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 395

“하느님 사랑의 극진한 표현”_2024.5.26. 나해_성삼위일체 대축일

2024.5.26. 나해_성삼위일체 대축일이사 6:1-7 / 시편 29 / 로마 8:12-17 / 요한 3:1-17  “하느님 사랑의 극진한 표현”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아이들에게 교육을 할 때 어떤 아이는 한번 말하면 척 알아듣는데 어떤 아이는 여러 번을 말해도 도저히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럴 때 인내를 가지고 잘 설명해 주는 선생님이 참 좋은 선생님입니다. 잘 이해 못 한다고 윽박지르고 자존심을 깎아 내리는 말을 하는 순간 아이는 영원히 학습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사의 덕목은 인내가 아닐까 새삼 생각해 봅니다. 오늘 우리는 교사로서의 예수님의 진면목을 요한복음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유대교의 산헤드린 회원이면서 엘리..

글모음/설교문 2024.05.26

“죄와 정의와 심판”_2024.5.19.성령강림대축일

2024.5.19. 나해_성령강림대축일사도 2:1-21 / 시편 104:24-34, 35하 / 로마 8:22-27 / 요한 15:26-27, 16:4하-15  “죄와 정의와 심판”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 당신은 우리 개개인을 돌보아 주실 때 마치 한 사람뿐인 양 돌봐 주시고 또한 모든 사람을 돌보실 때도 꼭 한 사람을 돌보시듯 하십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사람들은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하나하나 돌보실 수 있느냐고? 또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께 기도하는데 과연 내 기도를 들어주시겠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을 우리와 같은 자연의 지배를 받는 물리적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하느님을 인간과 ..

글모음/설교문 2024.05.19

“그 깊은 곳에서”부터 “저 하늘”로…_2024.5.12. 나해_승천대축일주일

2024.5.12. 나해_승천대축일주일사도 1:1-11 / 시편 47 / 에페 1:15-23 / 루가 24:44-53  “그 깊은 곳에서”부터 “저 하늘”로…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Imagine there's no heavenIt's easy if you tryNo hell below usAbove us, only sky 과연 천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존 레논의 노랫말처럼 저 위에 천국도 없고 저 아래 지옥도 없는 것일까요?  그렇게 없다고 상상하는 것은 사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일 겁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종교도 없고, 나라도 없으면 서로 죽고 죽이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상상. 그런 상상은 얼마나 쉽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돌이켜보면 절대로 존..

글모음/설교문 2024.05.12

“사랑과 안전”_2024.5.5. 나해_부활6주일_설교문

2024.5.5. 나해_부활6주일사도 10:44-48 / 시편 98 / 1요한 5:1-6 / 요한 15:9-17  “사랑과 안전”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내가 비록 그때의 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내가 지금 관찰하고 있는 저 어린아이들이 내 죄를 기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닙니까?”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중에서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린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자신이 기억하지 못했던 자신의 유년기 시절의 죄악을 묵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깨달은 사실은 사람들이 어린아이들을 “순결하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어린아이들의 존재와 본성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연약함” 때문이란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인간 본연의 질투심과 이기심을 적나라게 지닌 죄에 대하여..

글모음/설교문 2024.05.05

“상호 붙듦”_2024.4.28. 나해_부활5주일

2024.4.28. 나해_부활5주일사도 8:26-40 / 시편 22:25-31 / 1요한 4:7-21 / 요한 15:1-8  “상호 붙듦”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당신은 내 안에 계셨건만 나는 나 밖에 나와서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중략… 당신이 나와 함께 계셨건만 나는 당신과 함께 있지 않았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중에서 오늘 주님께서는 자신을 참 포도나무라고 하십니다. “Ἐγώ εἰμι ἡ ἄμπελος ἡ ἀληθινή, 에고 에이미 헤 암펠스 헤 알레티네”그리고 우리는 그 참 포도나무의 가지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성에 대한 비유이며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가시적 표징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눈에 보이는 실체로 표상화하..

