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 343

‘부활의 증거’ (1)

2022.4.16. 성 토요일 부활 밤 예식 구약 7가지 말씀 / 로마 6:3-11 / 시편 114 / 루가 24:1-12 ‘부활의 증거’ (1)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안식일 다음날 아직 동이 채 트기도 전에 그 여자들은 준비해 두었던 향료를 가지고 무덤으로 갔다. 그들이 가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은 이미 굴러 나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무덤 안으로 들어가 보았으나 주 예수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루가 23:1-3) 사복음서는 동일하게 여인들이 예수의 ‘빈무덤’을 발견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는 부활에 대한 첫 증언일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복음서에 기록된 부활 이야기들을 면밀히 관찰해보면 부활에 대한 첫 증언들을 간추려 볼 수 있습니다. 그 첫 증언들 이..

글모음/설교문 2022.04.17

십가가, 하느님 부재의 자리

2022.4.14. 성 금요일(주님의 수난) 예식 이사 52:13-53:12 / 시편 22 / 히브 10:16-25 / 요한 18:1-19:42(수난복음) ‘십자가, 하느님 부재의 자리’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오늘 우리는 여느 때처럼 아침을 맞이했고, 직장이나 집안일을 했으며, 여느 때처럼 식사를 하고 사람들을 만났으며 평소처럼 또 우리 아이들을 돌봤습니다. 오늘은 다른 일상과 다를 바 없이 평범했으며, 특별한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매년 찾아오는 이 금요일을 다른 날들과 조금은 다르게 느낍니다. 하루 종일 우리 마음 구석에 무거운 무엇인가가 웅크리고 있는 듯, 우리의 미소가, 우리의 말이 여느 때와는 다름이 느껴집니다. 해와 달, 하늘과 나무들, 거리의 자동차..

글모음/설교문 2022.04.16

끝까지 변하지 않는 사랑

2022.4.14. 성 목요일(성찬 제정/세족례) 감사성찬례 출애 12:1-4(5-10)11-14 / 시편 116:1-2, 12-19 / 1고린 11:23-26 / 요한 13:1-17, 31하-35 ‘끝까지 변하지 않는 사랑’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이 세상에서 사랑하시던 제자들을 더욱 극진히 사랑해 주셨다.”(요한 13:1) 오늘 읽은 복음서의 앞부분에 나온 문장입니다. 이를 다시 번역하면 “이 세상에서 사랑해 오셨던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지막 때를 직감하고 주님께서는 제자들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셨습니다. 요한복음은 이 사랑의 표현이 바로 ‘세족례’ 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끝까지, τέλος’라는 말은 문맥상 ‘시..

글모음/설교문 2022.04.15

‘수난이 기쁜 소식이 되는 삶’

2022.4.10. 고난주일/성지주일 감사성찬례 이사 50:4-9상 / 시편 31:9-6 / 필립 2:5-11 / 루가 22:14-23:56 ‘수난이 기쁜 소식이 되는 삶’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성당에서 ‘십자가’가 사라졌습니다. 매년 한 번 우리는 고난주일부터 부활 전까지 교회 내에서 ‘십자가의 상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는 ‘주님의 부재’를 표현합니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한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우리는 두 번 수난복음을 읽습니다. ‘성지 주일’에, 그리고 ‘성 금요일 예식’에서. ‘수난복음’이란 말은 참 이상한 말입니다. ‘수난’이란 말과 ‘복음’이란 말이 합쳐서 된 말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수난’의 이야기가 ‘유앙겔리온εὐαγγέλιο..

글모음/설교문 2022.04.10

“하느님의 기쁨” (회개-2)

2022.3.27. 사순 4 주일 감사성찬례 여호 5:9-12/ 시편 32 / 2고린 5:16-21 / 루가 15:1-3, 11하-32 “하느님의 기쁨” (회개-2)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작은 아들이 재산을 상속해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하는 수없이 두 아들에게 공평하게 재산을 나눠줬습니다. 그 길로 작은 아들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여 집을 나가 온갖 방탕한 생활을 하며 가진 것을 모두 탕진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모두 하고 산 것이지요. 그러나 큰아들은 장남이란 의무감 때문이지 아니면 모험심이 없어서 인지 물려받은 재산을 가지고도 아버지 곁에서 충실하게 가족을 돌보며 살았습니다. 큰아들이라고 하고 싶은 것이 왜 없..

