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설교문 254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2021.11. 28. 다해_ 대림 1 주일 예례 33:14-16 / 시편 25:1-10 / 1데살 3:9-13 / 루가 21:25-36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사제, Artist 이제 전례력으로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전례력의 시작(대림절)은 주님에 대한 우리 교회의 기다림을 신학적으로 표현합니다. 교회는 두 가지의 기다림을 말합니다. 하나는 다시 오실 재림 예수에 대한 기다림이고, 또 하나는 이 세상을 구원할 아기 예수의 탄생에 대한 기다림입니다. ‘재림 예수’에 대한 기다림은 부활과 승천하신 주님의 약속에 기반하고, 메시아의 탄생은 구약의 예언에 기초합니다. 평화와 구원을 선포하신 아기 예수의 탄생은 우리와 세상에게 기쁜 소식이었지만, 다시 오실 재림은 모..

글모음/설교문 2021.11.26

‘거룩한 편가르기’

2021.11. 21. 나해_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 사무하 23:1-7 / 시편 132:1-12(13-18) / 묵시 1:4하-8 / 요한 18:33-37 ‘거룩한 편가르기’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사제, Artist 처음 빌라도는 예수 편도 아니고 유다인 편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 섰습니다. 물론 뼛속까지 정치꾼이었던 그의 성향은 힘 있는 편으로 이미 기울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속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수에 대한 기소 사실은 그에게도 모호하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정치적 문제라면 모를까 종교적 문제는 그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다교 최고회의인 산헤드린의 요청을 총독으로서 무시할 수 없었을 겁니다. 빌라도를 찾아간 유다..

글모음/설교문 2021.11.20

“너희는 새보다 훨씬 귀하다.”

2021.11. 14. 나해_ 추수감사주일_연중 33 주일 신명 8:1-10 / 시편 65 / 야고 1:17-18, 21-27 / 마태 6:25-33 “너희는 새보다 훨씬 귀하다.”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사제, Artist 오늘 말씀은 주님께서 실제로 발설하셨을 가능성이 큰 문장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비슷한 단어나 문장을 운율에 맞춰 대비시켜 표현하는 ‘대구법’을 사용한 것은 그 특징입니다. 이런 화법은 주님의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앞 문장과 뒷 문장, 앞에 나온 단어와 뒤에 나온 단어가 각각 짝을 이룹니다. 음식과 목숨, 옷과 몸 등이 서로 대비됩니다. 달변가이셨던 주님께는 이런 대구법을 통해 본인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청자에게 전달하셨습니다. 이런 문장을 묵상하다 ..

글모음/설교문 2021.11.13

과부의 헌신과 종교 권력의 부조리

2021.11. 7. 나해_ 연중 32 주일 룻기 3:1-5, 4:13-17 / 시편 127 / 히브 9:24-28 / 마르 12:38-44 ‘과부의 헌신과 종교 권력의 부조리’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예리고의 바르티매오가 선포한 것처럼, 이제 예수께서는 ‘다윗의 자손’ 메시아로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십니다. 입성하시자마자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하시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셨습니다. 이후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의 살아있는 권력들과 하나씩 다섯 번의 논쟁을 벌이십니다.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1) ‘권한에 대한 논쟁’(마르 11:27-33)을 하셨으며, 이어서 바리사이파와 헤로데 당원들과 2) ‘세금에 대한 논쟁’(마르 12:13-17)을 벌이셨습니다. 또 성전 권력을 장악했던 사두가이..

글모음/설교문 2021.11.06

'새로운 내러티브'로의 초대

2021.10.31. 나해_ 모든 성인의 날 _ 연중 31 주일 이사 25:6-9 / 시편 24 / 묵시 21:1-6상 / 요한 11:32-44 ‘새로운 내러티브’로의 초대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예수께서 마리아뿐만 아니라 같이 따라온 유다인들까지 우는 것을 보시고 비통한 마음이 북받쳐 올랐다. (요한 11:33) 여기에서 “비통한 마음이 북받쳐 올랐다.”라는 표현은 주님께서 몹시 당황하여 화를 내시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비통한 마음”으로 번역된 부분은 “ἐμβριμάομαι 엠브리마오마이”로 “분노하다, 화나다”라는 뜻의 단순과거동사입니다. 이 엠브리마오마이는 화가 나서 코로 숨을 씩씩거리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단어입니다. 주님께서 정말 화가 나셨다는 표현을 하기 ..

