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 393

“한처음”_2024.12.25. 수. 다해_성탄대축일 감사성찬례(11am)

2024.12.25. 수. 다해_성탄대축일 감사성찬례(11am)이사 52:7-10 / 시편 98 / 히브 1:1-4(5-12) / 요한 1:1-14 “한처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모 마리아에게서 나신 것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제일 늦게 기록된 요한복음이므로 요한 기자는 분명 마르코, 루가, 마태오의 복음서를 이미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마르코처럼 탄생이야기를 생략하지 않고, 마태오와 루가처럼 신화적, 전기적 형식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매우 신학적인 관점에서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했습니다.  한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 요한 1:1  이러한 선포..

글모음/설교문 2024.12.27

“하느님의 굴욕”_2024.12.24. 화. 다해_성탄밤 감사성찬례(9pm)

2024.12.24. 화. 다해_성탄밤 감사성찬례(9pm)이사 9:1-6 / 시편 96 / 디도 2:11-14 / 루가 2:1-14(15-20) “하느님의 굴욕”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itist  우리는 조금만 자존심이 상해도 기분이 나빠지고 화를 내기 쉽습니다. 거짓말을 한 사람이나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은 용서할 수 있지만,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사람은 쉽게 용서가 되지 않는 법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적정 수준의 자기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갈등의 대부분은 상대와의 관계에서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릴 때 발생하곤 합니다. 무시당한 느낌은 누군가에게 자신이 완전히 벌거벗겨지는 느낌과 유사해서 감당할 수 없는 치욕과 굴욕을 느..

글모음/설교문 2024.12.27

“빈자의 영성, 빈자의 복음”_2024.12.22. 다해_대림4주일

2024.12.22. 다해_대림4주일미가 5:1-4상 / 루가 1:46하-55(성모송가) / 히브 10:5-10 / 루가 1:39-45(46-55) “빈자의 영성, 빈자의 복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오늘 우리가 부른 성시 성모 마리아 송가는 마치 오페라의 장엄한 아리아를 연상시킵니다. 장면은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노년에 아이를 잉태한 엘리사벳이 무대 가운데 있고 문이 열리며 사촌 동생인 마리아가 등장합니다. 샬롬이라는 마리아의 인사말에 엘리사벳은 자신의 태 속에서 세례자 요한이 뛰노는 것을 느끼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마리아를 향하여 아리아를 노래합니다. 그 노래에는 자신의 “주님”을 잉태한 마리아에 대한 위로와 칭송이 담겨 있습니다. 가장 비천한 여인이 가장 ..

글모음/설교문 2024.12.22

“주님의 길”_2024.12.15. 다해_대림3주일

2024.12.15. 다해_대림3주일스바 3:14-20 / 이사야 첫째 송가(이사 12:2-6) / 필립 4:4-7 / 루가 3:7-18 “주님의 길”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오늘 선포된 복음서 말씀은 세례자 요한의 설교 중 일부입니다. 우리가 지난주에 읽었던 1절에서 7절의 말씀을 먼저 알지 않으면 오늘 본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루가복음 사가는 자신이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역사에 개입하신 사건을 마치 역사가가 역사를 서술하듯이 기록하길 원했습니다. 그는 1절과 2절에서 요한이 등장한 시대적 배경을 나열합니다. 언급된 사람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티베리우스 로마 황제, 본티오 빌라도 유다 총독, 갈릴래아의 영주 헤로데, 그 동생인 이두래아와 트라코..

글모음/설교문 2024.12.15

“그때”_2024.12.1. 다해_대림1주일

2024.12.1. 다해_대림1주일예레 33:14-16 / 시편 25:1-10 / 1데살 3:9-13 / 루가 21:25-36 “그때”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근대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시간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 사람입니다. 뉴튼의 주장대로 측정되고 계산 가능한 절대적 시간을 거부하고 그는 시간의 본질이 ‘지속(duree)’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시간은 시계의 초침에 의해 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계측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의식적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가 보기에 시간은 공간으로부터 독립해 있으며 운동과 변화, 진화와 밀접하게 관계된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시간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주관적인 시간을 인식한..

