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설교문 210

마음에 심긴 말씀

2021. 8. 29. 나해_연중22주일 아가 2:8-13 / 시편 45:1-2, 6-9 / 야고 1:17-27 / 마르 7:1-8, 14-15, 21 마음에 심긴 말씀 채야고보 신부 /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오늘 복음서는 원래 본문에서 몇 절들을 나눠서 읽었습니다. 관련된 주제의 절들을 모아서 읽은 거죠. 이 본문의 주제는 유대 전통에 대한 준수 여부로 예수와 율법사들 간의 논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7장에는 총 세 개의 유대교 인습 전통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그중 두 가지가 오늘 읽은 본문에 있습니다. 하나는 ‘세정 규례(1~7)’이고 다른 하나는 ‘금기 음식 규례’(15, 18-23)입니다. 오늘 본문에 빠져 있는 부분은 9~13절의 물품을 하느님께 바쳐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글모음/설교문 2021.08.28

머물기 - 성찬례의 영성 4

2021. 8. 22. 나해_연중21주일 열왕상 8:[1, 6, 10-11], 22-30, 41-43 / 시편 84 / 에페 6:10-20 / 요한 6:56-69 머물기 -성찬례의 영성 4- 채야고보 신부 /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우리는 요한복음 6장을 통해 4주간 동안 성찬례의 영성에 대해 묵상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그 마지막 시간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오병이어 이야기’가 주님의 성만찬의 표징임을 첫 번째로 살펴봤습니다. 두 번째로 생명을 주는 주님의 빵이 어떻게 만물을 관통하여 우리를 하나로 엮어 ‘상호 기도’로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을 이뤄가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생명의 빵’이신 성육신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살(σάρξ 사르크스)’이 어떻게 영성체를 통해 우리가 그의 ..

글모음/설교문 2021.08.21

나의 살 σάρξ - 성찬례의 영성 3

2021. 8. 15. 나해_연중20주일 성모 안식 (8월16일로 옮겨 지킨다) / 광복절 열왕상 2:10-12, 3:3-14 / 시편 111 / 에페 5:15-20 / 요한 6:51-58 광복절 전례독서 : 출애 6:2-13 / 시편 136 / 2데살 3:1-4 / 루가 1:67-80 나의 살 σάρξ -성찬례의 영성 3-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의 교회, Artist 영국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의 작품을 혹시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푸줏간에 걸린 고깃덩어리같이 사람의 몸을 해체하여 흉측한 살덩어리로 표현한 작품들. 나중에 한번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몸을 갈기갈기 해체하여 인간이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존재임을 작품을 통해 보..

글모음/설교문 2021.08.13

떠남; 거룩한 거리두기 - 주님의 변모

2021. 8. 8. 나해_주님의 변모 축일_연중19주일 다니 7:9-10, 13-14 / 시편 97 / 2베드 1:16-19 / 루가 9:28-36 떠남; 거룩한 거리두기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의 교회, artist 루가는 ‘주님의 변모 이야기’를 마르코복음을 참조했습니다. 물론 몇 가지 첨언과 첨삭이 편집 과정에서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살펴보면 마르코복음과 다른 루가복음만의 관점으로 이 이야기를 다르게 조명할 수 있게 됩니다. 루가의 첨언과 첨삭을 모두 살펴보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하여 저는 루가의 첨언 중 중요한 하나를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영광에 싸여 나타난 그들은 예수께서 머지않아 예루살렘에서 이루시려고 하시는 일 곧 그의 죽음에 관하..

글모음/설교문 2021.08.07

만물을 관통하는 생명의 빵 - 성찬례의 영성 2

2021. 8. 1. 나해_연중18주일 사도 베드로의 탈옥 (8월2일로 옮겨 지킨다) 사무하 11:26-12:13 / 시편 51:1-12 / 에페 4:1-16 / 요한 6:24-35 만물을 관통하는 생명의 빵 성찬례의 영성 2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의 교회, Artist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좀 주십시오.” Κύριε, δός μοι τοῦτο τὸ ὕδωρ, (요한 4:15) 우물가에서 예수를 만난 사마리아 여인의 외침입니다. “선생님, 그 빵을 항상 저희에게 주십시오.” Κύριε, πάντοτε δὸς ἡμῖν τὸν ἄρτον τοῦτον. (요한 6:34)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의 외침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외침은 인간 실존의 처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기도..

