023. 3.5. 가해_사순2주일 창세 12:1-4상 / 시편 121 / 로마 4:1-5, 13-17 / 요한 3:1-17 “다시 태어남에 대해”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사람은 하느님께 참여할 때 비로소 참으로 사람이 된다.” 알프레드 델프 유대계 독일출신의 예수회 사제 알프레드 델프(Alfred Delp, 1907~1945)는 나치에 대항하면서 국가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지를 깊이 체험한 사람입니다. 세상의 어떠한 권력도, 세상의 어떠한 안락도 인간의 존엄을 짓밟으며 정당화될 수는 없음을 그는 주장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이 무너지면 인간은 한갓 동물과 같은 사람에 불과합니다. 그 본성에 내재된 모든 것이 야만적입니다. 파시즘은 이러한 내면을 가장 적나..

글모음/설교문 2023.03.05

“사특(邪慝)한 복과 자족하는 마음”

2023. 2. 26. 가해_사순1주일 창세 2:15-17, 3:1-7 / 시편 32 / 로마 5:12-19 / 마태 4:1-11 “사특(邪慝)한 복과 자족하는 마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반드시 죽는다.” 그러나 사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 여기서 사탄은 정확하게 하느님의 말씀을 반대로 뒤집었습니다. 즉 하느님과 동등한 위치에 서고자 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하느님과 악이 마치 동등한 듯이, 선과 악이 양립할 수 있는 것같이 쉽게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동등하게 비교될 대상은 이 세상에 전혀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창조주이신 하느님에 대한 창세기의 말씀입..

글모음/설교문 2023.02.26

“옷만 찢지 말고 심장을 찢고”

2023. 2. 22. 가해_재의 수요일 요엘 2:1-2, 12-17 또는 이사 58:1-12 / 시편 51:1-18 / 2고린 5:2-하-6:10 / 마태 6:1-6, 16-21 “옷만 찢지 말고 심장을 찢고” 채창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찢는다. 쪼개다’는 의미의 히브리어는 ‘쿼라 קָרַע’입니다. 헬라어로는 ‘διαρρήσσω디아레쏘’입니다. 이는 너무 슬플 때나, 너무 억울할 때, 너무 분노할 때, 그리고 하느님께 회개할 때 옷을 찢는 행위와 연관된 말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계약을 할 때도 양을 둘로 ‘쪼갬’으로 계약이 성사됩니다. 이렇게 ‘쿼라’라는 동사는 뭔가를 둘로 나누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이 슬픔의 표현이든 계약의 증표이든 이는 ‘죽음’을 상징하는 행위입니다..

글모음/설교문 2023.02.22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2023. 2. 19. 가해_연중7주일 레위 19:1-2, 9-18 / 시편 119:33-40 / 1고린 3:10-11, 16-23 / 마태 5:38-48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채창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현대인의 공포는 핵위험도, 환경 재앙도, 첨단 과학도 한몫을 하지만, 진정한 공포는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서로 혐오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이 문명을 만들면서 관계성의 인간이 되었지만, 이제 그 문명 속에서 다시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20세기 냉전시대를 거쳐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인류는 자본주의의 승리를 목격했지만, 자본주의의 승리 속에서 우리가 성취한 것은 ‘자본’의 자유이지 인간의 자유는 아니..

글모음/설교문 202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