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설교문 217

‘수난이 기쁜 소식이 되는 삶’

2022.4.10. 고난주일/성지주일 감사성찬례 이사 50:4-9상 / 시편 31:9-6 / 필립 2:5-11 / 루가 22:14-23:56 ‘수난이 기쁜 소식이 되는 삶’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성당에서 ‘십자가’가 사라졌습니다. 매년 한 번 우리는 고난주일부터 부활 전까지 교회 내에서 ‘십자가의 상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는 ‘주님의 부재’를 표현합니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한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우리는 두 번 수난복음을 읽습니다. ‘성지 주일’에, 그리고 ‘성 금요일 예식’에서. ‘수난복음’이란 말은 참 이상한 말입니다. ‘수난’이란 말과 ‘복음’이란 말이 합쳐서 된 말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수난’의 이야기가 ‘유앙겔리온εὐαγγέλιο..

글모음/설교문 2022.04.10

“하느님의 기쁨” (회개-2)

2022.3.27. 사순 4 주일 감사성찬례 여호 5:9-12/ 시편 32 / 2고린 5:16-21 / 루가 15:1-3, 11하-32 “하느님의 기쁨” (회개-2)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작은 아들이 재산을 상속해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하는 수없이 두 아들에게 공평하게 재산을 나눠줬습니다. 그 길로 작은 아들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여 집을 나가 온갖 방탕한 생활을 하며 가진 것을 모두 탕진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모두 하고 산 것이지요. 그러나 큰아들은 장남이란 의무감 때문이지 아니면 모험심이 없어서 인지 물려받은 재산을 가지고도 아버지 곁에서 충실하게 가족을 돌보며 살았습니다. 큰아들이라고 하고 싶은 것이 왜 없..

글모음/설교문 2022.03.26

“하느님의 은총에 압도된 회개” (회개-1)

2022.3.20. 사순 3 주일 감사성찬례 이사 55:1-9 / 시편 63:1-8 / 1고린 10:1-13 / 루가 13:1-9 “하느님의 은총에 압도된 회개” (회개-1)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사제, Artist 회개란 무엇입니까? 메타노이아(μετάνοι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어입니다. 오늘 복음서에서 사용된 ‘회개’라는 말도 메타노이아의 동사형 메타노에오(μετανοέω)입니다. 그러나 이 단어 하나로 오늘 본문의 회개에 대한 표상들이 전부 드러나지 않습니다. 회개는 반성이나 참회, 속죄와도 다릅니다. 오늘 본문에는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기록했습니다. “망할 것이다.” ‘아포레이스테 ἀπολεῖσθε’. 미래형으로 이..

글모음/설교문 2022.03.19

“그러나 너희는 원하지 않았다.”

2022.3.13. 사순 2 주일 감사성찬례 창세 15:1-12, 17-18 / 시편 27 / 필립 3:17-4:1 / 루가 13:31-35 “그러나 너희는 원하지 않았다.”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사제, Artist 한마음으로 당신을 위하면 당신께서도 한마음으로 위해 주십니다. 흠없이 당신을 위하면 당신께서도 흠없이 위해 주십니다. 두 마음을 품지 않고 당신을 받들면, 당신께서도 두 마음 품지 않고 붙들어주십니다. (시편 18:25-26) 오늘 읽은 복음서 말씀에서 선지자와 예루살렘의 이미지가 교차 비교되어 묘사됩니다. 즉 선지자들의 죽음과 그들을 죽인 유대인들의 이미지 말입니다. 루가는 구약의 선지자들의 죽음을 통해 예수의 죽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선지자들의 죽음과..

글모음/설교문 2022.03.12

가증스러운 위로-자의적 성서 해석의 위험성

2022.3.6. 사순 1 주일 감사성찬례 신명 26:1-11 / 시편 91:1-2, 9-16 / 로마 10:8-13 / 루가 4:1-13 “가증스러운 위로-자의적 성서 해석의 위험성”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하느님이 당신의 천사들을 시켜 너를 지켜주시리라. (시편 91:12)” “너의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손으로 너를 받들게 하시리라. (시편 91:12)” 이 말씀이 여러분에게는 어떻게 들리십니까? 이는 위로가 되는 말씀이 아닙니까?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이나 위험 가운데 처한 사람이 이 말을 들으면 많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요? 또 다음 구절은 너무나 많이 들어서 잘 아시는 구절일 겁니다. 개역성경 버전으로 읽어보겠습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글모음/설교문 2022.03.05

