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2.21.토. 가해_재의 수요일 이동축일
요엘 2:1-2, 12-17 또는 이사 58:1~12 / 시편 51:1-18 / 2고린 5:20하-6:10 / 마태 6:1-6, 16-21
“쪼개진 마음의 틈으로…”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진주산청교회
재의 수요일은 인간의 유한성을 체감하고, 우리의 죄를 하느님께 고백하는 날입니다. “고백”이란 말을 하고 보니 오해의 소지가 큽니다. 마치 회개가 도덕적, 윤리적 죄의 목록을 하느님께 아뢰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여러분이 알고 계시듯이 성서가 말하는 “죄”는 “하마르티아(ἁμαρτία)”입니다. 그것은 활이 과녁의 중심을 빗나감을 뜻합니다. 그 과녁의 중심은 바로 존재의 중심인 하느님이십니다. 우리 인간이 바라보고 가야 할 방향을 상실한 상태가 바로 성서가 말하는 “죄”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처음에 그 과녁에서 벗어났을 때, 그들이 변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방향을 다시 설정했다면 우리 인류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요? 회개는 단순히 죄의 목록을 아뢰며 일종의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그런 행위가 아닙니다. 회개는 “메타노이아(μετάνοια)”입니다. 메타(μετά, meta)와 노이아/노에오(νοέω, noeo / νοῦς, nous)의 합성어입니다. “노이아”의 어원은 “노오스(νοῦς)”입니다. 이는 “마음”이란 뜻입니다. 결국 메타노이아는 “생각과 마음을 넘어서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인식의 전환”, “생각의 전환”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존재의 중심에서 벗어난 우리의 인식과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진정한 회개입니다. 자신을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축을 다시 하느님 가운데 두는 과정이 바로 회개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우리 삶의 방향성을 다시 돌아보고, 우리의 인식과 생각이, 우리의 행위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직시하는 날입니다. 단순히 “얼마나 잘못했는지” 우리의 도덕적인 실패를 살피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는 “지금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어디를 향해서 서 있는지?”를 묻습니다. 물론 그 출발점은 우리가 흙에서 왔다는 사실에서 시작합니다. 하느님께서 늘 “오시는 하느님”이시듯이, 우리도 흙으로부터 왔습니다. 그리고 그 흙은 하느님께서 생명의 근원으로 인간에게 주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언젠가는 그 흙으로 돌아갈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재”를 통해 깨닫게 됩니다. 재를 뒤집어쓰며 회개했던 과거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오늘 우리는 재를 이마에 바르며 그동안 잘못 살아온 삶의 방향을 바로 잡습니다. 그리고 흙으로 돌아갈 존재임을 깨닫고 우리 존재의 근원이 무엇인지 다시 마음에 새깁니다. 이미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과녁에 꽂히든 아니면 빗나가든, 둘 중에 하나일 겁니다. 빗나간 화살은 아무리 소리를 쳐도 다시 궁사에게로 돌아오게 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마음을 가지고 다시 활을 잡고 과녁에 정조준해서 화살을 쏘아야 합니다. 그 화살이 정확하게 정중앙으로 날아가도록 말입니다.
결국 오늘 성서정과의 핵심 메시지는 “메타노이아”를 통해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오라”라는 것입니다. 요엘서는 “심장을 찢고 돌아오라” 외치고, 시편 51편은 “변치 않는 마음, 새로운 마음”을 달라고 외칩니다. 그리고 사도 바울로는 “지금이 바로 은총의 때”라고 미루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돌아서라고 말합니다. 마태오복음은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이 바로 우리가 돌아갈 곳이며 존재의 중심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잠시 슬퍼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슬픔의 끝은 우리의 방향 전환입니다. “심장을 찢는 것”은 “카라(Qara, קָרַע)”라는 히브리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천을 찢듯이 마음을 찢으라는 뜻입니다. 동물을 둘로 갈라 두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을 맺는 “베리트(בְּרִית, berith)”랑은 뜻이 다르지만, 둘 다 무언가를 찢고 쪼갠다는 이미지는 동일합니다. 둘 다 모두 고통을 수반합니다. 그래서 심장을 찢고 쪼개는 것은 고통을 통한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뜻합니다. 그러니 심장을 가르는 아픔이 회개에 동반됩니다. 그러나 그 슬픔은 우리를 완전히 장악할 수 없습니다. 그 끝이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아픔이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오시는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오시는 하느님”은 우리의 찢어진 마음으로 오십니다. 마음이 둘로 쪼개져야 우리의 완악한 마음에 빈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하느님께서 오십니다. 그래서 이사야는 다음과 같이 기도했습니다.
