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설교문 218

사람의 아들: 희망의 다른 이름

2021.1.17. 연중2주일 성 안토니오 (이집트 은수자, 수도원장, 356년) 사무상 3:1-20_ 시편 139:1-6, 13-18_ 1고린 6:12-20_ 요한 1:43-51 “사람의 아들 : 희망의 다른 이름”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성서를 읽으며 늘 제가 의문을 가졌던 문제는 이것이었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나신 예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셨을까? 그는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있었을까? 왜 살고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그는 실존에 대한 고민을 했을까? 많은 신학 서적을 뒤지고 고민을 해봐도 속 시원한 답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결국 복음서로 돌아가 생략된 행간을 읽고 묵상하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글모음/설교문 2021.04.28

실존의 한계에서 희망을 보다.

2021.1.10. 나해_주님의 세례 주일 창세 1:1-5_시편 29_사도 19:1-7_마르 1:4-11 실존의 한계에서 희망을 보다.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먼저 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리면서 오늘 설교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아 사방이 적막한 어둠에 잠겼다. 간간히 부는 바람이 축축한 대지의 습기를 날라다 주었다. 바위틈에서 밤을 지새우며 기도하는 동안 그는 습한 한기로 모든 관절이 굳어있음을 느꼈다 . 한몸뚱이 의지할 수 있는 바위를 지붕 삼아 이슬을 피할 수 있었지만, 차가운 기운은 그의 영혼의 깊은 곳까지 고통으로 스며들었다. 맨발에 느껴지는 습기의 서늘함이 그의 새끼발가락의 갈라진 틈을 통해 온 몸에 전해졌다. 그러한 통증과 한기를 몸에서 털어내듯이 부르르 몸..

글모음/설교문 2021.04.28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2021.1.3. 나해_성탄2주일 예레 31:7-14_시편147:12-20_에페1:3-14_요한 1:(1-9)10-18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1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 2 말씀은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3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이 말씀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생겨난 모든 것이 4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며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10 말씀이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이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는데도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1 그..

글모음/설교문 2021.04.20

“소외된 자들에게 희망을…”

2020.12.27. 나해_성탄1주일 이사 61:10-62:3 _ 시편 148 _ 갈라 4:4-7 _ 루가 2:22-40 “소외된 자들에게 희망을…”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예수의 유소년기 이야기는 4 복음서 중 ‘루가의 특수자료’에만 전해지는 전승입니다. 이 전승의 역사적 진실에 대해서는 확인할 자료가 없지만, 교회는 전통적으로 마태오가 전한 ‘예수 탄생 이야기’보다는 루가의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루가는 예수의 탄생 이야기와 공생애 사이에 그의 유소년기의 이야기를 첨가했습니다. 이는 루가가 다른 복음사가들과 다르게 자신이 역사서를 기술한다는 생각으로 복음서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시 ‘그리스.로마의 전기문학양식’의 틀을 그대로 따른 것입니다. 루가는 루가..

글모음/설교문 2021.04.16

수태고지-굴종(屈從)과 순종(順從)의 교차점

2020.12.20. 나해_대림4주일 사무하 7:1-11, 16_ 시편89:1-4, 19-27 또는 성모송가 _ 로마 16:25-27 _ 루가 1:26-38 “ 수태고지-굴종(屈從)과 순종(順從)의 교차점”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아담의 범죄의 경우에는 그 한 사람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하느님의 은총의 경우에는 예수 그리스도 한 사람의 덕분으로 많은 사람이 풍성한 은총을 거저 받았습니다.” (로마 5:15) 지금 방금 제가 읽은 로마서를 루가가 읽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수 탄생에 대한 전승들을 정리하며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편집을 했습니다. 오늘 읽은 복음의 수태고지는 정확히 바로 앞 장에 있었던 세례자 요한의 탄생 이야기와 유사합니다. 루가는 사람 중에..

글모음/설교문 2021.04.16

인간 실존의 한계를 넘어...

