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 334

“겸손의 찬가”

2023. 10. 1. 가해_연중26주일 출애 17:1-7 / 시편 78:1-4, 12-14 / 필립 2:1-13 / 마태 21:23-32 “겸손의 찬가”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필립비서 2장에서 필립비 교회에 대한 사도 바울로의 권면은 절정에 이릅니다. 그는 네 가지의 그리스도의 모범을 제시합니다.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 격려”, “그리스도의 사랑에 기반한 위로”, “성령 안에서의 친교”, “신자 간의 애정과 동정심” 등입니다. 이러한 모든 것의 출발점은 그리스도의 겸손과 봉사의 정신입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덕목을 따르기 위해서는 “같은 생각”과 “같은 사랑” 그리고 “같은 마음”으로 교회가 하나가 되라고 권면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에서..

글모음/설교문 2023.10.01

“영원한 현재와 나눔”

2023. 9. 29. 가해_연중25주_금요일_추석별세기념성찬례_미카엘과 모든 천사들 축일 출애 17:1-7 / 시편 78:1-4, 12-14 / 필립 2:1-13 / 마태 21:23-32 “영원한 현재와 나눔”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우리가 흔히 과거에 대해 기억하는 방식은 과거를 회상하거나 추억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현재보다는 과거로 시간의 중심축이 기웁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흔히 과거에 자신이 좋았던 때를 회상하며 “그때가 좋았지”라고 말하곤 하십니다. 심지어 참혹한 베트남 전쟁의 기억조차도 어떤 어르신에게는 자신의 청춘의 추억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분도 제가 보았습니다. 아마도 현재의 자신과 과거 한창때의 자신을 비교하면서 과거에서 어떤 위로를 찾는 것 같습니다..

글모음/설교문 2023.10.01

“영원한 현재”

2023. 9. 24. 가해_연중25주일 출애 16:2-15 / 시편 105:1-7, 38-45 / 필립 1:21-30 / 마태 20:1-16 “영원한 현재”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성공회는 일 년에 네 번 계절을 따라 하느님의 부르심을 확인하는 좋은 전통이 있습니다. 이를 우리는 “사계재”라고 부릅니다. 지난 한 주가 “추계재”였습니다. 사순 1주일, 성령강림주일, 성 십자가의 날(9/14), 성 루시아 축일(12/13) 이후에 오는 수요일에는 “성직자”의 성소를 위해, 금요일에는 “성직후보자와 수도자”의 성소를 위해, 그리고 토요일에는 “모든 신자들”의 성소를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하느님께서 각자를 부르신 성소를 확인하는..

글모음/설교문 2023.09.24

"차이와 다름"

2023. 9. 17. 가해_연중24주일 출애 14:19-31 / 시편 114 / 로마 14:1-12 / 마태 18:21-35 “차이와 다름”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교회입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교육이 다르며, 생각하는 것도 각양각색인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하느님께 받은 은사도 서로 다르고, 타고난 달란트도 각각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다름 속에서 차이의 가치를 배우고, 다름 속에서 다양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다름이 타자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거나,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회나 많은 공동체들은 종종 갈등을 겪게 됩니다. 우리의 눈은 자기 자신보다 우리 시선이 닿는 눈 밖의 타자에게 ..

글모음/설교문 2023.09.17

“능력과 욕망 사이 어디쯤에…”

2023. 9. 10. 가해_연중23주일 출애 12:1-14 / 시편 149 / 로마13:8-14 / 마태 18:15-20 “능력과 욕망 사이 어디쯤에…”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세상에 만족이 있느냐 인생에게 만족이 있느냐 있다면 나에게도 있으리라 세상에 만족이 있기는 있지마는 사람의 앞에만 있다. 거리는 사람의 팔 길이와 같고 속력은 사람의 걸음과 비례가 된다. 만족은 잡을래야 잡을 수도 없고 버릴래야 버릴 수도 없다. 만족을 얻고 보면 얻은 것은 불만족이요 만족은 의연히 앞에 있다. … 중략 나는 차라리 발꿈치를 돌려서 만족의 묵은 자취를 밟을까 하노라. … 생략 만해 한용운의 [만족] 오늘 2 독서에서 사도 바울로가 우리에게 하는 권면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말씀을 깊..

