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설교문 217

“선택의 엄중함”

2022.12.25. 가해. 성탄대축일 감사성찬례 이사 52:7-10 / 시편 98 / 히브 1:1-4(5-12) / 요한 1:1-14 “선택의 엄중함”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이 말씀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생겨난 모든 것이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며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말씀이 곧 참 빛이었다. 그 빛이 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말씀이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이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는데도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이 자기 나라에 오셨지만 백성들은 그분을 맞아주지 않았다.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외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광이었다. 그..

글모음/설교문 2022.12.25

“밤을 깎아 불을 지르며”

2022.12.24. 가해. 성탄밤 감사성찬례 이사 9:1-6 / 시편 96 / 디도 2:11-24 / 루가 2:1-14(15-20) “밤을 깎아 불을 지르며”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인도가 열대지방이라 겨울에 춥지 않을 거라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실제로 체감하는 추위는 매우 춥습니다. 겨울에도 낮기온이 30도에 육박하다가 밤만 되면 기온이 10~15도로 뚝 떨어집니다. 한국으로 치면 시원한 날씨지만 낮과 밤의 기온차가 너무 커서 체감 온도는 거의 영하 10도처럼 느껴집니다. 단열이 안 된 실내는 실외와 다름없이 추워 밤새 털모자를 머리에 쓰고 이불속에서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 제주에 와서 인도와 비슷한 겨울 추위를 맛보게 되어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인..

글모음/설교문 2022.12.24

“Amor Ex Nihilo 무로부터의 사랑”

2022.12.18. 가해. 대림4주일 이사 7:10-16 / 시편 80:1-7, 17-19 / 로마 1:1-7 / 마태 1:18-25 “Amor Ex Nihilo 무로부터의 사랑”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Creatio Ex Nihilo 무로부터의 창조’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어떠한 질료도 사용하지 않고 무로부터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창조론입니다. ‘무로부터의 창조’는 히브리 사상에 기반하며,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하여 현대 신학자 몰트만에 이르기까지 많은 신학자들이 이러한 주장을 해왔습니다. 과학에서는 빅뱅의 원인이 수소나 헬륨의 영향 때문이라 추측하고 있어 빅뱅 이전에도 이 우주에는 어떤 물질이 있었다고 가정합니다. 그래서 ‘무로부터의 창조’는 과학에서는 받아..

글모음/설교문 2022.12.18

"그리스도의 이미지"

2022.12.11. 가해. 대림3주일 이사 35:1-10 / 시편 146:5-10 / 야고 5:7-10 / 마태 11:2-11 “그리스도의 이미지”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교회력 가해에 읽게 되는 마태오복음은 편집구성상 마르코복음보다는 좀더 치밀하고 구성이 단단한 특징이 있습니다. 그 편집구성을 이해하는 것은 마태오복음 전반을 이해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됩니다. 마태오사가는 다섯 개의 ‘예수 행적 이야기’와 다섯 개의 설교문’을 교차 편집하는 방식으로 마태오복음서를 구성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 나라의 복음 선포 행적” 다음에 “산상수훈 설교”를, “치유와 구마행적” 다음에 “파견 설교” 등을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편집 구성을 통해 마태오사가는 ..

글모음/설교문 2022.12.11

“거룩한 본성”

2022.12.07. 가해. 대림2주 수요일 / 성 암브로스(밀라노의 주교, 397년) 故 황귀남 별세기념성찬례 이사 40:25-31 / 시편 103:6-14 / 마태 11:28-30 “거룩한 본성”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오늘 짧은 복음서 말씀에는 심오한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 이유가 이 말씀 속에 모두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식들을 열심히 교육시키고 잘 되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자녀들이 조금은 더 편안하고 안정되며 존경받는 직업을 가지고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녀들에게 물심양면으로 우리의 정성을 다 쏟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많고 또 우리 자녀..