위선에 대한 경계-재의 수요일

2022.3.2. 재의 수요일_감사성찬례 요엘 2:1-2, 12-17 / 시편 51:1-18 / 2고린 5:20하-6:10 / 마태 6:1-6, 16-21 “위선에 대한 경계”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오늘 읽은 말씀은 마태오복음 5장에서 7장에 나오는 ‘산상설교’의 중간 부분입니다. 마태오는 예수님의 메시지, 특히 예수의 율법을 재해석하신 말씀들을 ‘산상설교’에 모두 담았습니다. 9가지의 ‘행복선언’을 시작으로 6개의 ‘대당명제’를 덧붙였습니다. 율법을 재해석한 6가지의 ‘대당명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내지도 말라”, “남의 아내를 탐내지도 말라”, “아내를 소박하지도 말라”, “맹세하지도 말라”, “보복하지도 말라”, 그리고 “원수도 사랑하라”. 이러한 대당명제의 결..

글모음/설교문 2022.03.02

"궁극적 결단" - 평지설교 3

2022.2.27. 연중8주일 감사성찬례 이사 55:10-13 / 시편 92:1-4, 12-15 / 1고린 15:51-58 / 루가 6:39-49 “궁극적 결단” - 평지설교 3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오늘 복음서 말씀은 여러 가지 단절어들을 모아서 ‘평지설교’의 결론을 도출하는 부분입니다. 살펴보면 ‘소경 길잡이의 비유’, ‘제자가 스승보다 높아질 수 없다는 말씀’, ‘눈 속의 들보 비유’, ‘좋은 나무, 좋은 열매 비유’, ‘반석 위에 세운 집 비유’ 등입니다. 이 모든 단절어들의 주제는 하나로 집약됩니다. 바로 하느님의 말씀대로 행하라는 것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루가복음은 평지설교를 제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그 말인즉 예수의 가르침대로 제자들이 행하라는..

글모음/설교문 2022.02.26

인류 보편적 지혜 - 평지설교 2

2022.2.20. 연중7주일 감사성찬례 창세 45:3-11, 15 / 시편 37:1-11, 39-40 / 1고린 15:35-38, 42-50 / 루가 6:27-38 새학기 새학년 책가방 축복식 및 대학 새내기 축복 기도 “인류 보편적 지혜” - 평지설교 2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영국의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평생에 걸친 다양한 종교 연구의 결과 모든 종교가 보편적으로 일치하는 지점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보통 ‘황금률’이라 부릅니다. ‘황금률’은 황금과 같은 귀중한 보편적 가르침이나 교훈을 일컫는 말입니다. 각 종교가 추구하는 신론은 달라도 인류 보편적 염원이 담긴 ‘황금률’은 모두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기원전 1세기경에 활동했던 유대교 랍비 힐렐은 “네가 당..

글모음/설교문 2022.02.19

소유에서 존재로 - 평지설교 1

2022.2.13. 연중6주일 감사성찬례 예레 17:5-10 / 시편 1 / 1고린 15:12-20 / 루가 6:17-26 소유에서 존재로 - 평지설교 1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오늘 복음서는 마태오복음의 ‘산상설교’와 비교되는 루가복음의 ‘평지설교’입니다. ‘산상설교’는 말 그대로 산 위에서 예수께서 설교를 하신 것이고, ‘평지설교’는 산에서 내려오셔서 평지에서 설교를 하셨다는 데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물론 마태오와 루가는 모두 ‘예수어록’을 전승자료로 활용했습니다. 특이한 차이점은 루가가 ‘예수어록’에 가급적 충실했던 반면 마태오는 자신의 특수자료로 가필을 많이 했습니다. 원래 ‘예수어록’에는 4가지의 ‘행복선언’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를 마태오는 5가지를 추가하여 ..

글모음/설교문 2022.02.12

‘심리적 현실’에서 ‘영적 현실’로 돌파하기

2022.2.6. 연중5주일 감사성찬례 이사 6:1-13 / 시편 138 / 1고린 15:1-11 / 루가 5:1-11 ‘심리적 현실’에서 ‘영적 현실’로 돌파하기 채야고보 신부 / 성공회 제주한일우정교회, Artist “모든 영적 현실의 기초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분명한 하느님의 말씀이다. 그리고 모든 심리적(정신적) 현실의 기초는 인간 정신의 어둡고도 불투명한 충동과 갈망이다.” (디트리히 본회퍼 / ‘신도의 공동생활 성서의 기도서’ 중에서) 예수께서 수제자들을 부르신 ‘소명사화’는 네 복음서가 모두 기록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인 틀은 마태오, 마르코, 루가가 유사하고, 요한복음은 전승자료가 조금은 다릅니다. 가장 오래된 전승은 마르코의 것으로 마태오와 루가는 아마도 마르코 복음을 참..

글모음/설교문 202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