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설교문 217

보내심, 들림, 자기 비움 그리고 영광 (3)

2021. 3. 21. 나해_사순 5주일_감사성찬례 토마스 크랜머(캔터베리대주교, 전례개혁자, 순교자, 1556년) 예레 31:31-34 _ 시편 51:1-12 _ 히브 5:5-10 _ 요한 12:20-33 “보내심, 들림, 자기 비움 그리고 영광” (3)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현대에는 성서해석학과 그리스도론의 발전으로 우리는 다양한 신학적, 교리적 결과물의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원시 그리스도 교회의 사정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한 권으로 된 성서는 물론 단 한 편의 성서를 교회가 소유하는 것조차 제정적 어려움과 갖은 핍박 때문에 쉽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예수의 생애와 수난 그리고 부활을 경험했던 사도들과 제자들 그리고 예수를 따랐던 많은..

글모음/설교문 2021.05.16

예수에 대한 이미지 (2)

2021. 3. 14. 나해_사순 4주일_감사성찬례 민수 21:4-9_ 시편 107:1-3, 17-22_ 에페 2:1-10_ 요한 3:14-21 “예수에 대한 이미지” (2)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하느님은 누구시고, 어떤 분이실까?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믿음대로 하느님을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우리는 하느님을 잘 알고, 하느님을 잘 믿고 있는 것일까요? 하느님의 영광을 보지 않기 위해 모세가 얼굴을 가리고 그분의 이미지를 봤던 것처럼 우리는 그분의 본질은 감히 볼 수 없고 그분에 대한 이미지(imāgō)를 볼뿐입니다. 구약을 읽어보면, 이스라엘 백성은 끊임없이 하느님을 망각하고, 오해하고, 잘못 섬긴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그래서 선지자들의 일은 끊..

글모음/설교문 2021.05.16

덜어내고, 비우기 (1)

2021. 3. 7. 나해_사순 3주일_감사성찬례 출애 20:1-17_ 시편 19_ 1고린 1:18-25_ 요한 2:13-22 “덜어내고, 비우기” (1)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그림을 그리는 데 그림에 뭔가를 그리고 더하고 꾸미는 일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랜 숙련된 기술과 요령을 터득하면 언젠가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작 어려운 것은, 화가들의 표현대로 말하면, ‘덜어내고, 비우기’입니다. 사물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의 핵심적인 부분은 남기고 나머지는 생략하며, 의미와 표현의 과잉을 피해 생각을 덜어내고, 표현을 최대한으로 절제해 가는 것. 이것이 작품에서 뭔가를 ‘덜어내고 비우는’ 과정입니다. 이는 요령이나 기술이 아닌 오랜..

글모음/설교문 2021.05.16

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

2021. 2. 28. 나해_사순 2주일_감사성찬례 창세 9:8-17_ 시편 25:1-10_ 1베드 3:18-22_ 마르 1:9-15 “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 τὰ τοῦ Θεοῦ ἀλλὰ τὰ τῶν ἀνθρώπων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기원전 2세기 헬라 제국(셀레우코스 왕조)의 황제 안티오쿠스 4세 때의 이야기입니다. 안티오쿠스는 유대인들을 핍박했던 악명 높은 왕이었습니다. 그는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온갖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성전에 제우스 신상을 세워 유대인들로 하여금 봉헌하게 했고, 이방인들로 하여금 성전에서 방종과 향락을 즐기게 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물론 전통적인 축제도 지킬 수 없었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을 유대인이라 말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글모음/설교문 2021.05.16

"확실성의 빛 quasi luce securitatis"

2021. 2. 21. 나해_사순 1주일_감사성찬례 창세 9:8-17_ 시편 25:1-10_ 1베드 3:18-22_ 마르 1:9-15 “확실성의 빛” quasi luce securitatis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Σὺ εἶ ὁ υἱός μου ὁ ἀγαπητός, ἐν σοὶ εὐδόκησα.” “You are My beloved Son, in You I am well-pleased.”(마르 1:11) "너는 내 아들, 나 오늘 너를 낳았노라. Υἱός μου εἶ σύ, ἐγὼ σήμερον γεγέννηκά σε” “You are My Son, Today I have begotten You.” (시편 2:7하) 오늘은 여러분..