글모음/설교문 2024.04.28

“사랑의 가능성”_2024.4.21. 나해_부활4주일

2024.4.21. 나해_부활4주일 사도 4:5-12 / 시편 23 / 1요한 3:16-24 / 요한 10:11-18 “사랑의 가능성”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누가 사랑을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최소한 그리스도인이라면 귀에 인이 박히도록 “사랑하라”는 명령을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기독교의 최대 가르침은 사랑이라고 만천하가 다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말씀대로 남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합니다. 사랑할 수 없기에 우리는 사랑하라는 성서 말씀에 대해 다양한 연구와 해석으로 왜 우리가 제대로 사랑할 수 없는지를 말합니다. 사랑할 수 없기에 이유가 너무나 많고 변명도 너무나 많습니다. 인간의 연약함, 일방적인 희생보다는 상호 관계성의 중요성, 각자가 처한 상황논리에 따라 너무나..

글모음/설교문 2024.04.21

“원초적 복음”_2024.4.14. 나해_부활3주일_설교문

2024.4.14. 나해_부활3주일 사도 3:12-20 / 시편 4 / 1요한 3:1-7 / 루가 24:36-48 “원초적 복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그들은 너무나 놀랍고 무서워서 유령을 보는 줄 알았다.” 루가 23:37 부활을 목격한 제자들의 증언이 이어질수록 원시그리스도 공동체는 혼란 속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해서 많은 제자들이 부활한 주님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했습니다. 나자로의 소생을 기억하는 제자들은 로마의 사형틀에서 죽어간 예수가 부활했다는 생각에 이르는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대인들은 제자들이 예수의 시체를 감추고 그가 부활했다는 거짓말을 퍼뜨렸다고 소문을 냈지만(마태 28:11-15),..

글모음/설교문 2024.04.14

“어둠의 비늘”_2024.4.7. 나해_부활2주일_설교문

2024.4.7. 나해_부활2주일 사도 4:32-35 / 시편 133 / 1요한 1:1-2:2 / 요한 20:19-31 “어둠의 비늘”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가장 짙은 어둠 속에서는 반딧불이의 불빛같이 작은 빛도 더 밝게 빛나는 법입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안에 비록 작은 빛이라도 빛이 있으면 그 빛은 우리 안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이것은 신앙의 일반적인 현상에서 종종 발견되고 증명됩니다. 그러나 빛이 비치면 어두움이 우리 안에서 더 짙어지고 두드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왜 빛과 은총이 가득한 때에 역설적이게도 어둠이 더 짙게 우리 안에 드리워지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신앙생활을 오래 진지하게 하신 분들은 이러한 경험들이 있..

글모음/설교문 2024.04.07

“반쪽의 하느님”_2024.4.3. 나해_제주4.3.추념 76주기 별세성찬례

2024.4.3. 나해_제주4.3.추념 76주기 별세성찬례 열왕하 10:1-14 / 시편 130 / 요한 5:24-27 “반쪽의 하느님”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어떠한 이유에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진노의 하느님이시지만 또한 자비의 하느님이십니다. 신명기 사가는 아합과 이세벨의 잔당을 잔인하게 처단한 예후의 쿠데타를 칭송했지만, 호세아 선지자는 이러한 예후의 잘못 때문에 이스라엘이 멸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이름으로 살인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신명기 사가들은 소위 ‘거룩한 전쟁, 즉 성전 聖戰’이란 이름으로 우상숭배자들을 처단하는 것을 정당화했지만, 그들은 하느님의 진노를 붙든 대신 그분의 자비는 무시..

글모음/설교문 2024.04.03

“이미 죽은 사람”_ 2024.3.30. 나해_ 성 토요일_부활밤_설교문

2024.3.30. 나해_성 토요일_부활밤 로마 6:3-11 / 시편 114 / 마르 16:1-8 “이미 죽은 사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이미 죽은 사람은 죄에서 해방된 것입니다.” 로마 6:7 “이미 죽은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거나 성내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습니다. 사도 바울로는 그리스도와 함께 “이미 죽은 사람”이 바로 그러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므로 죄의 권세인 사망이 그에게 더 이상 왕노릇을 할 수 없고, 또한 다른 사람에게 성내거나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무엇을 뜻합니까? “이미 죽은 사람”과 반대로 “산 사람”은 모두 죄의 속박 가운데 있다는 ..

글모음/설교문 2024.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