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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복음”_2024.4.14. 나해_부활3주일_설교문

2024.4.14. 나해_부활3주일 사도 3:12-20 / 시편 4 / 1요한 3:1-7 / 루가 24:36-48 “원초적 복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그들은 너무나 놀랍고 무서워서 유령을 보는 줄 알았다.” 루가 23:37 부활을 목격한 제자들의 증언이 이어질수록 원시그리스도 공동체는 혼란 속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해서 많은 제자들이 부활한 주님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했습니다. 나자로의 소생을 기억하는 제자들은 로마의 사형틀에서 죽어간 예수가 부활했다는 생각에 이르는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대인들은 제자들이 예수의 시체를 감추고 그가 부활했다는 거짓말을 퍼뜨렸다고 소문을 냈지만(마태 28:11-15),..

글모음/설교문 2024.04.14

“어둠의 비늘”_2024.4.7. 나해_부활2주일_설교문

2024.4.7. 나해_부활2주일 사도 4:32-35 / 시편 133 / 1요한 1:1-2:2 / 요한 20:19-31 “어둠의 비늘”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가장 짙은 어둠 속에서는 반딧불이의 불빛같이 작은 빛도 더 밝게 빛나는 법입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안에 비록 작은 빛이라도 빛이 있으면 그 빛은 우리 안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이것은 신앙의 일반적인 현상에서 종종 발견되고 증명됩니다. 그러나 빛이 비치면 어두움이 우리 안에서 더 짙어지고 두드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왜 빛과 은총이 가득한 때에 역설적이게도 어둠이 더 짙게 우리 안에 드리워지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신앙생활을 오래 진지하게 하신 분들은 이러한 경험들이 있..

글모음/설교문 2024.04.07

“반쪽의 하느님”_2024.4.3. 나해_제주4.3.추념 76주기 별세성찬례

2024.4.3. 나해_제주4.3.추념 76주기 별세성찬례 열왕하 10:1-14 / 시편 130 / 요한 5:24-27 “반쪽의 하느님”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어떠한 이유에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진노의 하느님이시지만 또한 자비의 하느님이십니다. 신명기 사가는 아합과 이세벨의 잔당을 잔인하게 처단한 예후의 쿠데타를 칭송했지만, 호세아 선지자는 이러한 예후의 잘못 때문에 이스라엘이 멸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이름으로 살인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신명기 사가들은 소위 ‘거룩한 전쟁, 즉 성전 聖戰’이란 이름으로 우상숭배자들을 처단하는 것을 정당화했지만, 그들은 하느님의 진노를 붙든 대신 그분의 자비는 무시..

글모음/설교문 2024.04.03

“이미 죽은 사람”_ 2024.3.30. 나해_ 성 토요일_부활밤_설교문

2024.3.30. 나해_성 토요일_부활밤 로마 6:3-11 / 시편 114 / 마르 16:1-8 “이미 죽은 사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이미 죽은 사람은 죄에서 해방된 것입니다.” 로마 6:7 “이미 죽은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거나 성내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습니다. 사도 바울로는 그리스도와 함께 “이미 죽은 사람”이 바로 그러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므로 죄의 권세인 사망이 그에게 더 이상 왕노릇을 할 수 없고, 또한 다른 사람에게 성내거나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무엇을 뜻합니까? “이미 죽은 사람”과 반대로 “산 사람”은 모두 죄의 속박 가운데 있다는 ..

글모음/설교문 2024.03.30

“예수의 내부자”_2024.3.29. 나해_성 금요일(주님의 수난일) 설교문

2024.3.29. 나해_성 금요일(주님의 수난일) 이사 52:13-53:12 / 히브 10:16-25 또는 히브 4:14-16, 5:7-10 / 요한 18:1-19:42 또는 요한 19:16하-37 “예수의 내부자”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아무튼 네가 왕이냐?” 빌라도가 한 말은 다음과 같이 번역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왕이 아니냐?” “아니면 어떤 경우에도 네가 왕이 아니냐?” 앞에서 들은 모든 정황상, 즉 예수께 속한 왕국의 왕이든, 이스라엘 사람들이 말한 대로 자칭 이스라엘의 왕이든 빌라도는 그가 어떤 권위에 의지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묻는 것입니다. 그는 예수가 자신의 권위를 스스로에게서 취한 것으로 생각한 듯합니다. 그러니 주님께서도 “그것은 네 ..

