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설교문 256

만물을 관통하는 생명의 빵 - 성찬례의 영성 2

2021. 8. 1. 나해_연중18주일 사도 베드로의 탈옥 (8월2일로 옮겨 지킨다) 사무하 11:26-12:13 / 시편 51:1-12 / 에페 4:1-16 / 요한 6:24-35 만물을 관통하는 생명의 빵 성찬례의 영성 2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의 교회, Artist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좀 주십시오.” Κύριε, δός μοι τοῦτο τὸ ὕδωρ, (요한 4:15) 우물가에서 예수를 만난 사마리아 여인의 외침입니다. “선생님, 그 빵을 항상 저희에게 주십시오.” Κύριε, πάντοτε δὸς ἡμῖν τὸν ἄρτον τοῦτον. (요한 6:34)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의 외침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외침은 인간 실존의 처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기도..

글모음/설교문 2021.07.31

보리빵 다섯 개와 열두 광주리 - 성찬례의 영성1

2021. 7.25. 나해_연중17주일 사도 성 장(長) 야고보 (7/26로 옮겨 지킨다) 사무하 11:1-15 / 시편 14 / 에페 3:14-21 / 요한 6:1-21 보리빵 다섯 개와 열두 광주리 성찬례의 영성 1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 교회, Artisti 지난주 연중 16주일 전례독서가 ‘오병이어’와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 이야기’를 생략하고 도입부와 요약문으로만 구성되었다는 점을 우리는 봤습니다. 그러면 이번 주에는 그 본론 부분인 오병이어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기대했는데 과연 그렇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전례독서가 ‘마르코복음’에서 ‘요한복음’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전례독서는 오늘부터 연중 21주일까지, 즉 앞으로 5주간을 요한복음 6장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특..

글모음/설교문 2021.07.24

자비慈悲의 시선

2021. 7.18. 나해_연중16주일 사무하 7:1-14상 / 시편 89:20-36 / 에페 2:11-22 / 마르 6:30-34, 53-56 자비慈悲의 시선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의 교회, Artist 오늘 복음서 말씀은 도입부와 후반부로만 전례독서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심 이야기인 ‘오병이어 이야기’(음식기적사화)와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 이야기’(자연기적사화)는 생략됐습니다. 성서정과가 이렇게 구성될 때는 그 이유를 깊이 있게 묵상하게 됩니다. 왜 중심 이야기를 생략해서 읽었을까? 오늘 도입 부분인 30절~34절은 주님께서 오병이어 기적을 베푸신 근거를 보여줍니다. 주님은 측은히 여기시는 마음, 즉 자비가 넘치시는 분이시다는 점이 강조됩니다. 그리고 후반부인 53절~56절은 예수의 기..

글모음/설교문 2021.07.17

헤로데의 치부(恥部)

2021. 7.11. 나해_연중15주일 성 베네딕트(몬테 카씨노의 수도원장, 서방 수도원의 교부, 550년경) 사무하 6:1-5, 12-19 / 시편 24 / 에페 1:3-14 / 마르 6:14-29 헤로데의 치부(恥部)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 교회, Artist 치부(恥部)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했으면 하는,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것을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다양함 만큼 서로가 느끼는 치부 또한 각양각색입니다. 누구에게는 숨기고 싶은 것이 누구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남의 치부를 건드리게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곤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예민하게 굴면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기 쉽고, 소심하게 굴면 자신이 하염없이 작게만 느껴집..

글모음/설교문 2021.07.10

선택과 결단

2021. 7.4. 나해_맥추감사주일_연중14주일 신명 8:1-4 / 시편 119:33-48 / 히브 11:32-40 / 마태 6:25-34 선택과 결단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 교회, Artist 추수감사절과 맥추감사주일은 우리 전례력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유래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출애굽기 23장 16절에 “그리고 너희가 밭에 씨를 뿌려서 지은 곡식의 맏물을 바치는 맥추절을 지켜라.”라는 말씀에서 ‘추수절’을 ‘맥추절’로 오역을 하는 바람에 이를 구약과 연관시켰습니다. 그러나 추수감사절이 미국 청교도들의 농경문화에서 나온 것처럼, 맥추감사주일은 우리 농경문화에 기반을 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6월 중순경에 보리를 추수했기 때문에 7월 첫 번째 주일을 맥추절로 지키게 된 것..