2020.12.13. 나해_대림3주일 성 루시아(시라쿠스의 순교자, 304년) 이사 61:1-4,8-11_ 시편 126 _ 1데살5:16-24_ 요한 1:6-8, 19-28 “ 인간 실존의 한계를 넘어-세례자 요한 ”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삶은 모두가 바라는 바이지만, 모두에게 허락된 것은 아닌 듯합니다. 인간은 본래 조그마한 권력이나 자기 자신이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난 게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남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 쉽게 우리 자신의 본분과 한계를 망각하여 행동할 때가..

글모음/설교문 2021.04.16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십시오."

2020.12.6. 나해_대림2주일 성 니콜라(대한성공회 수호성인, 미라의 주교, 326년) 이사 40:1-11_ 시편 85:1-3,8-13 _ 2베드 3:8-15상_ 마르1:1-8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십시오. ”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בְּרֵאשִׁ֖ית בָּרָ֣א אֱלֹהִ֑ים אֵ֥ת הַשָּׁמַ֖יִם וְאֵ֥ת הָאָֽרֶץ׃ 베레쉬트 바라 엘로힘 엣 하샴마힘 베엣 하아레츠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 (창세1:1) Ἀρχὴ τοῦ εὐαγγελίου Ἰησοῦ Χριστοῦ Υἱοῦ Θεοῦ 아르케 타우 유앙켈리오우 이에수 크리스토우 휘오우 테오우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의 시작.”(마르1:1) 마르코는 마..

글모음/설교문 2021.04.15

"하늘을 쪼개시고 내려오십시오!"

2020.11.29. 나해_대림1주일 이사 63:19하-64:8_ 시편 80:1-7, 17-19 _1고린 1:3-9_ 마르 13:24-37 “하늘을 쪼개시고 내려오십시오!”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아, 하늘을 쪼개시고 내려오십시오.”(이사63:19하) 오늘 1독서 이사야63장의 말씀입니다. קָרַ֤עְתָּ שָׁמַ֙יִם֙ 쿼라타 샴마이 “하늘을 찢으시고”에서 ‘쿼라타’의 원형은 קָרַע (쿼라)라는 동사입니다. 이는 뭔가를 둘로 나눌 때 사용하는 단어로 구약에서 특히 옷을 찢는 행위에 많이 사용됩니다. “르우벤이 구덩이로 돌아와 요셉이 그 안에 없는 것을 보고 옷을 찢으며”(창세37:29) 여기서 ‘찢으며’에 사용된 단어가 ‘쿼라’입니다. 단순히 무엇을 찢는다는 차원을 넘..

글모음/설교문 2021.04.15

왕이신 그리스도

2020.11.22. 가해_왕이신 그리스도 주일_연중34주일_감사성찬례 에제 34:11-16, 20-24 _ 시편 100 또는 95:1-7 _ 에페 1:15-23 _ 마태 25:31-46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 / 세실리아(로마의 순교자, 230년경) / 봉천동나눔성당 축성 “왕이신 그리스도”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왕이신 그리스도”는 누구를 지칭합니까? 당연히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런데 가난한 미혼모의 어린아이로 이 세상에 오셔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셨던 분이 어떻게 “왕”이 되십니까? 물론 마태오복음에 따르면 “유대인의 왕”을 찾아 먼 동방에서 동방박사의 예방을 받은 것을 보면 아기 예수는 “유대인의 왕”으로 불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

글모음/설교문 2021.04.14

욕망의 자리매김.

2020.11.17. 가해_연중33주간_화요일_아침 감사성찬례 - 대전교구 성직자 연피정 (미리내 성모성심수도회) 휴고(수사, 링컨의 주교, 1200년경) 묵시 3:1-6, 14-22 _ 시편15 _ 루가19:1-10 “욕망의 자리매김” 채야고보 신부 / Artist, 성공회 사제 오늘 복음서 이야기의 주인공인 사캐오의 직업은 세리(τελώνης 텔로네스)입니다. 물론 세리들의 리더인 세리장(ἀρχιτελώνης)입니다. 현대에나 과거에나 세금을 기쁘게 낼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세금 징수원’을 싫어합니다. 특히 예수님 시대에 세리들은 유대인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유대교의 랍비들은 세리들을 부당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로 규정하여 부정한 자로 취급하였습니다. 그래서 ‘도적’ 또는 ‘강도’처럼..

글모음/설교문 2021.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