글모음/설교문 2023.09.10

“단 한 번뿐인 삶이라면…”

2023. 9. 3. 가해_연중22주일 출애 3:1-15 / 시편 105:1-7, 23-27, 45 / 로마 12:9-21 / 마태 16:21-28 “단 한 번뿐인 삶이라면…”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나도 한때는 백화나무를 타던 소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을 꿈꿀 때가 있습니다. 내가 심려(心慮)에 지쳤을 때 그리고 인생이 길 없는 숲 속과 너무나 같을 때 얼굴이 달고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 간지러울 때 내 눈 하나가 작은 나무 가지에 스쳐 눈물이 흐를 때 나는 잠시 세상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새 시작을 하고 싶습니다. 운명이 나를 잘못 이해하고 반만 내 원(願)을 들어주어 나를 데려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세상은 사랑하기에 좋은 곳입..

글모음/설교문 2023.09.03

“신임의 척도”

2023. 8.27. 가해_연중21주일 출애 1:8-2:10 / 시편 124 / 로마 12:1-8 / 마태 16:13-20 “신임의 척도” 채창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로마서 1장에서 11장까지 사도 바울로는 믿음으로 말미암는 복음에 대해 이야기한 후에 오늘 읽은 12장부터 15장까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로마서의 1/4 분량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기; 사랑은 율법의 완성; 약자들에 대한 배려; 권위에 대해서; 서로 용납하고 품어주기 등. 은총으로 말미암아 세례 받고, 구원받은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권면하고 있는 것이지요. 믿음에는 그에 합당한 겸손한 인격이 짝을 이루게 마련입니다. 믿음은 감정이나 느낌, 또는 신념이 ..

글모음/설교문 2023.08.27

“마침내 ~하게 되었다”

2023. 8.20. 가해_연중20주일 창세 45:1-15 / 시편 133 / 로마 11:1-2상, 29-32 / 마태 15:21-28 “마침내 ~하게 되었다”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오늘 전례 독서는 “반전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효녀 심청이 ‘마침내’ 살아서 왕비가 되어 아버지를 만난 것처럼. 늘 선한 양심 때문에 가난에 찌들어 살던 흥부가 ‘마침내’ 제비의 도움으로 자신을 박대하던 놀부보다 더 큰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처럼. 트로이 전쟁의 영웅으로서 전쟁을 승리로 마치고 집으로 귀환하다 바다에서 난파되어 죽었다고 생각했던 오디세우스가 ‘마침내’ 20년이 지난 후에 아내 페넬로페와 재회하는 반전이야기처럼. 오늘 말씀들은 반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

글모음/설교문 2023.08.20

“거룩한 설복 Divine Persuasion”

2023. 8.13. 가해_연중19주일 창세 37:1-4, 12-28 / 시편 105:1-7, 16-22, 45 / 로마 10:5-15 / 마태 14:22-33 “거룩한 설복 Divine Persuasion”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오늘 2 독서에서 사도 바울로는 구약성서를 예로 들어 믿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로가 여기서 사용한 믿음에 해당되는 헬라어 ‘피스티스πίστις’는 신약에서 224회가 사용되는데, 그중 바울서신서에만 무려 108회 정도가 사용됩니다. 그는 이 단어를 세 가지 의미에서 사용합니다. 하나는 복음서에서 예수께서 사용하신 것과 같은 회개의 핵심으로서의 믿음입니다. 하느님께로 돌아오는 것을 촉구하는 믿음이지요. 두 번째는 이방..

글모음/설교문 2023.08.13

“어둠 속을 밝혀주는 등불”

2023. 8.6. 가해_주님의 변모 축일_연중18주일 다니 7:9-10, 13-14 / 시편 97 / 2베드 1:16-19 / 루가 9:28-36 “어둠 속을 밝혀주는 등불”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베드로의 둘째 편지는 유다서를 기반으로 편집됐습니다. 짧은 유다서의 내용을 2장에 배치하고, 1장과 3장을 덧붙인 형식입니다. 쓰인 시기는 유다서 이후로 130~150년 정도로 추정됩니다. 어느 공동체의 신앙심 깊은 사람이 베드로의 이름으로 헌정한 편지라고 보면 무난합니다. 사실 유다서가 위경인 에녹서를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대교회에서 유다서의 실제 저자 여부에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르틴 루터는 유다서의 친저성을 인정하지 않기도 했지요. 이러한 경향은 유다서를..

글모음/설교문 2023.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