글모음/설교문 2024.12.01

“아무튼 네가 왕이냐?”_2024.11.24. 나해_왕이신 그리스도 주일_연중34주일

2024.11.24. 나해_왕이신 그리스도 주일_연중34주일사무하 23:1-7 / 시편 132:1-12(13-18) / 묵시 1:4하-8 / 요한 18:33-37 “아무튼 네가 왕이냐?”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아무튼 네가 왕이냐?” οὐκοῦν βασιλεύς εἰ σύ;이 말은 당신이 지금까지 주장한 대로 당신이 바로 그 왕이냐?라고 묻는 것입니다. 빌라도는 자신의 판단대로 예수가 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을 회피합니다. 대신 예수의 말에서 혐의점을 찾으려 했습니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기소한 내용은 예수가 “유대인의 왕”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건 로마 황제에 대한 반란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런 빌라도에게 예수께서는 오히려 빌라도가 자신을 왕이라고 언급했다..

글모음/설교문 2024.11.24

“선한 의지의 충만함”_2024.11.10. 나해_연중32주일

2024.11.10. 나해_연중32주일룻기 3:1-5, 4:13-17 / 시편 127 / 히브 9:24-28 / 마르 12:38-44 “선한 의지의 충만함”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豕眼見惟豕(시안견유시), 佛眼見惟佛(불안견유불)”이라는 고사성어를 들어보셔서 잘 아실 겁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 는 뜻입니다. 태조 이성계의 농담에 무학대사가 농담으로 대받아서 한 말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의 비난에 대처하는 재치가 돋보이는 말이지만, 이 말은 우리의 주관적 시각에 깊은 경종을 울리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정도에서, 그리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대상과 사건을 판단할 재료를 찾기 때문에 ..

글모음/설교문 2024.11.10

“경건의 자리”_2024.11.3. 나해_모든 성인의 날/연중31주일

2024.11.3. 나해_모든 성인의 날/연중31주일이사 25:6-9 / 시편 24 / 묵시 21:1-6상 / 요한 11:32-44 “경건의 자리”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우리의 전례력은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의 실현에 초점을 맞추어 성서의 서사들을 시각적으로 전례화했습니다. 이러한 전례력을 따라가는 것은 정확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부활과 승천 그리고 재림과 최후 심판이라는 일련의 역사로의 초대입니다. 마지막 때에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들, 산 자와 죽은 자들이 부활할 것을 묵시문학은 예언하고 있습니다. 그런 후에 수고하고 고생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위로와 하느님의 영원한 현존이 인간과 함께함을 선포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례력의 끝인 1..

글모음/설교문 2024.11.03

“그리스도의 용사들”_2024.11.2. 나해_토_모든 별세자의 날/제주우정교회 설립 22주년

2024.11.2. 나해_토_모든 별세자의 날/ 제주우정교회 설립 22주년지혜 3:1-9 / 시편 23 / 로마 5:5-11 / 요한 5:19-25 “그리스도의 용사들”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22년 전 당시 신부이셨던 박동신 오네시모 주교님께서 가정 교회로 시작한 제주교회가 이제 스물두 살이란 어엿한 청년이 됐습니다. 당시에 제주기독선교회관을 빌려서 설립예배를 드렸고 “제주교회”라는 이름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3번에 걸친 예배처소의 이사 후에 이렇게 영구터전을 잡은 지 이제 2년이 넘었습니다. 작년 9월 19일에 축성식도 가졌습니다. 제주우정교회 설립 21년 만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의 기도가 있었고 또한 많은 분들의 헌신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 대부분의 이전 ..

글모음/설교문 2024.11.03

“중재자(仲裁者)의 자리”_2024.10.27. 나해_연중30주일

2024.10.27. 나해_연중30주일욥기 42:1-6, 10-17 / 시편 34:1-8(19-22) / 히브 7:23-28 / 마르 10:46-52 “중재자(仲裁者)의 자리”  채야고보 신부 / 대한성공회 제주우정교회, Artist 모든 존재에는 존재의 자리가 있다고 지난주 설교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것은 존재가 이 세상에 실존하는 양태입니다.오늘은 우리 그리스도인이 이 세상과 관계하는 형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시작과 끝이 있는 존재가 있습니다. 이를 우리는 유한한 존재라고 합니다. 이러한 존재는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율의 법칙에 의해 존재합니다. 그러나 시작과 끝이 없고 원인도 없는 존재가 있습니다. 이를 우리는 무한한 존재, 무한자, 또는 초월자라고 명합니다. 무한한 존재는 오직 자기 스..

글모음/설교문 2024.10.27