글모음/설교문 2021.07.03

일상성(日常性)의 회복 3

2021. 6. 27. 나해_연중13주일 사무하 1:1, 17-27 / 시편 130 / 2고린 8:7-15 / 마르 5:21-43 일상성(日常性)의 회복 3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의 교회, Artist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 식사를 하고 마음껏 웃고 떠들던 우리의 일상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여행도, 산책도, 쇼핑도 모두 어색한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더 멀리 느껴지고, 성당에 새로운 사람이 와도 이전처럼 마음껏 반기기가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고자 몸부림 친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단조롭더라도 편안하게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도 하고, 일을 하는 그러한 일상이 너무 그립습니다. 코로나 19는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멀리 “외출” 시켜버렸습니다...

글모음/설교문 2021.06.25

기도의 일상성(日常性) 2

2021. 6. 20. 나해_연중12주일 사무상 17:32-49 / 시편 9:9-20 / 2고린 6:1-13 / 마르 4:35-41 기도의 일상성(日常性) 2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의 교회, Artist 그런데 마침 거센 바람이 일더니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되었다. 그런데도 예수께서는 뱃고물을 베개 삼아 주무시고 계셨다. (마르 4:31-32a) 배에 물이 가득 찼는 데도 주님께서는 뱃고물을 베개 삼아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이 장면을 늘 읽을 때마다 저는 안절부절못하고 두려움에 떠는 제자들과 태연하게 주무시는 주님의 얼굴이 대비해서 떠오르곤 합니다. ‘거센 바람’과 파도가 몰아치는 상황을 주님께서 전혀 모르시지 않으셨을 겁니다. 단지 주님께서는 늘 평소에 하시던 ..

글모음/설교문 2021.06.19

하느님 나라의 일상성(日常性) 1

2021. 6. 13. 나해_연중11주일 사무상 15:34-16:13 / 시편 20 / 2고린 5:6-10(11-13)(14-17) / 마르 4:26-34 하느님 나라의 일상성(日常性) 1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의 교회 사제, Artist 하느님 나라는 특수성과 일상성을 동시에 지닙니다. 니고데모에게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하늘의 것(τὰ’ ἐπουράνια)을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계시가 없으면 이해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계시해 주신 ‘하늘의 것’을 믿습니다. 곧 하느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셔서 하느님의 외아들을 육신으로 보내셨고, 그가 고난 받아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셨으며, 언젠가 다시 오신다는 것 말입니다. 이러한 것은 성서와 우리 믿음의..

글모음/설교문 2021.06.11

“의지의 지향점”-인지부조화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2021. 6. 6. 나해_연중10주일 사무상 8:4-11, 16-20 / 시편 138 / 2고린 4:13-5:1 / 마르 3:20-35 “의지의 지향점” -인지부조화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의 교회 사제, Artist 마르코는 전승 자료를 편집하면서 ‘예수의 가족과 친척들이 예수를 방문한 이야기’와 ‘베엘제불과 성령에 대한 논쟁 이야기’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예수의 가족과 친척들이 예수를 방문한 것은 예수가 미쳤다는 소문 때문입니다. 마르코는 이 이야기를 둘로 나누고 그 사이에 ‘베엘제불 논쟁 사화’를 삽입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마태오복음 12장과 루가복음 11장에도 동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냥 읽어보면 하나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행간을 잘 살펴보면 오늘 본문은 다양한..

글모음/설교문 2021.06.05

진리와의 친교: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2021. 5. 30. 나해_성삼위일체주일 이사 6:1-9 / 시편 29 / 로마 8:12-17 / 요한 3:1-17 진리와의 친교: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그 아들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찬란한 빛이시요, 하느님의 본질을 그대로 간직하신 분이시며,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보존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인간의 죄를 깨끗하게 씻어주셨고 지극히 높은 곳에 계신 전능하신 분의 오른편에 앉아 계십니다. (히브 1:3) 오늘 본문 말씀들은 하나같이 하느님의 영광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영광을 인간의 언어와 말로, 또 인간의 상상과 지혜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계. 그렇습니다. 이러한 영적인 세계에 대한 표현을 읽고 이해하는..

글모음/설교문 2021.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