글모음/설교문 2021.10.30

‘단순하며 간결하고 밀도 높은 기도’-제자도와 기도

2021.10.24. 나해_연중 30주일 욥기 42:1-6, 10-17 / 시편 34:1-8, [19-22] / 히브 7:23-28 / 마르 10:46-52 ‘단순하며 간결하고 밀도 높은 기도’ 제자도와 기도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itist “기도는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주님께서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마태오복음 6장에서 “위선자”처럼 기도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인즉 기도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아니고, 자기만족적인 것도 아니며, 오직 ‘하느님 앞에 선 개인’으로 진솔하게 구할 것을 간구하라는 말씀입니다. 또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라”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기도가 하느님께 드리는 은밀한 것임을 분명히 말씀하신 것입니다. 기도할 때 수다스럽거나, 중..

글모음/설교문 2021.10.23

‘세상을 섬기는 그리스도론’ - 제자도 위에서 그리스도를 묵상하다.

2021.10.17. 나해_연중 29주일 안디오키아의 익나시오(주교, 순교자, 107년경) 욥기 38:1-7, (34-41) / 시편 104:1-9, 24, 35하 / 히브 5:1-10 / 마르 10: 35-45 ‘세상을 섬기는 그리스도론’ 제자도 위에서 그리스도를 묵상하다.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양자역학- 원자의 발견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전자는 마치 지구가 태양의 주변을 공전하듯이 원자핵의 주변을 돌고 있습니다. 만약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인류는 에디슨이 발견한 직렬 전기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양자역학이 있었기에 ..

글모음/설교문 2021.10.16

그리스도의 제자도(discipleship)

2021.10.10. 나해_연중 28주일 대한성공회 최초의 의료 선교사 남득시(랜디스), 와일스(1890) 욥기 23:1-9, 16-17 / 시편 22:1-15 / 히브 4:12-16 / 마르 10:17-31 그리스도의 제자도(discipleship)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오늘 복음서 말씀은 모두 세 파트로 나눠져 있습니다. 일견에는 하나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전승 자료에 상황 묘사를 추가한 ‘상황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부자 청년이 주님의 부르심을 거부한 이야기(17-22), 두 번째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23-27), 세 번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나선 제자들에게 주어질 상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28-31). 첫 번째와..

글모음/설교문 2021.10.09

하나 됨의 의미

2021.10.3. 나해_창조질서 회복 기원 감사성찬례(연중 27주일) 욥기 1:1, 2:1-10 / 시편 26 / 히브 1:1-4, 2:5-12 / 마르 10:2-16 ‘하나 됨의 의미’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오늘은 열왕기하에 대한 이야기로 설교를 시작합니다. 열왕기하 9장과 10장은 오므리 왕조의 최후를 이끈 예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예후’에 대한 평가가 ‘예언서’와 ‘열왕기서’가 각각 다른 관점을 갖는 것에 대해 살펴보고, 성서 해석에 대한 두 가지 관점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북이스라엘의 오므리 왕조는 3대를 번창하며 북이스라엘의 번영을 이끈 왕조입니다. 우리는 그 왕조의 대표적인 인물로 악명 높은 오므리의 아들인 ‘아합왕’을 기억합니다. 신명..

글모음/설교문 2021.10.02

“이제 다 이루었다.”(요한 19:30): 순교와 배교에 대한 신학적 단상

2021.9.26. 나해_연중 26주일 모든 한국의 순교자들 스바 3:14-20 / 시편 130 / 로마 8:33-39 / 요한 12:20-32 “이제 다 이루었다.”(요한 19:30) 순교와 배교에 대한 신학적 단상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오늘은 ‘모든 한국의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박해의 상황 속에서도 믿음과 신념을 용기 있게 지키다 순교하신 분들을 기리는 날이죠. 특히 우리 대한성공회의 순교자들은 대부분 6.25 동란 때 순교하신 분들입니다. 그러나 아직 그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우리 가운데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들을 기억하시고 증언하실 분들이 이미 돌아가시고, 역사적 자료도 변변찮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순교자의..

글모음/설교문 2021.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