“아, 하늘을 쪼개시고 내려오십시오.” 이사 64:1
하늘을 쪼갠다는 것은 하느님도 큰 고통을 감내하신다는 뜻입니다. 요엘서서 사용한 “심장을 찢고”와 같은 단어인 “카라”가 여기에서도 사용했습니다. 그것은 정확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연상시킵니다. 하느님께서도 십자가 위에서 찢어지는 아픔을 겪으신 것처럼, 우리도 심장을 찢는 고통을 감내함이 당연합니다. 그렇게 할 때 하느님과 우리가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인간은 절대로 하느님을 일대일로 대면할 수 없습니다. 피 흘림 없이는 죄 사함도 없기 때문입니다. 회개는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모두 재를 바르며 우리의 심장을 찢습니다. 그분의 고통이 우리의 고통이 되도록, 그리고 우리의 고통이 그분의 고통이 되도록. 그리고 우리의 쪼개진 마음의 틈으로 그분께서 오시기를… 그 끝은 물론 하느님이 주시는 샬롬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회개와 함께하는 기쁨이 우리 안에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을 전했습니다. 아멘.
전례독서_재의 수요일 1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지으신 만물을 극진히 사랑하시며, 죄를 통회하는 모든 이를 용서하시나이다. 비오니, 우리로 하여금 진심으로 죄를 통회하고 탐욕과 어리석음을 버리게 하시며,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시는 온전한 구원을 바라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 하느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1독서_요엘 2:1-2, 12-17
1 시온에서 나팔을 불어라.
.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이 떨도록
. 나의 거룩한 산에서 경보를 울려라.
. 야훼께서 거둥하실 날이 왔다.
.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2 어둡고 음산한 날,
. 짙은 구름이 덮인 깜깜한 날,
. 산들이 까맣게
. 수도 없이 많은 무리가 덮쳐온다.
. 이런 일은 전에도 없었고
. 앞으로도 천만대에 이르도록
. 이런 일은 다시 없으리라.
. …
12“그러나 이제라도,
. 야훼의 말이다,
. 진심으로 뉘우쳐 나에게 돌아오너라.
. 단식하며 가슴을 치고 울어라.”
13 옷만 찢지 말고 심장을 찢고
. 너희 하느님 야훼께 돌아오너라.
. 주는 가엾은 모습을 그냥 보지 못하시고
. 좀처럼 노여워하지도 않으신다.
. 사랑이 그지없으시어
. 벌하시다가도 쉬이 뉘우치신다.
14 혹시 마음을 돌이키시어
. 재앙을 거두시고 복을 내리실지
. 그 누가 알겠느냐?
. 너희 하느님 야훼께 바칠
. 곡식과 포도주를 내려주실지 그 누가 알겠느냐?
15 시온 산 위에서 나팔을 불어라.
. 단식을 선포하고 성회를 열어라.
16 백성을 불러모으고,
. 거룩한 대회를 열어라.
. 노인들을 불러모으고
. 어린이들을 모아들여라.
. 젖먹이도 오라고 하여라.
. 신혼 부부도 신방에서 나와 모이게 하여라.
17 성전 현관과 제단 사이를 오가며
. 야훼를 섬기는 사제들아, 울며 빌어라.
. “야훼여, 당신의 백성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 당신의 유산으로 삼으신
. 이 백성이 남에게 욕을 당하지 않게 하시고
. ‘너희 하느님이 어찌 되었느냐?’며
. 손가락질받지 않게 하여주십시오.”
성시_시편 51:1-18
1 하느님, 선한이여,
.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
. 어지신 분이여,
. 내 죄를 없애 주소서.
2 허물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
. 잘못을 깨끗이 없애 주소서.
3 내 죄 내가 알고 있으며 ◯
. 내 잘못 항상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4 당신께, 오로지 당신께만 죄를 지은 몸, ◯
. 당신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한 이 몸입니다.
¶ 벌을 내리신들 할 말이 있으리이까? ◯
. 당신께서 내리신 선고, 천번 만번 옳습니다.
5 이 몸은 죄 중에 태어났고, ◯
. 모태에 있을 때부터, 이미 죄인이었습니다.