글모음/설교문 2024.03.29

“하느님의 기준”_2024.3.28. 나해_성 목요일(성찬제정일,세족례)_설교문

2024.3.28. 나해_성 목요일(성찬제정일,세족례) 출애 12:1-4(5-10)11-14 / 시편 116:1-2, 12-19 / 1고린 11:23-26 / 요한 13:1-17, 31하-35 “하느님의 기준”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요한복음은 우리가 영적으로 어디에 서 있는 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자기의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는 자리에 있는지, 자기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듯 자기 기준으로 상황들을 이끌어가는 자리에 있는지, 자기가 생각하는 기준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자리에 있는지 말입니다.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 특별히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사들, 제사장들 대부분 이러한 기준에서, 즉 자기의 기준에서만 예수와 그의 행적을 보려고 했습니다. 물론 이는 제자들..

글모음/설교문 2024.03.29

“의미로서의 이야기”_2024.3.25. 나해_성모 수태고지

2024.3.25. 나해_성모 수태고지 이사 7:10-14 / 시편 40:5-10 / 히브 10:4-10 / 루가 1:26-38 “의미로서의 이야기”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하느님의 오심은 너무나 평범했습니다. 한 아기가 엄마의 산고를 통해 태어나는 것은 너무나 지극히 평범인 인간의 일상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축복입니다. 그러나 미혼모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유대교는 전통적으로 혼인을 하면 정혼한 상태에서 1년 동안 신부는 친정에 머물다가 그 후에 신랑이 시댁으로 데리고 가서 비로소 남녀가 몸을 합칩니다. 루가는 마리아가 이런 “정혼” 상태에서 수태고지를 맞이한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정혼은 ..

글모음/설교문 2024.03.25

“믿음, 역설 그리고 십자가”_2024.3.24. 나해_고난-성지주일

2024.3.24. 나해_고난-성지주일 이사 50:4-9상 / 시편 31:9-16 / 필립 2:5-11 / 마르 14:1-15:47(수난복음) “믿음, 역설 그리고 십자가”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는 늘 역설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볼 수 없지만, 그분은 우리를 보십니다. 하느님은 영원하시지만 우리는 필멸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하느님은 끊임없이 인간을 찾으시지만, 인간은 그러한 하느님의 부르심을 외면합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기다리시지만, 우리는 하느님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하느님은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보이시지만, 우리는 그것을 변덕이라 표현합니다. 하느님은 세상의 모든 것을 아시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세상뿐만 아니라 보이는 세상조차도..

카테고리 없음 2024.03.24

“큰소리와 눈물로”

2024.3.17. 나해_사순5주일 예레 31:31-34 / 시편 51:1-12 또는 시편 119:9-16 / 히브 5:5-10 / 요한 12:20-33 “큰소리와 눈물로”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오늘은 히브리서를 중심을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히브리서는 오랫동안 알렉산드리아 학파를 중심으로 사도 바울로의 서신으로 여겨졌습니다. 서방교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동서방교회가 합의에 이른 것은 397년 제3차 카르타고 공의회에서였습니다. 이때부터 교회의 정경으로 인정을 받았으니 히브리서는 매우 늦은 시기에 정경이 된 책입니다. 물론 종교개혁 시기에 마르틴 루터는 히브리서의 정경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논란이 많은 책입니다. 현재에는 바울로의 서간..

글모음/설교문 2024.03.17

"들어 올려지는 것 ὑψωθῆναι"

2024.3.10. 나해_사순4주일 민수 21:4-9 / 시편 107:1-3, 17-22 / 에페 2:1-10 / 요한 3:14-21 “들어 올려지는 것 ὑψωθῆναι”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뱀은 땅 위의 모든 민족들을 집어삼키고 있던 독하고 치명적인 죄를 상징합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성 키릴루스 죄는 뱀의 독처럼 치명적입니다. 뱀의 독처럼 죄는 한순간에 한 영혼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하고, 때론 서서히 한 영혼을 잠식하여 은연중에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모두 영적인 죽음입니다. 물론 오늘 광야에서 불뱀은 치명적인 독을 품은 뱀과 영적인 죄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닙니다. 물리는 자마다 모두 죽게 됐습니다. 그 죽음이 육적인 죽음 만을 의미하지 않고 동시에 영적인 죽음..

글모음/설교문 2024.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