글모음/설교문 2021.05.15

분리와 격리의 역설

2021. 2. 14. 나해_연중 6 주일_감사성찬례 열왕하 5:1-14 _ 시편 30 _ 1고린 9:24-27 _ 마르 1:40-45 “분리와 격리의 역설”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지난 2월 6일 자 통계를 보니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233만 명이고, 확진자는 1억 명이 넘었습니다. 여기에 완치자가 5천940만 명입니다. 이미 돌아가신 분은 제외하더라도, 전 세계 인구 중에 ‘분리와 격리’를 경험한 사람이 1억 6천만 명에 육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무슨 뜻이냐 하면, 사회와 공동체, 가족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분리된 경험을 한 개인들이 이렇게 많다는 뜻입니다. 소설 를 쓴 알베르 카뮈는 이러한 개인의 사회적 ‘격리’와 ‘분리’를 “괴로운 휴가”, “도리 없..

글모음/설교문 2021.05.15

베드로의 장모

2021. 2. 7. 나해_연중 5 주일_감사성찬례 이사 40:21-31 _ 시편 147:1-11 _ 1고린 9:16-23 _ 마르 1:29-39 “베드로의 장모”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오늘 복음서에서 베드로의 장모가 앓았던 “열병”에 해당되는 헬라어 “퓌레쑤싸 πυρέσσουσα”는 “퓌레쏘 πυρέσσω 열병 나다”라는 동사의 현재능동태분사형입니다. 장모가 드러누운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명사형은 31절에 나오는 “열병,퓌레토스πυρετός” 입니다. 루가복음(루가 4:38-39)과 마태오복음(마태 8:14-15)의 병행 구절에도 동일한 단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마태오는 마르코를 충실히 따라 열병의 원인에 대한 언급은 생략한 반면, ‘섬세하고, 친절한’ 루가는 마르..

글모음/설교문 2021.05.15

양가성(兩價性,ambivalence)의 감정

2021.1.31. 나해_연중4주일_감사성찬례 신명 18:15-20_ 시편 111_ 1고린 8:1-13_ 마르 1:21-28 “양가성(兩價性,ambivalence)의 감정”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어찌하여 우리를 간섭하시려는 것입니까?” "τί ἐμοὶ καὶ σοί" 는 70인 역본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뜻으로 사용됩니다. (나와 그대 사이에 무엇이 잘못됐다고/판관기 11:12 ; 어른께서는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열왕상 17:18 ;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습니까?/ 열왕하 3:13 ; 유다 왕이여, 당신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소?/ 역대하 35:21) “당신과 나 사이에 뭐가 문제입니까?”, “당신은 나에 대해 무엇을 합니까?”, “내가 당신과 무엇을 해야 합니까?” 좀 더 ..

글모음/설교문 2021.05.06

우리의 시간은 안녕합니까?

2021.1.24. 나해. 연중3주일 요나 3:1-5, 10_ 시편 62:5-12_ 1고린 7:29-31_ 마르 1:14-20 “우리의 시간은 안녕합니까?”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오늘 성서정과의 말씀은 모두 ‘때’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요나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십 일이 지나면 니느웨는 잿더미가 된다.”(요나 3:4하) 시편은 어떤 일이 닥칠 때를 경고합니다. “백성들아, 어떤 일을 당하든지 너희는 하느님을 믿어라. (시 62:8) 사도 바울로는 고린토 교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면합니다. “형제 여러분, 내 말을 명심하여 들으십시오. 이제 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1고린 7:29) 그리고 마르코는 예수의 공생애의 시작을 “때가 다 되었다.”라고 선포합니다..

글모음/설교문 2021.05.01

사람의 아들: 희망의 다른 이름

2021.1.17. 연중2주일 성 안토니오 (이집트 은수자, 수도원장, 356년) 사무상 3:1-20_ 시편 139:1-6, 13-18_ 1고린 6:12-20_ 요한 1:43-51 “사람의 아들 : 희망의 다른 이름”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성서를 읽으며 늘 제가 의문을 가졌던 문제는 이것이었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나신 예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셨을까? 그는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있었을까? 왜 살고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그는 실존에 대한 고민을 했을까? 많은 신학 서적을 뒤지고 고민을 해봐도 속 시원한 답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결국 복음서로 돌아가 생략된 행간을 읽고 묵상하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글모음/설교문 202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