6 당신은 마음 속의 진실을 기뻐하시니 ◯
. 지혜의 심오함을 나에게 가르치소서.
7 정화수를 나에게 뿌리소서, 이 몸이 깨끗해지리이다. ◯
. 나를 씻어 주소서, 눈보다 더 희게 되리이다.
8 기쁨과 즐거움의 소리를 들려 주소서. ◯
. 꺾여진 내 뼈들이 춤을 추리이다.
9 당신의 눈을 나의 죄에서 돌리시고 ◯
. 내 모든 허물을 없애 주소서.
10 하느님, 깨끗한 마음을 새로 지어 주시고 ◯
. 꿋꿋한 뜻을 새로 세워 주소서.
11 당신 앞에서 나를 쫓아 내지 마시고 ◯
. 당신의 거룩한 뜻을 거두지 마옵소서.
12 그 구원의 기쁨을 나에게 도로 주시고 ◯
. 변치 않는 마음, 내 안에 굳혀 주소서.
13 죄인들에게 당신의 길을 가르치리니 ◯
. 빗나갔던 이들이 당신께로 되돌아 오리이다.
14 하느님, 내 구원의 하느님,
. 죽음의 형벌에서 이 몸을 건져 주소서. ◯
. 이 혀로 당신의 정의를 높이 찬양하리이다.
15 나의 주여, 내 입술을 열어 주소서. ◯
. 이 입으로 주님을 찬양하리이다.
16 당신은 제물을 즐기지 아니하시며 ◯
. 번제를 드려도 받지 아니하십니다.
17 하느님, 내 제물은 찢어진 마음뿐,
. 찢어지고 터진 마음을 ◯
. 당신께서 얕보지 아니하십니다.
18 어지신 마음으로 시온을 돌보시어 ◯
. 예루살렘 성벽을 다시 쌓게 하소서.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2독서_2고린 5:20하-6:10
5:20 …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이것은 결국 하느님께서 우리를 시켜 호소하시는 말씀입니다. 21 우리를 위해서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죄있는 분으로 여기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느님께로부터 무죄 선언을 받게 되었습니다.
1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여러분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여러분이 받은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게 하지 마십시오.
2 하느님께서는,
. “너에게 자비를 베풀 만한 때에
. 네 말을 들어주었고
. 너를 구원해야 할 날에 너를 도와주었다.”
. 이사 49:8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자비의 때이며 오늘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3 우리가 하는 전도 사업이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사람들의 비위를 상하게 하는 일은 조금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4 우리는 무슨 일에나 하느님의 일꾼으로서 일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환난과 궁핍과 역경도 잘 참아냈고 5 매질과 옥살이와 폭동을 잘 겪어냈으며 심한 노동을 하고 잠을 못 자고 굶주리면서도 그 고통을 잘 견디어냈습니다. 6 우리는 순결과 지식과 끈기와 착한 마음을 가지고 성령의 도우심과 꾸밈없는 사랑과 7 진리의 말씀과 하느님의 능력으로 살고 있습니다. 두 손에는 정의의 무기를 들고 8 영광을 받거나 수치를 당하거나 비난을 받거나 칭찬을 받거나 언제든지 하느님의 일꾼답게 살아갑니다. 우리는 속이는 자 같으나 진실하고 9 이름 없는 자 같으나 유명하고 죽은 것 같으나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또 아무리 심한 벌을 받아도 죽지 않으며 10 슬픔을 당해도 늘 기뻐하고 가난하지만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만들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사실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음서_마태 6:1-6, 16-21
1 “너희는 일부러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선행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서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다. 2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3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4 그 자선을 숨겨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5 “기도할 때에도 위선자들처럼 하지 마라. 그들은 남에게 보이려고 회당이나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6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다 들어주실 것이다.” …
16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얼굴을 하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려고 얼굴에 그 기색을 하고 다닌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17 단식할 때에는 얼굴을 씻고 머리에 기름을 발라라. 18 그리하여 단식하는 것을 남에게 드러내지 말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19 “재물을 땅에 쌓아두지 마라. 땅에서는 좀먹거나 녹이 슬어 못쓰게 되며 도둑이 뚫고 들어와 훔쳐간다. 20 그러므로 재물을 하늘에 쌓아두어라. 거기서는 좀먹거나 녹슬어 못쓰게 되는 일도 없고 도둑이 뚫고 들어와 훔쳐가지도 못한다. 21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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