글모음/설교문 2022.03.26

“하느님의 은총에 압도된 회개” (회개-1)

2022.3.20. 사순 3 주일 감사성찬례 이사 55:1-9 / 시편 63:1-8 / 1고린 10:1-13 / 루가 13:1-9 “하느님의 은총에 압도된 회개” (회개-1)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사제, Artist 회개란 무엇입니까? 메타노이아(μετάνοι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어입니다. 오늘 복음서에서 사용된 ‘회개’라는 말도 메타노이아의 동사형 메타노에오(μετανοέω)입니다. 그러나 이 단어 하나로 오늘 본문의 회개에 대한 표상들이 전부 드러나지 않습니다. 회개는 반성이나 참회, 속죄와도 다릅니다. 오늘 본문에는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기록했습니다. “망할 것이다.” ‘아포레이스테 ἀπολεῖσθε’. 미래형으로 이..

글모음/설교문 2022.03.19

“그러나 너희는 원하지 않았다.”

2022.3.13. 사순 2 주일 감사성찬례 창세 15:1-12, 17-18 / 시편 27 / 필립 3:17-4:1 / 루가 13:31-35 “그러나 너희는 원하지 않았다.”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사제, Artist 한마음으로 당신을 위하면 당신께서도 한마음으로 위해 주십니다. 흠없이 당신을 위하면 당신께서도 흠없이 위해 주십니다. 두 마음을 품지 않고 당신을 받들면, 당신께서도 두 마음 품지 않고 붙들어주십니다. (시편 18:25-26) 오늘 읽은 복음서 말씀에서 선지자와 예루살렘의 이미지가 교차 비교되어 묘사됩니다. 즉 선지자들의 죽음과 그들을 죽인 유대인들의 이미지 말입니다. 루가는 구약의 선지자들의 죽음을 통해 예수의 죽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선지자들의 죽음과..

글모음/설교문 2022.03.12

가증스러운 위로-자의적 성서 해석의 위험성

2022.3.6. 사순 1 주일 감사성찬례 신명 26:1-11 / 시편 91:1-2, 9-16 / 로마 10:8-13 / 루가 4:1-13 “가증스러운 위로-자의적 성서 해석의 위험성”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하느님이 당신의 천사들을 시켜 너를 지켜주시리라. (시편 91:12)” “너의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손으로 너를 받들게 하시리라. (시편 91:12)” 이 말씀이 여러분에게는 어떻게 들리십니까? 이는 위로가 되는 말씀이 아닙니까?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이나 위험 가운데 처한 사람이 이 말을 들으면 많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요? 또 다음 구절은 너무나 많이 들어서 잘 아시는 구절일 겁니다. 개역성경 버전으로 읽어보겠습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글모음/설교문 2022.03.05

위선에 대한 경계-재의 수요일

2022.3.2. 재의 수요일_감사성찬례 요엘 2:1-2, 12-17 / 시편 51:1-18 / 2고린 5:20하-6:10 / 마태 6:1-6, 16-21 “위선에 대한 경계”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오늘 읽은 말씀은 마태오복음 5장에서 7장에 나오는 ‘산상설교’의 중간 부분입니다. 마태오는 예수님의 메시지, 특히 예수의 율법을 재해석하신 말씀들을 ‘산상설교’에 모두 담았습니다. 9가지의 ‘행복선언’을 시작으로 6개의 ‘대당명제’를 덧붙였습니다. 율법을 재해석한 6가지의 ‘대당명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내지도 말라”, “남의 아내를 탐내지도 말라”, “아내를 소박하지도 말라”, “맹세하지도 말라”, “보복하지도 말라”, 그리고 “원수도 사랑하라”. 이러한 대당명제의 결..

글모음/설교문 2022.03.02

"궁극적 결단" - 평지설교 3

2022.2.27. 연중8주일 감사성찬례 이사 55:10-13 / 시편 92:1-4, 12-15 / 1고린 15:51-58 / 루가 6:39-49 “궁극적 결단” - 평지설교 3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오늘 복음서 말씀은 여러 가지 단절어들을 모아서 ‘평지설교’의 결론을 도출하는 부분입니다. 살펴보면 ‘소경 길잡이의 비유’, ‘제자가 스승보다 높아질 수 없다는 말씀’, ‘눈 속의 들보 비유’, ‘좋은 나무, 좋은 열매 비유’, ‘반석 위에 세운 집 비유’ 등입니다. 이 모든 단절어들의 주제는 하나로 집약됩니다. 바로 하느님의 말씀대로 행하라는 것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루가복음은 평지설교를 제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그 말인즉 예수의 가르침대로 제자들이 행하라는..

글모음/설교문 202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