글모음/설교문 2021.07.31

보리빵 다섯 개와 열두 광주리 - 성찬례의 영성1

2021. 7.25. 나해_연중17주일 사도 성 장(長) 야고보 (7/26로 옮겨 지킨다) 사무하 11:1-15 / 시편 14 / 에페 3:14-21 / 요한 6:1-21 보리빵 다섯 개와 열두 광주리 성찬례의 영성 1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 교회, Artisti 지난주 연중 16주일 전례독서가 ‘오병이어’와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 이야기’를 생략하고 도입부와 요약문으로만 구성되었다는 점을 우리는 봤습니다. 그러면 이번 주에는 그 본론 부분인 오병이어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기대했는데 과연 그렇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전례독서가 ‘마르코복음’에서 ‘요한복음’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전례독서는 오늘부터 연중 21주일까지, 즉 앞으로 5주간을 요한복음 6장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특..

글모음/설교문 2021.07.24

자비慈悲의 시선

2021. 7.18. 나해_연중16주일 사무하 7:1-14상 / 시편 89:20-36 / 에페 2:11-22 / 마르 6:30-34, 53-56 자비慈悲의 시선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의 교회, Artist 오늘 복음서 말씀은 도입부와 후반부로만 전례독서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심 이야기인 ‘오병이어 이야기’(음식기적사화)와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 이야기’(자연기적사화)는 생략됐습니다. 성서정과가 이렇게 구성될 때는 그 이유를 깊이 있게 묵상하게 됩니다. 왜 중심 이야기를 생략해서 읽었을까? 오늘 도입 부분인 30절~34절은 주님께서 오병이어 기적을 베푸신 근거를 보여줍니다. 주님은 측은히 여기시는 마음, 즉 자비가 넘치시는 분이시다는 점이 강조됩니다. 그리고 후반부인 53절~56절은 예수의 기..

글모음/설교문 2021.07.17

헤로데의 치부(恥部)

2021. 7.11. 나해_연중15주일 성 베네딕트(몬테 카씨노의 수도원장, 서방 수도원의 교부, 550년경) 사무하 6:1-5, 12-19 / 시편 24 / 에페 1:3-14 / 마르 6:14-29 헤로데의 치부(恥部)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 교회, Artist 치부(恥部)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했으면 하는,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것을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다양함 만큼 서로가 느끼는 치부 또한 각양각색입니다. 누구에게는 숨기고 싶은 것이 누구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남의 치부를 건드리게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곤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예민하게 굴면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기 쉽고, 소심하게 굴면 자신이 하염없이 작게만 느껴집..

글모음/설교문 2021.07.10

선택과 결단

2021. 7.4. 나해_맥추감사주일_연중14주일 신명 8:1-4 / 시편 119:33-48 / 히브 11:32-40 / 마태 6:25-34 선택과 결단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 교회, Artist 추수감사절과 맥추감사주일은 우리 전례력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유래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출애굽기 23장 16절에 “그리고 너희가 밭에 씨를 뿌려서 지은 곡식의 맏물을 바치는 맥추절을 지켜라.”라는 말씀에서 ‘추수절’을 ‘맥추절’로 오역을 하는 바람에 이를 구약과 연관시켰습니다. 그러나 추수감사절이 미국 청교도들의 농경문화에서 나온 것처럼, 맥추감사주일은 우리 농경문화에 기반을 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6월 중순경에 보리를 추수했기 때문에 7월 첫 번째 주일을 맥추절로 지키게 된 것..

글모음/설교문 2021.07.03

일상성(日常性)의 회복 3

2021. 6. 27. 나해_연중13주일 사무하 1:1, 17-27 / 시편 130 / 2고린 8:7-15 / 마르 5:21-43 일상성(日常性)의 회복 3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의 교회, Artist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 식사를 하고 마음껏 웃고 떠들던 우리의 일상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여행도, 산책도, 쇼핑도 모두 어색한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더 멀리 느껴지고, 성당에 새로운 사람이 와도 이전처럼 마음껏 반기기가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고자 몸부림 친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단조롭더라도 편안하게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도 하고, 일을 하는 그러한 일상이 너무 그립습니다. 코로나 19는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멀리 “외출” 시켜버렸습니다...

글모음/설교문 202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