글모음/설교문 2022.12.07

“기다림의 현재: 종말의 현재성”

2022.11.27. 가해. 대림1주일 이사 2:1-5 / 시편 122 / 로마 13:11-14 / 마태 24:36-44 “기다림의 현재: 종말의 현재성”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오늘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교회력은 ‘가해’입니다. 우리는 ‘가해’에는 주일마다 마태오복음을, ‘나해’에는 마르코복음을, ‘다해’에는 루가복음을 각각 읽습니다. 요한복음은 특별 절기마다 사이사이 나눠서 읽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일 예배에만 충실히 참석하면 3년에 한 번씩은 복음서를 모두 읽게 됩니다. 그래서 각 교회력에 읽는 복음서를 잘 묵상하면 ‘공간복음’과 ‘요한복음’의 특징과 차이점 그리고 공통점 등을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각 복음사가들의 신학과 그들이 어떻게 주..

글모음/설교문 2022.11.27

“희망의 계보”

2022.11.13. 연중33주일 이사 65:17-25 / 이사 12 / 2데살 3:6-13 / 루가 21:5-19 “희망의 계보”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그러한 끈기는 희망을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로마 5:4-5a 우리의 전례력은 대림절의 그리스도의 오심에 대한 기다림으로 시작해서 사순절의 그리스도의 고난을, 그리고 십자가와 그리스도의 부활을 거쳐, ‘모든 성인의 날’ 신자들의 부활을, 그리고 종말에 대한 희망을 지나, ‘파루시아’하실 ‘왕이신 그리스도’ 축일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며 이를 통해 우..

글모음/설교문 2022.11.13

“이 세대 또는 저 세대”

2022.11.6. 연중32주일 하깨 1:15하-2:9 / 시편 145:1-5, 17-21 / 2데살 2:1-5, 13-17 / 루가 20:27-38 “이 세대 또는 저 세대”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죽음과 부활은 과학의 영역이 아닙니다. 과학은 실증적이고 실험적이라 언제나 명확한 증거를 그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은 ‘현세’ 이외에는 무관심합니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은 과학에서는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이 나오기까지 이 세상은 마치 뉴튼이 말한 ‘만유인력의 법칙’대로 움직이는 줄 우리 인류는 생각했었습니다. 뉴튼의 시대에는 빛이 중력에 의해 굴절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빛이 중력에 의해 굴절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뉴튼의 시대에도 사실이었지..

글모음/설교문 2022.11.06

성인 신앙

2022.10.30. 모든 성인의 날 / 연중31주일 다니 7:1-3, 15-18 / 시편 149 / 에페 1:11-23 / 루가 6:20-31 “성인 신앙”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삶과 죽음. 삶의 고통만큼이나 인류는 끊임없이 죽음에 대한 공포와 씨름해왔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지내던 가족이 싸늘한 육신만 남기고 의식이 사라질 때, 사람들은 공포와 슬픔에 전율했습니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모르기에, 죽음의 정체를 모르기에 더욱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여 극복하고 정복하려 했습니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 죽음 이후에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소통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한계의 깨달음 속에서 종교가 싹트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종교..

글모음/설교문 2022.10.30

겸손한 기도

2022.10.23. 연중30주일 요엘 2:23-3:5 / 시편 65 / 2디모 4:6-8, 16-18 / 루가 18:9-14 “겸손한 기도”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지난주에 우리는 ‘끈질긴 기도’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오늘은 이어서 ‘겸손한 기도’에 대해 루가복음은 말하고 있습니다. 루가는 ‘기도’에 관해서는 다른 복음사가보다 매우 구체적인 경험과 개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는 예수님의 말씀 중 ‘끈질긴 기도’와 ‘겸손한 기도’를 연속해서 편집함으로 참다운 기도에 대해 정리를 했습니다. 물론 오늘 본문도 루가복음에만 나오는 루가의 특수자료입니다. 루가가 이 두 전승을 이어서 배치를 한 것은‘끈질긴 기도’가 빠질 수 있는 위험과 유혹을 ‘겸손한 기도’로 ..

글모음/설교문 2022.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