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 22

“무심 無心”

2023. 1. 8. 가해. 공현대축일_연중1주일 이사 60:1-6 / 시편 72:(1-9) 10-15 / 에페 3:1-12 / 마태 2:1-12 “무심 無心”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마태오복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구약 예언의 성취”입니다. 즉, 구약 성서에 기록된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이 예수를 통해 성취되었다는 것을 중요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역사적 예수 운동이 유대교의 전통과 단절된 것이 아니라 같은 연결 선상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태오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율법의 완성과 그 근본정신을 환기시키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이러한 의도에 따라 마태오는 역사적 예수에 대한 자료를 수집 편집하면서 그분이 바로 구약이 예언한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

글모음/설교문 2023.01.08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2023. 1. 1. 가해. 거룩한 이름 예수 축일 감사성찬례 민수 6:22-27 / 시편 8 / 갈라 4:4-7(또한 필립 2:5-11) / 루가 2:15-21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 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때 너무 멀어서 못 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세상은 적이 아니라고 고통도 쓰다듬으면 보석이 된다고 나는 얼마나 오래 악보 없는 노래로 불러왔던가 이 세상 가장 여린 것, 가장 작은 것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것 그들이 내 친구라고 나는 얼마나 오래 여린 말로..

글모음/설교문 2023.01.01

“선택의 엄중함”

2022.12.25. 가해. 성탄대축일 감사성찬례 이사 52:7-10 / 시편 98 / 히브 1:1-4(5-12) / 요한 1:1-14 “선택의 엄중함”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이 말씀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생겨난 모든 것이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며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말씀이 곧 참 빛이었다. 그 빛이 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말씀이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이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는데도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이 자기 나라에 오셨지만 백성들은 그분을 맞아주지 않았다.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외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광이었다. 그..

글모음/설교문 2022.12.25

“밤을 깎아 불을 지르며”

2022.12.24. 가해. 성탄밤 감사성찬례 이사 9:1-6 / 시편 96 / 디도 2:11-24 / 루가 2:1-14(15-20) “밤을 깎아 불을 지르며”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인도가 열대지방이라 겨울에 춥지 않을 거라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실제로 체감하는 추위는 매우 춥습니다. 겨울에도 낮기온이 30도에 육박하다가 밤만 되면 기온이 10~15도로 뚝 떨어집니다. 한국으로 치면 시원한 날씨지만 낮과 밤의 기온차가 너무 커서 체감 온도는 거의 영하 10도처럼 느껴집니다. 단열이 안 된 실내는 실외와 다름없이 추워 밤새 털모자를 머리에 쓰고 이불속에서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 제주에 와서 인도와 비슷한 겨울 추위를 맛보게 되어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인..

글모음/설교문 2022.12.24

“Amor Ex Nihilo 무로부터의 사랑”

2022.12.18. 가해. 대림4주일 이사 7:10-16 / 시편 80:1-7, 17-19 / 로마 1:1-7 / 마태 1:18-25 “Amor Ex Nihilo 무로부터의 사랑”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Creatio Ex Nihilo 무로부터의 창조’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어떠한 질료도 사용하지 않고 무로부터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창조론입니다. ‘무로부터의 창조’는 히브리 사상에 기반하며,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하여 현대 신학자 몰트만에 이르기까지 많은 신학자들이 이러한 주장을 해왔습니다. 과학에서는 빅뱅의 원인이 수소나 헬륨의 영향 때문이라 추측하고 있어 빅뱅 이전에도 이 우주에는 어떤 물질이 있었다고 가정합니다. 그래서 ‘무로부터의 창조’는 과학에서는 받아..

글모음/설교문 2022.12.18

“영원성에 대한 정열”

2022.8.14. 연중20주일 예레 23:23-29 / 시편 80:1-2, 8-9 / 히브 11:29-12:2 / 루가 12:49-56 “영원성에 대한 정열”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오늘 말씀은 여러 개의 단절어들로 구성된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 말씀을 어떤 상황에서 주님께서 발설하셨을지 추측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상황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이 전승된 자료들이기 때문입니다. 앞뒤 맥락이 다 빠졌기 때문에 말씀의 진의를 빗나갈 위험이 있습니다. 루가는 이러한 단절어들을 ‘종말론적인’ 관점에서 여기에 모아 놓았습니다. 세부적으로 갈라 보면 4개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49절, 50절, 51절에서 53절, 54절에서 56절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단절어들을, 쉽지는 않지..

글모음/설교문 2022.08.13

"영원한 순간"

2022.8.7. 주님의 변모 축일/연중19주일 다니 7:9-10, 13-14 / 시편 97 / 2베드 1:16-19 / 루가 9:28-36 “영원한 순간”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공관복음서는 모두 ‘주님의 변모 사건’을 ‘첫 번째 수난 예고 이야기’ 다음에 배치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태오와 루가 모두 마르코복음을 참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편집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베드로의 첫 번째 그리스도 고백’이 나오고, 그다음에 ‘첫 번째 수난 예고’가 나옵니다. 그다음이 오늘 이야기인 ‘주님의 변모 사건’입니다. 이런 편집 관점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님께서는 ‘성육신하신 그리스도이시다’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그리스도는 이스라엘을 구원..

글모음/설교문 2022.08.07

성육신의 신비-성탄대축일

2021.12. 25. 다해_ 성탄대축일 이사 52:7-10 / 시편 98 / 히브 1:1-4(5-12) / 요한 1:1-14 “성육신의 신비”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사제, Artist 29. 그러나 영원한 구원을 위하여, 반드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도 충실히 믿어야 하옵니다. 30. 그러므로 하느님의 아들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이시며 인간이심을 믿고 고백하는 것이 올바른 신앙이옵니다. 31. 성자께서는 시대 이전에 성부의 실체에서 나셨기에 하느님이시며, 시간 안에서 어머니의 실체에서 태어나셨기에 인간이시며, 32. 완전한 하느님이시고, 이성의 영혼과 인간의 육신으로 이루어진 완전한 인간이시며, 33. 신성에 따라서는 성부와 같으시고, 인성에 따라서는 성부보다 ..

글모음/설교문 2021.12.25

나의 살 σάρξ - 성찬례의 영성 3

2021. 8. 15. 나해_연중20주일 성모 안식 (8월16일로 옮겨 지킨다) / 광복절 열왕상 2:10-12, 3:3-14 / 시편 111 / 에페 5:15-20 / 요한 6:51-58 광복절 전례독서 : 출애 6:2-13 / 시편 136 / 2데살 3:1-4 / 루가 1:67-80 나의 살 σάρξ -성찬례의 영성 3- 채야고보 신부 / 제주 한일우정의 교회, Artist 영국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의 작품을 혹시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푸줏간에 걸린 고깃덩어리같이 사람의 몸을 해체하여 흉측한 살덩어리로 표현한 작품들. 나중에 한번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몸을 갈기갈기 해체하여 인간이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존재임을 작품을 통해 보..

글모음/설교문 2021.08.13

창조와 육화(肉化)의 이미지_가시적인 세계와 불가시적인 세계의 만남

창조와 육화(肉化)의 이미지 가시적인 세계와 불가시적인 세계의 ‘만남’[1] 채 야고보 [숨 고르는 말]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니, 빛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